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시선 2035] 이한열 열사께

김경희 정치부 기자

김경희 정치부 기자

영화 ‘1987’이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입니다. 군부 독재정권의 서슬이 퍼렇던 시절,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화를 이뤄내기 위해 목숨까지 바쳤던 이들의 삶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당신의 이야기는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
 
제가 태어나던 그 날, 당신은 결국 스물두 살 꽃다운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마음속에 부채감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87년 6월 9일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의식을 잃고, 생과 사를 오갔을 한 달여 간의 고통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렵습니다. 저는 그저 어떤 세상에 태어날지도 모른 채 어머니의 자궁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1987’에서 평범한 대학생 연희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어요?”라고 반문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당신의 숭고한 희생 이후 세상은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87년에 태어난 저와 제 친구들은 2007년 대선 때 생애 첫 투표권을 당당히 행사했습니다. 대통령에게 권력을 위임하는 것도, 그 권력을 되찾아오는 것도 바로 시민이라는 걸 ‘광장’에서 배웠습니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공포도 사라졌습니다. 그 당시엔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됐던 무분별 체포와 잔혹한 고문은 악습 중의 악습으로 남았습니다. 6월 항쟁 이후에도 10여 년간 경찰이 집회·시위 해산 목적으로 썼던 최루탄은 1998년부터 사용이 금지됐습니다.
 
이 끔찍한 역사가 불과 30여 년 전 대한민국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그땐 그게 최선이었다”는 말로 어물쩍 넘어갈 게 아니라 잘못에 대한 뼈저린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겠지요. 또 앞으로 30년 후, 지금을 되돌아봤을 때 부끄러운 역사로 남을만한 건 무엇인지 집요하게 살펴봐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젊음이란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나이, 정의와 올바름을 위해 투쟁하고 싶다.” 연세대학교 경영학부 1학년이던 86년 9월, 당신의 일기에 적힌 글귀입니다. ‘나의 미래’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당신은 유학을 하고 모교인 연대에서 강의를 하고 싶은 꿈도 그립니다. 공부도 연애도 그것만 하기엔 미안했던 시절, 꿈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했던 평범한 대학생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젊다고 해서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며 살 수 있는 세상은 지금도 아닙니다만, 투쟁의 방식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부패한 권력은 심판을 받고, 부조리한 관행은 사라질 것입니다. 당신의 정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김경희 정치부 기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오영환 부소장 : oh.younghwan@joongang.co.kr (02-751-5515)
1988년 중앙일보 입사 이래 북한 문제와 양자 외교 관계를 비롯한 외교안보 현안을 오래 다뤘다. 편집국 외교안보부장ㆍ국제부장과 논설위원ㆍ도쿄총국장을 거쳤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연구소(WCFIA) 펠로우를 지냈다. 부소장 겸 논설위원으로 외교안보 이슈를 추적하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