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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호의 시시각각] 지금이 북한 목 더 조일 적기다

강찬호 논설위원

강찬호 논설위원

김정은 최측근으로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힘을 자랑하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하루아침에 숙청된 건 대북제재 탓이 크다고 한다. 이권사업으로 예산을 조달해 온 인민군의 돈줄이 제재로 말라붙어 버리자 황병서가 김정은에게 “지도자 동지의 금고를 조금만 열어주실 수 없겠느냐”고 했는데, 이에 김정은이 격노해 황병서 목을 쳤다는 것이다.
 

남북대화, 욕심 과하면 파탄 불 보듯
노무현이 친동맹 선회한 뜻 알아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처음으로 먹히고 있다. 매년 10억 달러 가까이 들어오던 해외 ‘외화벌이’ 일꾼들의 취업길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인민군 서열 1위가 재정 고갈을 호소하다 쫓겨날 정도라면 김정은이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게 분명하다. 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대화 노선을 천명한 배경도 재정난이 결정적이다.
 
그런데 정부의 태도가 걱정이다. “대화하자”는 북한의 한마디에 넘어가 제재 전선에서 이탈하고, 한·미 동맹도 약화시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금 한·미 관계는 불안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 좋지 않다.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두 가지 조치에 격노했다. 사드 배치 지연과 ‘3불’ 원칙 천명이다. 트럼프가 말 그대로 ‘어마어마하게’ 화를 냈다고 한다. 트럼프가 문 대통령과 통화한 횟수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통화한 횟수의 4분의 1에 불과한 건 다 이유가 있다.
 
한·미 관계의 황금기였다는 2009~2016년엔 백악관-청와대, 국무부-외교부, 펜타곤-국방부 간에 수석·장관·차관급까지 7~8개 채널이 한꺼번에 돌아갔다. 지금은 딱 하나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안보보좌관 채널뿐이다. 핵심 채널이 돼야 할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사이엔 냉기류만 흐른다. 미국 고위 외교관은 “두 사람이 얘기할 때마다 엇박자가 끊이지 않고 케미도 맞지 않아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따지고 보면 강경화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운동권 출신 586들이 포진한 청와대가 모든 걸 주도하면서 외교부는 들러리로 전락한 게 근본 원인이다.
 
미국의 힘은 무시무시하다. “반미면 어떠냐”로 집권한 노무현은 임기 초 참모들에게 “미국이 우리를 진짜로 괴롭힐 수 있는 카드가 얼마나 되는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문재인 청와대에 비서관으로 들어간 586 행정관들(당시)이 작업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나라 안보와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카드가 50가지를 넘었다고 한다. 첫째가 북한 수뇌부 동선을 10㎝ 수준까지 보여주는 위성 정보다. 값으로 치면 수조원에 달하는 비싼 무기다. 미국이 이걸 끊으면 우리 안보망은 그날로 결딴이 난다. 보고를 듣고 놀란 노무현은 ‘반미 자주’ 노선을 접고 친동맹으로 선회했다. 이라크 파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북한과 대화해 성과를 내겠다는 정부의 의지야 좋다. 그러나 배가 고플수록 밥은 천천히 먹어야 탈이 나지 않는다. 대화를 하더라도 모처럼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한 제재만큼은 오히려 강도를 높여야 한다. 올 한 해만 그렇게 하면 북한이 진짜 숨이 막혀 협상장에 나오지 말래도 나올 공산이 크다. ‘대화를 위한 대화’는 북한의 핵무장만 도와주지만 ‘제재로 성사된 대화’는 비핵화에 기여하는 알짜가 된다. 진보 정부가 대화 성과도 거두고 동맹도 유지하는 길이 이거다.
 
노무현은 대통령 재임 중 이런 말을 했다. “대통령 해보니 나라 주변에 온통 우리를 잡아먹으려는 승냥이뿐이더라. 중국 승냥이, 러시아 승냥이, 일본 승냥이…. 그나마 미국이 유일하게 편이 돼줄 나라더라. 같이 갈 수밖에 없지 않나.” 노무현은 친미주의자가 아니었다. 그러나 안보와 국익을 위해 친미 ‘노선’은 필요하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청와대 586들이 명심할 대목이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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