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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인내 통했다" VS "북 시간 벌고 핵 무기고 채울 것"..미국의 엇갈린 평가

“북한이 미국이 남북 관계에 어떤 역할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과시한 회담이었다.” (에번스 리비어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남북 통신망 복구하고 긴장을 줄이는 긍정적인 첫걸음, 문재인 대통령의 인내가 성공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군사회담 개최에 합의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 대해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의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남북 회담 개최 자체에 주목하느냐 또는 향후 북미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했느냐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남측 회담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장관이 비핵화 얘기를 꺼내자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균조평통 위원장이 “핵은 철두철미하게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남북문제가 아니다”라고 의제로 삼는 것 자체를 반발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한반도 전문가 3명에게 ① 회담에 대한 총평과 ② 성과에 대한 평가 ③ 북미 대화로 확장 가능성 등에 대해 e메일로 인터뷰했다.
 
리비어 "북한, 올림픽 아니라 핵보유국 실체 인정 노려"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에번스 리비어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에번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이번 남북 회담의 전체 핵심은 미국이 남북관계에 있어선 어떤 역할도 하지 않으며, 역할을 하려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 신년연설에서부터 ‘우리 민족끼리’란 핵심 원칙을 전제로 미국이 관여하지 않는 ‘통일 ’의제의 대화에 한국을 참여시킴으로써 한ㆍ미 동맹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양국을 이간질하려는 의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은 용의주도하게 북미대화 트랙과 남북대화 트랙은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남북 회담에서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제안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고 덧붙였다.
 
리비어 전 부차관보는 “북한의 동계올림픽 참가를 게임 플랜의 핵심 포인트로 생각하는 것은 큰 실수”라며 “북한은 훨씬 더 큰 ‘물고기’를 쫓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는 “여기엔 북한이 한ㆍ미 양국으로부터 새로운 핵무장국으로서 실체를 인정받고, 한국과 독립적, 자주적인 통일 회담을 열고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제재 완화 등 구체적인 대가를 요구하지 않았다면 조속히 요구해올 것”이라며 “이미 1월 1일 신년사에 한ㆍ미 군사협력 해체와 대북 제재 및 적대정책 종식 등 가격을 명시한 바 있다”고 말했다.
 
자누지 "착실한 득점 내는 '작은 야구'로 한 걸음씩 나가야"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9일 회담을 “남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회담 등에 합의한 것은 긍정적인 첫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 “한미 양국은 야구 경기에서 착실히 득점을 내는 ‘작은 야구’(small ball)를 해야지 한방에 홈런을 치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궁극적으론 비핵화를 놓고 대화를 해야 하지만, 지금은 너무 이르다”고도 덧붙였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

자누지 대표도 리비어 전 차관보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미국을 가장 중대한 전략적 위협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어떤 종류 비핵화의 대화든 미국이 참여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제재 완화 등을 대가로 요구할 가능성과 관련해 “북한에 제재 해제로 가는 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과해야할 사항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올림픽 참가나 군사 핫라인 재개로는 국제 사회로부터 제재 해제를 얻기엔 충분하지 않으며 유엔 결의안을 성실히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미 대화 가능성에 대해선 “미국 정부의 대응이 어떨지 알수없지만, 확실히 그렇게 가길 바란다”며 “최대한 압박과 개입 전략이 실제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이제 대화로 압박전략을 보강하고 두 가지 전략 모두에서 성과를 얻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닉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재현 우려…핵보유고 채울 것"
미 의회조사국(CRS)에서 20년 이상 북한 문제를 담당해온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2000년 남북 호주 시드니 하계올림픽 대화를 사례로 들었다.
 
닉시 연구원은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은 남북 올림픽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동시 입장에 합의했다”며 “한반도 화해가 도래할 것이란 기대는 충만했지만 상당한 경제적, 재정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조차 거의 진척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당시 김정일이 올림픽과 동시에 파키스탄 가우리(북한의 노동미사일과 쌍둥이)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하는 A.Q. 칸 박사 연구소에 전문가를 파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래리 닉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구원

닉시 연구원은 “이번에도 역사가 반복될 것 같다”며 “올림픽이 끝나면 북한은 남북 협상에서 한국의 제안을 왜곡하고, 한미 군사훈련 취소를 촉구할 것이며 이산가족 상봉도 한 차례 이후 진전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북미 대화 전망에 대해선 “북한은 2018년 핵 및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대량생산을 통해 일정 정도 무기고를 채운 뒤 미국에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양자협상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닉시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대북 석유 전면 차단에 동의하면 중국이 바라는 6자 회담에 무조건 복귀하겠다고 제안해야 한다”며 “북한을 비핵화 협상으로 복귀시킬 유일한 현실적 방안”이라고도 제안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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