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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일만의 남북 회담…속도내는 北, 신중한 南

문재인 정부가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과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북 압박이라는 이중의 숙제를 떠안게 됐다. 남북이 오는 9일 758일 만에 회담 테이블에 앉으면서다. 북한은 지난 3일 판문점 채널을 복원한 뒤 이틀간 침묵을 지키다가 5일 오전 10시16분 남북 고위급 회담을 수용하겠다는 전통문을 보냈다. 한ㆍ미 정상이 전날 밤 통화에서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한 지 약 11시간 만이다.  
 

北, 5일 전통문 보내 9일 회담 전격 수용
南, 평창의 성공 vs 북핵 압박 이중 과제
회담 수석대표로는 南 조명균 北 이선권 유력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평창의 북한 참가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평창의 북한 참가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남북 회담을 앞두고 시기ㆍ장소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던 관례도 깼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제의한 ‘9일 판문점 평화의 집’을 그대로 수용했다. 역제안은 없었다. 회담 의제를 놓고 북한은 지난 3일 “평창 대회 우리측 대표단 파견을 위한 북남 당국간 회담”이라고 평창올림픽에 한정했다가 5일 전통문에선 “평창올림픽 경기대회를 비롯한 남북 관계 개선 문제”라고 범위를 넓혔다. 조 장관이 2일 “평창 참가 문제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의한 데 대해 호응하는 모양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진행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며 “한ㆍ미 정상 통화 내용을 접한 김정은이 미국도 남북 대화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3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한 모습 9일로 예정된 남북 회담의 수석 대표로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조선중앙TV 캡처]

이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3일 조선중앙TV에 출연한 모습 9일로 예정된 남북 회담의 수석 대표로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다. [조선중앙TV 캡처]

 
하지만 정부로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정부는 일단 고위급 회담을 평창올림픽 문제에 집중한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평창 참가가 가장 우선순위”라고 거듭 거론했다. 이에 따라 고위급 회담에선 북한 대표단ㆍ응원단 등의 참석 여부와 범위, 이들에 대한 신변 보장 등을 우선 논의할 전망이다. 그러나 북한이 의제를 확대한 게 변수다. ‘남북 관계 개선 문제’를 놓고 북한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를 벗어나기 위한 의도의 정치적 카드를 꺼내들 수 있어서다. 북한이 고려항공을 통한 입국을 요구할 경우 난감한 상황이 온다. 한국 정부는 물론 미국 정부도 고려항공을 대북 제재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대표단의 체재 비용을 놓고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참가 비용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부담하겠다는 의사를 지난해 표명한 바 있으나 대표단의 규모가 응원단 등의 합류로 커지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이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위반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남북 관계 개선 현안’으로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 등 대북 제재 중단을 요구할 경우 “최고의 대북 압박”을 전면에 내세운 트럼프 정부로선 수용하기 어려운 이슈다. 한국 정부를 상대로 북한이 남북 관계 개선과 한·미 관계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요구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청와대 당국자들이 이날 남북 관계 개선 문제를 협의 대상에 포함할지를 놓고 “회담장에서 만나봐야 북한의 의도를 알 수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미국 등 국제 사회를 의식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서 대북제재 위반 등 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거쳐 남북 관계 개선에 나서는 단계적 수순을 밟을 여지를 남겨놨다.  
 
북한이 9일 고위급회담을 수용하며 남북간 대화 라인이 어떻게 구성될지도 현안이 됐다. 과거 남북 대화는 통일부와 북한 통일전선부( ‘통ㆍ통’ 라인)가 중심이었다. 그러나 현재 통일전선부장인 김영철은 정부의 제재 명단에 오른 인물인 동시에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주역이다. 북한은 이날 통전부 대신 이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을 얼굴로 내세웠다. 이선권 명의로 전통문을 보냈다. 현재로선 9일 판문점 평화의집에 북측 수석 대표로 이선권이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9일 판문점 고위급 남북회담을 제의하는 모습. 9일 회담에 수석대표로 유력 거론된다. [중앙포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9일 판문점 고위급 남북회담을 제의하는 모습. 9일 회담에 수석대표로 유력 거론된다. [중앙포토]

 
이선권의 카운터파트로는 조명균 장관이 유력하다. 북한은 전통문을 조 장관 앞으로 보냈다. 이에 따라 통일부의 조 장관과 조평통 이 위원장의 ‘통ㆍ조’ 라인이 가동될 가능성이 크다. 조평통은 그간 노동당 외곽 기구여서 통일부와 격이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북한이 2016년 조평통을 국무위원회 산하로 편입시키면서 정식 국가기구로 승격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격' 논란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한편 평창 문제를 협의한다는 점에서 남측에선 문화체육관광부, 북측에선 국가체육지도위원회의 인사도 대표단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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