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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모바일 게임서 ‘현질’하듯 암호화폐 투자

암호화폐 열풍의 사회·심리학
지난해 말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를 검토한다는 특단의 대책을 발표했지만 투자 열기는 여전하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대다수 암호화폐 가격은 잠시 출렁거린 뒤 다시 급등세를 보이며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다. 암호화폐 거래량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 관계자는 “대책 이후에도 평균 2조~3조원 안팎인 거래량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나서서 “언제든지 신뢰가 상실돼 폭락할 위험이 있다” 며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암호화폐의 어떤 점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을 ‘강심장’으로 만들며 투자를 이끌어 낼까. 중앙SUNDAY는 암호화폐 실투자자 5명과 전문가들을 심층 인터뷰해 암호화폐 투자붐의 사회·심리학적 원인을 분석했다.
 
투자와 도박 사이 미묘한 줄타기
금융정보회사 연구원 박모(42)씨는 지난해 말 암호화폐 아인스타이늄에 300만원을 투자했다. 코인당 1000원이 채 되지 않아 ‘동전코인’으로 분류되던 시기였다. 하지만 400% 수익을 냈다는 동료 얘기를 듣고 바로 암호화폐 거래소 모바일 앱을 깔았다. 640원에 샀던 아인스타이늄은 박씨가 산 뒤 하루 200%씩 급등하더니 급기야 3400원까지 갔다. 조금 더 오르겠지라는 기대로 며칠 기다렸더니 일순간 1800원으로 급락했다. 덜컥 겁이 난 박씨는 몇차례에 걸쳐 아인스타이늄을 나눠 팔았다. 300만원을 들여 2주간 벌어들인 수익은 150만원이었다.
 
현재 웨이브 등 다양한 암호화폐에 투자 중인 박씨는 높은 수익률을 투자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동전코인 투자자들은 지금까지 전부 위너다. 10원짜리였던 것이 금새 100원 단위로 올라서고 1000원 단위로 올라서며 모두가 돈을 벌었다. 초기 단계라 소각 이벤트 등 호재만 있으면 높은 변동성을 지렛대 삼아 엄청난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기껏해야 10% 수익을 내는 증시보다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과장인 최모(39)씨는 형의 권유로 지난해 말 암호화폐 트론에 투자했다. 여윳돈 100만원을 집어 넣었는데 하루만에 120만원이 됐다. 횡재했다는 생각에 한동안 암호화폐 거래에 몰입했으나 다 접고 지금은 초기 투자금 100만원만 묻어두고 있는 상태다. 그는 “강원랜드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5시 출근인데 3시에 눈 떠서 암호화폐 시세부터 확인하는 날 보고 중독성이 두려워졌다. 지금은 여윳돈 묻어두고 몇달 뒤에 확인할 생각으로 있다”고 말했다.
 
젊은세대들은 암호화폐 투자가 재밌다는 점을 강조한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반까지만 열리는 주식시장과 달리 암호화폐 거래소는 연중 무휴이며 24시간 거래가 이뤄지는데다 상·하한가가 없다. 모바일 게임을 통해 이른바 ‘현질’(현금을 추가로 들여 게임 내 아이템을 사는 등 이득을 보는 행위)에 익숙한 2030세대는 암호화폐 투자를 새로운 형태의 ‘모바일 게임’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취업준비생 김모(31)씨는 “암호화폐 투자를 하다보면 모바일 게임에 오토플레이 기능을 활용하는 느낌이 든다. 돈을 넣어 놓으면 알아서 플레이하고 돈을 불려 놔주니 계속 들여다보게 되고 재밌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대리인 문모(34)씨는 본격적으로 ‘게임공략’에 나섰다. 400만원으로 암호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해 4개월만에 600만원 가까이 번 그는 틈 날 때마다 인터넷 카페나 텔레그램 등에 게설된 정보공유 채팅방에 들러 ‘스터디’를 한다. 문씨는 “여윳돈을 가지고 스트레스 해소하는 차원에서 투자하고 있다. 잡코인으로 불리는 동전코인도 몇개 하고 있다. 업무시간에는 하기 힘드니까 뒤쳐지는 정보를 얻기 위해 틈틈이 투자 카페에서 정보를 얻는다. 간혹  ‘펌핑’(인위적인 시세조종 행위)한다는 등의 필승 정보를 건지곤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본지가 텔레그램 메신저 상에 개설된 암호화폐 투자 관련 채팅방에 들어가 보니 암호화폐 관련한 각종 정보들이 24시간 내내 초 단위로 오고갔다. 새벽시간에도 메시지는 끊이지 않았다.
 
이 같은 젊은층의 열광과 달리 전문가들이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우려가 더 많다. 특히 현 시점에 암호화폐 가격에 ‘버블’이 섞여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의 설명이다.
 
긍정적 전망 만으로 몰려
“새로운 물건이 처음 세상에 나와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 가격이 급등하는 시기가 있다. 긍정적 전망만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이다. 이후 유사한 물건들이 나와 경쟁하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가격이 오른 다음 고점 대비 90% 이상의 하락기를 맞는다. 그리고 이중 일부만 남아서 실제 가치를 찾아 가는게 전형적인 버블의 패턴이다. 2000년 닷컴 버블 때 다음커뮤니케이션 주가가 1월초 34만원에서 연말 1만4000원으로 떨어졌다. 이후 16년간 회복해서 지금 15만원 가량이 된게 전형적이다. 비트코인은 긍정적 전망만으로 2000만원까지 왔다. 버블이 터지면 10만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
 
사회·심리학자들은 암호화폐에 열광하는 이들 중 젊은세대가 많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택광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젊은 세대들에겐 성실하게 땀 흘려 노동한다해도 정상적 삶을 영위하기 힘들다는 인식, 즉 ‘노동 혐오’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신분상승 기회가 막힌 상태에서 주변에 돈 벌었다는 이들이 하나둘 나오니 너도나도 이 판에 뛰어드는 것이다.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과 무관하게 투기장, ‘제2의 바다이야기’같은 도박장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민성호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어 부동산, 주식 투자가 가능한 중장년층과는 달리 가진 게 없는 젊은층이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암호화폐에 눈돌린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모든 참여자가 횡재를 하는 활황단계다. 하지만 모든 도박 중독은 횡재에서 시작된다. 어느 순간 꼭지점에 다다르면 대다수는 큰 손해를 보게 되고 사회 병리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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