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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남북 대화한다고 북 비핵화할까 … 신중히 접근해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로 비롯된 남북대화 재개 분위기가 봇물 터지듯 템포가 빨라지고 있다. 김 위원장의 전략과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열망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그러나 국민들은 이번 대화가 잘 돼야 한다는 바람이 있지만 걱정도 크다. 정부가 남북대화에 너무 큰 기대를 걸면 오히려 북한의 전략에 말려들어 핵무장의 시간만 벌어주는 꼴이 될 수 있어서다. 이번 대화의 조건과 가능한 의제는 무엇인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핵 해결을 위한 남북 간 대화의 창이 열렸다. 대화의 기회를 마다할 필요는 없지만 동계올림픽 기간과 북한의 핵무장 완성 시기가 기가 막히게 일치한다는 게 미심쩍다. 지난해 12월 초 미 중앙정보국(CIA)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을 막기 위한 시간이 3개월 남은 것으로 보고했다. 평창올림픽(2월9~25일)과 동계패럴림픽(3월9~18일)이 모두 마치는 시기가 북한 ICBM 개발의 데드라인과 맞물려 있는 것이다. 물론 올림픽 기간 동안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으면 ICBM 개발은 다소 지연될 수 있다. CIA의 보고가 맞는다면 북한이 한국과 일본을 공격할 수 있는 핵무장은 이보다 앞선 1~2월 사이에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김 위원장 신년사의 “(핵무기를) 대량생산해 실전배치에 박차를 가하자”는 문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이 현재로선 소량의 핵무기를 생산했거나 생산 중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신년사를 통한 김 위원장의 평화공세와 정부가 추진한 남북대화의 결과가 어긋났을 땐 북한의 핵무장을 차단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것이다. 자칫 평창올림픽과 남북대화가 북한의 핵 개발 봉인을 해제하는 보호장치로 악용될 수도 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도 4일 서울 사이버대에서 열린 민주평통자문회의 초청강연에서 “북한의 유화 제스처 이면에는 다른 의도가 있을 수 있다”며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래서 이번 남북 간 대화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기대도 있지만 북핵 해소의 의구심도 동시에 갖고 있다. 바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다. 하지만 길에서 만난 시민들이나 대부분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포기 가능성에 부정적이었다. 정부가 북한과 대화에 나서도 북한의 핵무장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원혜영(민주당) 의원은 “비핵화까지 벌써 생각하기는 그렇고 작게 시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같은 위원회 유기준(자유한국당) 의원은 “비핵화는 너무 성급한 견해”라고 했다. 김 위원장도 신년사에서 북한의 핵무기를 “강력한 보검”이라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스토리를 종합하면 이런 얘기다. 여러차례 폭력성 범죄 경력을 가진 흉악범이 새로운 범죄를 위해 흉기(핵무기)를 만들고 있고, 경찰은 흉기 제작을 그만두라는 경고와 함께 제압하려는 분위기다. 그런데 흉악범은 그의 흉기가 남을 해치려는 용도가 아니라고 한다. 이에 솔깃한 이웃 주민(한국)이 흉악범을 설득하겠다고 나서는 형세다. 그러나 이 주민의 의도는 좋지만 흉악범에게 다가갈 경우 주민 자신은 물론, 그의 가족(한국 국민)까지 인질로 잡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또 이 과정에서 무장력을 동원한 경찰이 흉악범을 제압할 기회도 놓칠 수도 있다. 이 선량한 주민의 흉악범 설득이 옳은 방법인가 아니면 무모한가. 옳다면 어디까지 다가서서 어떻게 설득해야 하느냐다.
 
이처럼 평화공세로 나오는 김 위원장을 쉽사리 믿지 못하는 것은 그동안 반복돼온 속임수 때문이다. 북한은 1993년 1차 북핵 위기 때 미국의 영변 폭격을 피하기 위해 시간을 끌다 1994년 제네바 기본합의에 응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핵시설을 공개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았다. 민감한 핵시설은 봉인했다. 하지만 북한은 그런 가운데서도 약속을 위반하고 몰래 핵 개발을 계속했다. 이런 사실이 들통나자 북한은 2003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시설 봉인도 해제했다. 2차 핵위기다. 이에 국제사회는 북핵 해결에 다시 의견을 모았고 6자회담이 시작됐다. 하지만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도발로 수년간 공들인 노력은 허무하게 끝났다. 이젠 북한의 핵무장은 고도화됐고 조만간 핵 장착 미사일이 한·일은 물론, 미국까지 날아갈 판이다. 김 위원장 말대로 핵무기 대량생산에도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경찰 역할을 하는 미국은 애써 참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소식일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식이다. 따라서 북한과의 대화를 모든 의제로 확대해 무한정 지속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판단이다. 의제의 내용은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조건 등을 확인하는 데 그쳐야 한다. 대화 의제가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 등으로 확대되면 과거 경험한 악순환 고리가 반복될 수 있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도 구멍이 생긴다. 미 국무부 카티나 애덤스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은 4일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핵 프로그램 해결과 별도로 진전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더구나 북한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한·미 연합훈련이나 북핵 억제용인 미국의 전략자산의 순환배치 중단을 요청할 경우에는 대화를 즉각 그만둬야 한다. 혹시라도 정부가 북한의 이런 무리한 요구를 들어주면 한·미의 대북 핵억지력을 무장해제하게 된다. 그 결과는 한·미 동맹 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김열수 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북한은 한국을 활용해 미국과 대화하자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했다. 통남(通南) 후 통미(通美)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북한은 협상이 여의치 않을 땐 한국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빌미로 또다시 미사일 발사나 핵실험 도발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대화는 기간도 중요하다. 아무리 길어도 평창올림픽과 동계패럴림픽이 종료되는 3월 중순을 넘겨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넘기면 북한은 ICBM을 다시 발사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 선제타격을 실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의견은 무시될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한국이 자처해 북핵 해결을 중재한다고 협상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천금 같은 시간을 소비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는 제한된 시간 안에 북한과 대화하려면 의제를 최소화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명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이번 대화 시기에 북한이 한·일에 닿는 핵무기를 확보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군은 핵무장한 북한에 대비할 수 있는 안보전략과 군사적인 능력도 갖출 필요가 있다.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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