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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값 잡았더니 밥값이 뛴다 … 강릉 물회 1만2000원 → 2만원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평창과 강릉의 음식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인상된 가격을 스티커로 붙여 놓은 강릉의 한 횟집 메뉴판. 강릉=우상조 기자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평창과 강릉의 음식 가격이 오르고 있다. 인상된 가격을 스티커로 붙여 놓은 강릉의 한 횟집 메뉴판. 강릉=우상조 기자

2018 평창 겨울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강원도 지역 물가가 오르고 있다. ‘방값’ 오름세는 주춤하지만 이번엔 ‘밥값’이 문제다.
 
지난 4일 강원도 강릉시의 A횟집. 메뉴판의 지역 대표 음식 물회 가격 자리에 덧댄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그 위에 적힌 가격은 1만5000~2만원. 지난해 방문 때보다 오른 가격이다.
 
잡어 물회는 1만2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참가자미 물회는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올랐다. 1만2000원이던 오징어 물회는 2만원으로 거의 두 배가 됐다. 몇 달 사이 적게는 3000원, 많게는 8000원이 오른 것이다. A횟집에서 걸어서 10분쯤 떨어진 B횟집은 ‘모둠물회’라는 메뉴를 새로 만들어 2만5000원을 받았다.
 
강릉의 한 횟집 메뉴판. 가격 자리에 덧댄 테이프가 붙어있다. 잡어 물회는 1만5000원이고 오징어와 모둠 물회는 2만원이다. 강릉=우상조 기자

강릉의 한 횟집 메뉴판. 가격 자리에 덧댄 테이프가 붙어있다. 잡어 물회는 1만5000원이고 오징어와 모둠 물회는 2만원이다. 강릉=우상조 기자

 
강원도는 지난해 올림픽 특수를 노린 숙박업소들의 방값 올리기로 홍역을 치렀다. 경기장이 있는 강릉과 평창 지역 숙박비가 모텔 기준으로 하룻밤에 40만원까지 치솟았다.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세무조사 실시 방침을 밝히고 “적정 가격을 받겠다”고 선언하는 업소가 늘면서 논란은 잦아들었다. 평창올림픽 기간 경기 시절 인근 모텔 숙박비는 최근 들어 성수기 요금과 비슷한 하룻밤 15만~25만원에 거래된다.
 
강릉의 한 중식당 짬뽕 값은 지난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랐다. 강릉=박린 기자

강릉의 한 중식당 짬뽕 값은 지난해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랐다. 강릉=박린 기자

 
숙박비는 안정세로 돌아선 반면, 이번엔 음식값이 오르고 있다. 강릉 B중식당에서 판매하는 짬뽕 값은 지난해 말 7000원에서 8000원으로 올랐다. 강릉 C칼국수집 장칼국수 값도 곧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올림픽을 맞아 새로 제작한 메뉴판에는 이미 7000원으로 표시돼 있었다.
강릉의 한 칼국수집의 장칼국수 값도 곧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강릉=박린 기자

강릉의 한 칼국수집의 장칼국수 값도 곧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강릉=박린 기자

 
평창 분위기도 비슷했다. 개·폐회식이 열리는 횡계의 D황태전문점은 3~4인분인 황태찜 대(大)자를 4만5000원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4만원짜리였다. 인상률은 12.5%. 7000원이던 황태해장국도 슬그머니 8000원으로 올렸다.
 
황계의 한 황태전문점은 황태찜 대자를 4만5000원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4만원짜리였다. 횡계=우상조 기자

황계의 한 황태전문점은 황태찜 대자를 4만5000원 받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4만원짜리였다. 횡계=우상조 기자

 
‘1000원 정도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인상률로만 따지면 14.3%다. 평창올림픽을 현장에서 보기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방문할 경우 최대 여섯 번까지 식사하게 된다. 또 혼자가 아니라면 식비 총액은 인원수에 따라 늘어난다. 1000원 인상을 쉽게 볼 수 없는 이유다. 1만5000원에서 2만원으로 뛴 참가자미 물회 가격의 인상률은 33.3%다.
 
중앙일보 취재팀이 직접 확인한 음식점만 놓고 보면 이번 연말연시를 전후로 음식값을 올린 업소가 5집 중 1집꼴이었다. “올림픽까지 하는데 그 정도는 인상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강릉 간 KTX 경강선이 개통되면서 관광객이 늘고, ‘올림픽 특수’까지 겹치자 가격 인상에 나서는 업소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2016년 6월 평창에 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실이 들어선 직후에도 지금과 비슷한 분위기가 있었다. 직원 1000여 명이 근무를 시작하자 ‘조직위 특수’를 노리고 인근 지역 식당 상당수가 음식값을 일제히 10~20% 올렸다. 직원들이 “밥값이 너무 많이 든다”고 하소연하면서 조직위는 구내식당(점심 4500원)을 마련했다.
 
그러자 인근 음식점 주인들이 몰려와 ‘지역 경제 말살한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한 조직위 관계자는 “당시는 올림픽 분위기도 전혀 나지 않던 시절이었는데 음식값부터 뛰어 황당했다. 그저 신고식인가 싶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강원도 강릉시의 횟집들. 강릉=우상조 기자

강원도 강릉시의 횟집들. 강릉=우상조 기자

 
가격을 올린 업소 측은 “물가 상승과 올림픽으로 인한 추가 지출에 따라 불가피한 인상”이라고 주장한다. A횟집 사장은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시급 7350원으로 올라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D황태해장국집 관계자는 “식재료 비용이 오른 데다 올림픽을 앞두고 테이블을 좌식에서 입식으로 바꿔 지출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물회 가격을 지난해 수준(1만5000원)으로 유지하고 있는 강릉시 경포대 인근 한 횟집 주인은 “음식 원가가 오른 건 사실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존 가격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숙박비와 음식비 상승에 대해 “어느 올림픽이든 개최도시와 주변 지역에선 올림픽 특수로 인한 가격 인상이 존재했다”는 반박도 있다. 올림픽 기간 수익을 늘리려는 지역 상인들의 판단도 일정 부분 인정해 줘야 한다는 취지다. 문제는 숙박비 폭등에 이어 음식값 상승이 올림픽 흥행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강릉 경포대 인근의 모텔들. [강릉=박린 기자]

강릉 경포대 인근의 모텔들. [강릉=박린 기자]

지난달 20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창올림픽을 현장에서 관람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5.1%였다. 또 지난 3일 설문조사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 자료에서도 ‘평창올림픽 경기장을 직접 방문할 계획이 없다’는 응답자 비율이 83%였다. 이유는 ‘숙박비가 비싸서’라는 응답이 47.6%로 가장 많았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4인 가족 기준 1박2일 올림픽 관람에 입장권값과 숙박비·음식값을 합쳐 100만원 넘게 든다. 바가지요금으로 이미지가 훼손되면 평창올림픽을 보러 가는 사람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릉·평창=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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