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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유기견을 반려견으로 변신시키는 '도우미견 나눔센터' 가보니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현관 유리문을 열고 들어가자 흰색, 갈색 등 네 마리의 개가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졸졸 따라오며 매달리고 배를 보여주는 등 애교도 부린다.
"같이 놀아달라고 저러는 거예요. 우리 애들이 사람을 잘 따르고 애교도 많거든요. 특히 턱을 쓰다듬으면 좋아해요." 송민수(34·여) 훈련사가 개들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전경. 최모란 기자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전경. 최모란 기자

이 개들은 유기견이었다. 주인에게 버려져 길을 떠돌다 유기동물보호소로 갔다. 보호소에서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면 영락없이 안락사 신세.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는 이런 유기견을 훈련을 시켜 도우미견이나 반려견으로 무료로 분양을 해주는 곳이다. 2013년 3월 처음 문을 열었는데 그해 12마리를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모두 679마리를 분양했다. 현재도 60여 마리의 개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견사. 훈련받은 유기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최모란 기자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견사. 훈련받은 유기견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최모란 기자

그렇다고 센터 측이 아무 개나 데려와 분양하는 것은 아니다. 도내 20여 곳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5살 이하의, 얌전하고 사납지 않은, 외모가 예쁜 소형견을 주로 데려와 입양시킨다.
남영희(51)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장은 "요즘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에서 반려견을 많이 키우기 때문에 진돗개 같은 대형견보다는 크기가 작은 소형견이 많이 선호한다'며 "성격이 좋은 1~3살 되는 개들이 가장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른 유기동물보호소처럼 외모만 가꾼 뒤 입양을 보내진 않는다.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로 온 개들은 가장 먼저 건강검진을 받는다. 엑스레이(X-ray), 초음파 검사는 물론 혈액 검사도 한다. 2차례에 걸쳐 각종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주사도 맞고 목욕·귀 청소·이발·발톱 정리 등 외모도 가꾼다. 중성화 수술도 받는다.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견사에 있는 개들. 최모란 기자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견사에 있는 개들. 최모란 기자

 
그뿐만 아니다. '앉아', '엎드려', '기다려', '이리와' 등 간단한 복종 훈련은 물론 배변 훈련도 한다. 1개월 이상 걸친 훈련 기간이 끝나야 새 주인을 만날 수 있다. 송 훈련사는 "사람의 손을 탔던 개들이라 그런지 훈련도 곧잘 따라 한다"고 했다.
이렇게 훈련을 받은 개들은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물론 일반 가정에도 분양이 된다. 
 
일부 개들은 장애인도우미견으로도 활동한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청각장애인들에게 전화벨이나 찌개가 끓는 소리 등을 신체 접촉 등을 통해 알려주는 식이다. 물건을 가져다주고, 문을 여닫는 등의 훈련을 받은 지체장애인을 돕는 도우미견도 있다. 마음이 다친 이들이 동물을 키우면서 위로받을 수 있는 치료견도 양성하고 있다. 
 
이런 성과로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는 2014년 6월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 삼성화재안내견학교에 이어 국내 세번째 장애인 보조견 전문훈련기관으로 지정됐다. 현재까지 청각·지체장애인 도우미견과 치료견 훈련을 받아 분양된 개만 13마리다.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견사에 붙어있는 유기견 소개글. 최모란 기자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의 견사에 붙어있는 유기견 소개글. 최모란 기자

많은 유기견이 오가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중성화 수술을 앞둔 암컷 개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분만과 2개월 정도의 육아(?) 기간을 거친 뒤 분양까지 한 일도 있다. 
유기동물보호센터에선 얌전했지만 도우미견나눔센터로 와서 공격성을 보이는 개들도 있다. 이런 경우 1~2주 정도 격리해 상황을 살핀 뒤 사람을 물 정도로 공격성이 심하면 다시 유기동물보호센터로 보낸다고 한다. "공격성이 있으면 반려견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입양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입양 희망자가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helpdogs) 등을 통해 먼저 입양하고 싶은 개를 고른 뒤 입양신청서를 제출하면 센터 측은 꼼꼼하게 호구조사를 벌인다.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방문객을 반기는 예비 반려견들. 맨 왼쪽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안 세퍼트 '브라우니'는 황우석 박사가 만든 복제견이다. 최모란 기자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에서 방문객을 반기는 예비 반려견들. 맨 왼쪽에 있는 '오스트레일리안 세퍼트 '브라우니'는 황우석 박사가 만든 복제견이다. 최모란 기자

'유기견 입양 이유', '가정 월 평균 수입' , '가족 구성원', '하루에 몇 시간씩 집을 비우는지' 등을 하나하나 따져 입양하려는 개가 잘 적응할 수 있는지 살핀다. 입양 전에는 센터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법에 대한 교육을 받아야 한다. 
구경녀 주무관은 "한번 버림받았던 경험이 있는 아이들인 만큼 끝까지 키울 수 있는 주인을 만나게 하기 위해서"라며 "입양 신청 뒤엔 꼭 온 가족이 센터로 와서 희망하는 개를 직접 보길 권한다"고 했다.
 
입양 이후에도 개들의 안부를 살핀다. 6개월에 걸친 사후 관리 이후에도 입양자의 연락처 등을 확보해 개의 안부를 묻는다. 입양견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개인적인 이유로 키울 수 없는 경우에는 도우미견나눔센터에 다시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파양을 한다면 다시는 재입양을 받을 수 없다. 
입양 후에도 입양자의 상황이 개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되면 센터에서 회수도 한다,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버려진 유기견들을 도우미견 및 반려견으로 훈련시켜 독거노인 등 필요한 도민들에게 분양하는 곳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반려견 교육도 한다. [사진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경기도 도우미견 나눔센터는 버려진 유기견들을 도우미견 및 반려견으로 훈련시켜 독거노인 등 필요한 도민들에게 분양하는 곳이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반려견 교육도 한다. [사진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이런 철저한 관리 덕분에 개를 입양한 사람들의 반응도 좋다.
2013년 푸들 '태양이'를 입양한 김숙진(77·여)씨는 "태양이가 집에서는 배변을 안 해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산책을 해줘야 하는데도 무뚝뚝한 남편까지도 '태양이 산책시키는 낙으로 산다'고 말할 정도로 우리 집 식구가 됐다"고 말했다. 
2015년 시츄 '진순이'를 입양한 조정희(57·여)씨도 "장애가 있는 딸 때문에 진순이를 입양했는데 개라면 질색하던 남편도 진순이의 애교에 빠져서 지금은 미용학원에 직접 데려갈 정도"라고 자랑했다.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의 훈련사들이 돌보는 유기견들을 상대로 '기다리기' 훈련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경기도 도우미견나눔센터의 훈련사들이 돌보는 유기견들을 상대로 '기다리기' 훈련을 시연하고 있다.[사진 경기도도우미견나눔센터]

구 주무관은 "아이들이 기본적인 훈련은 물론 건강검진까지 받은 상황에서 분양하기 때문에 파양은 극히 드물다"며 "초반에는 정이 든 개들이 입양을 가는 것이 서운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빨리 가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든다"고 말했다.   
 
반려견에 만족해 한 두마리를 더 분양받는 일도 많다. 이럴 때는 원래 분양받은 개와 잘 맞는 개를 추천한다고 한다. 남영희 센터장은 "주인에게 버림받은 경험은 개들에게도 상처"라며 "반려견의 겉모습만 보고 충동적으로 입양하기보단 오랫동안 사랑하고 가족처럼 생각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화성=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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