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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 난무하고 비인간적"-배우가 고발한 드라마 현장의 민낯

진솔하고 뼈아픈 일침이다. 지난 5일, 배우 허정도는 자신의 블로그에 “만드는 이들도 행복한 드라마를 꿈꾸며” 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마지막 작품이 끝난 여름, 몸과 마음이 크게 지쳤다”는 고백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심신 회복을 위해 프랑스의 한 수도원에서 시간을 보내고, 쉼 없이 걸으며 상처의 원인을 깨달았다. 그건 바로 “드라마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폭언의 순간들”이었다.  
[사진 라희찬(STUDIO 706)]

[사진 라희찬(STUDIO 706)]

“반말, 막말, 비아냥, 육두문자. 모두가 보는 앞에서도,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도. 감독이 배우에게, 스태프에게, 보조출연자에게. 유명배우가 무명배우에게 혹은 스태프에게, 매니저에게. 높은 스태프가 낮은 스태프에게 혹은 무명배우에게 어린 학생에게. 누가 퍼붓고 누가 당하는지는 달랐지만, 방향은 항상 같았습니다. 강자가 약자에게. 오직 기준은 힘일 뿐 때로는 나이도 별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는 이어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는 건 “너무나 비인간적인 노동환경” 때문이라며 드라마 촬영의 구조적 문제를 꼬집었다. “심지어는 일주일간 총 수면 시간이 한 자릿수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수면 부족의 날들이 몇 주 몇 달씩 지속되는 현장에서 화를 안 내고 버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는 “현장에서 괴물처럼 보이던 사람이 밖에서 만나면 그렇게 호인일 수 없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현장은 늘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빨리 촬영을 해야 하는 드라마 촬영 관행상 “안전을 고려할 시간이 없고, 잠을 못 자니 (스태프들의)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다. 그는 “한 마디로 사람이 크게 다치거나 죽거나 하는 대형사고가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환경이 드라마 제작 현장의 실태”라고 밝혔다.
TV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과외 선생 경태 역을 맡은 배우 허정도. [사진제공=SBS]

TV 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에서 과외 선생 경태 역을 맡은 배우 허정도. [사진제공=SBS]

이어 화재 위험에 취약하고 기관지 질환을 일으키는 실내 세트장 문제와 어린이 출연자 처우 문제도 역시 지적했다. “저는 정확히 두 번 보았습니다. 몇 겹을 껴입은 어른들도 덜덜 떨던 혹한의 야외촬영 날, 보조출연자로 나온 어린 소녀가 추위를 참지 못해 울고 있는 모습을.” 이어 허정도는 “이번 여행에서 저를 가장 괴롭힌 건 아이들의 눈물”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한 정부에 몇 가지를 건의하기도 했다. 표준계약서 전면 의무화와 기존 표준계약서에서 휴식시간을 명시할 것, 모호한 표현을 삭제할 것, 미성년자 보호 대책 수립 등이다.  
 
블로그 원문 보기 https://blog.naver.com/jim0322/221178733369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 출연한 허정도 [사진 MBC]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 출연한 허정도 [사진 MBC]

배우 허정도는 드라마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영화 ‘암살’ 등에서 인상 깊은 조연으로 대중에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 ‘역적:백성을 훔친 도적’에선 의롭고 능청스러운 일청 스님 역을 맡았다. 그는 서울대 철학과 졸업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과정을 통해 연기에 입문했다. 2016년 9월 한 인터뷰에서 “요즘엔 영화계·연극계·방송계가 좀 더 폭력적이지 않고, 지위가 낮은 사람도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바뀌는 방법이 뭘까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지만, 그런 가치를 우선으로 생각하며 살려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4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 추락 사고 현장 조사 기자회견 모습. [뉴스1]

4일 오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회의실에서 열린 tvN 주말드라마 '화유기' 추락 사고 현장 조사 기자회견 모습. [뉴스1]

드라마 제작 환경 처우 개선에 관한 논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23일 드라마 ‘화유기’ 촬영 중 한 스태프가 천장에 조명을 달다 추락 사고를 당했다. 해당 스태프는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지난 4일 언론노조는 ‘tvN 드라마 ’화유기‘ 제작현장 추락사고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 해결 방안을 촉구했다. ▶정부는 현재 제작 중인 모든 드라마 현장에 대한 긴급 실태조사를 할 것 ▶드라마 제작 현장은 ‘일터’로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준수할 것 ▶CJ E&M은 구체적인 개선 방안과 이행 계획을 제작 종사자들과 시청자에게 내놓을 것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추가 쟁점의 조사와 안전 대책을 강구할 것 등이 포함됐다. 또한 언론노조는 제작사인 JS픽쳐스, 라온(해당 세트 설치회사), MBC아트 및 책임자에 대해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고발 및 진정서를 제출했다. 
 
김나현 기자 respir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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