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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 견공계의 피카소 … 그림 그리는 진도개를 아시나요

황금 개의 해인 2018년 무술년(戊戌年)을 맞아 한국 토종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중 진도개는 주인에 대한 남다른 충성심과 영특함으로 사랑을 받아온 토종개다. ‘진도개의 고향’ 전남 진도에는 독특한 재능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진도개가 있다. ‘견공계의 피카소’로 불리는, 그림 그리는 개 ‘진명’이다.
 

진도 사는 황구 진명이 묘기 뽐내
붓 입에 물고 화선지 수차례 붓질
영특함 타고나 6개월 훈련끝 익혀
주말엔 일당 10만원 받으며 공연도

올해로 6살이 된 진명이는 수컷 황구다. 사람으로 치면 40대 정도의 나이다. 주인 김신덕(62·여)씨와 호흡을 맞춰 함께 그림을 그린 지는 4년 정도 됐다. 진명이가 사는 곳은 진도군 의신면 운림예술촌이다. ‘남종화의 대가’인 조선시대 화가 소치 허련(1808~1893)이 그림을 그리며 살았던 운림산방이 있는 곳이다.
 
“물어!” 지난 4일 오전, 색색의 물감을 푼 팔레트를 한 손에 든 주인 김씨가 짧고 굵게 말하자 진명이가 김씨의 다른 손에 들린 붓을 입으로 받았다. “그려!” 신이 난 듯 꼬리를 흔들던 진명이는 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망설임 없이 이젤로 다가갔다. 이어 물감이 묻은 붓끝을 화선지에 가져가 고개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림 그리는 진도개인 진명이가 화선지 위에 붓질을 하고 있다. 진명이의 그림은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토·일요일마다 전남 진도에서 열리는 진도개공연단 공연에서 볼 수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림 그리는 진도개인 진명이가 화선지 위에 붓질을 하고 있다. 진명이의 그림은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토·일요일마다 전남 진도에서 열리는 진도개공연단 공연에서 볼 수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얼핏 보면 물감이 묻은 붓을 그저 종이에 가져다 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고개를 흔들 때마다 선이 그려졌다. 단순히 종이 위에 점을 찍는 것과는 분명 다른 움직임이었다.
 
수차례 반복된 붓질 끝에 완성된 ‘작품’은 어린이가 그린 화려한 추상화 같았다.
 
진명이에게 그림 그리는 재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원반 물어오기부터 링 통과하기, 사람과 함께 줄넘기 등 다재다능하다. 간단한 말도 알아듣는다. 컨디션이 좋으면 ‘하나’부터 최대 ‘열다섯’까지 구령에 맞춰 같은 횟수로 ‘멍멍’ 짖기도 한다.
 
진명이는 강아지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다고 한다. 먹이를 던져주면 힘껏 점프해 받아먹거나 떨어지는 나뭇잎이나 나비를 쫓아가 물려고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이후 원반 물어오기를 시작으로 훈련을 한 결과 지금의 실력을 갖추게 됐다. 그림을 그리는 데까지는 6개월 이상 걸렸다.
 
원래 진도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결혼 후 타지 생활을 하다가 필리핀에서 지냈다. 남편의 직장과 세 자녀의 교육 문제로 삶의 터전을 옮긴 것이다. 이후 김씨가 진도로 돌아온 것은 2009년이다. 갑작스런 사고로 척추를 다친 세 살 아래 남동생이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잠깐 한국에 들어왔다. 김씨는 “당시는 남편이 필리핀에서 하늘나라로 떠난 상황이어서 아이들과 호주로 떠날 계획을 세운 뒤 동생을 보고갈 생각에 잠시 귀국해 진도에 왔다”고 했다.
 
진도개를 좋아해 15마리 이상 키우던 김씨의 남동생은 2011년 세상을 떠났다. 남겨진 개들의 운명은 김씨에게 달려있었다. 모든 진도개들을 주변에 분양하고 진도 생활을 정리한 뒤 계획대로 호주로 떠날 것인지를 결정해야 했다. 결국 김씨는 진도에 남아 진도개들을 돌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렇게 본격적인 진도개와의 인생 2막이 시작됐다.
 
김씨에게 진도개들은 새 가족이 됐다. 진명이를 낳은 어미를 비롯해 20마리 가까운 진도개에게 매일 밥을 주고 변을 치우는 등 식구처럼 돌봤다. 그러다 태어난 진명이는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김씨에게 가장 좋은 친구가 됐다. 진명이는 최근까지 5차례 짝짓기를 통해 20여 마리의 새끼도 선물했다. 모두들 제2의 진명이를 꿈꿀 정도로 똑똑하다.
 
진명이는 3월부터 12월까지 진도에서 공연하는 진도개공연단에 소속돼 있다. 15마리의 공연단 진도개 중 한 마리인 진명이는 토·일요일 30분씩 공연을 해주고 1회당 10만원을 받는다. 이 돈은 김씨가 키우는 진도개 가족(약 30마리)의 먹이를 사는 데 쓰인다. 김씨는 “내 자녀를 키우듯 반려견을 키운다면, 정말 주인과 소통하는 반려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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