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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직격 인터뷰] “5시간 폭탄주가 남북 물꼬 … 모란봉 악단 초청하겠다”

중국서 대북접촉한 최문순 강원지사
남북 간에 의외의 채널이 하나 열려 있다. 최문순 강원지사, 그리고 북한 문웅 4.25체육위원회 체육원장. 그렇게도 다시 있기 힘들어 보이던 남북채널이다. 남북이 3일부터 판문점 핫라인을 681일 만에 재개하기로 전격 합의하면서 가리어는 있지만, 최문순-문웅 채널도 엄연히 살아있다. 지난해 12월 18일 만나 비공개 회담을 한 최 지사와 문웅 원장은 오는 15일 중국 쿤밍(昆明)에서 두 번째로 만난다. 4일 춘천의 강원도청에서 만난 최 지사는 “이번에 문웅 원장을 만나면 북한의 걸그룹인 모란봉 악단을 평창올림픽에 보내달라고 초청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5일 중국 쿤밍서 2차 회담
평창에 모란봉악단 오면 대박
한국 걸그룹과 합동공연도 가능
김여정도 오면 남북관계 장기안정

작년 12월 18일 북 문웅 일행과
소주 맥주 양주 섞어 마시며 대화
당시 북 보위부 요원도 회담배석
남북단일팀 2~3개 추진할 것

4일 강원도청내의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조형물 앞에 선 최문순 지사. 최 지사는 ’북한과 접촉했을 때 스포츠를 매개로 남북관계를 뚫어보려는 의지가 있었음을 느낄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4일 강원도청내의 평창올림픽 마스코트 조형물 앞에 선 최문순 지사. 최 지사는 ’북한과 접촉했을 때 스포츠를 매개로 남북관계를 뚫어보려는 의지가 있었음을 느낄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승식 기자]

 
최문순-문웅 라인은 예전의 남북채널과는 성격이 다르다.
 
통-통라인(통일부-통일전선부)도 아니고, DJ 정부 시절의 임동원-박지원과 김용순-송호경 같은 밀사급 라인은 더더욱 아니다.
 
이들은 축구(제3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매개로 회담을 한 스포츠채널이다. 남북이 대화국면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데는 아마 그렇게 ‘덜 심각한’ 소재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18일 이들의 비공개회담에서부터 남북관계에 작은 돌파구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당시 축구를 고리로 만난 자리에서 최 지사는 북한의 평창겨울올림픽 참가를 공식제안했다. 약 2주일 뒤 평창겨울올림팍 참가 가능성을 열어놓은 ‘김정은 신년사’가 나왔다.
 
평창겨울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북한은 ▶대표단 ▶선수단 ▶예술단 ▶응원단을 보낼 수 있다.
 
최 지사는 이중 북한 예술단 참가에도 기대를 걸었다. 그는 “이번 평창겨울올림픽의 특징은 문화올림픽”이라며 “문화공연만 150개를 준비 중인데, 모란봉악단이 와주면 대박일 것”이라고 말했다. “모란봉악단과 한국 걸그룹이 합동공연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도 했다. ‘스포츠 데탕트’의 출발이었던 쿤밍 1차회담 막전막후를 들어봤다.
 
지난해 12월 18일 쿤밍에서의 1차회담에는 정확히 누가 나섰나.
“우리 쪽에서는 저와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장 등 2명, 북쪽에서는 문웅 원장과 김기혁 여명체육단장(북한의 군체육부대)등 5명이 나왔다. 문웅은 우리로 치면 국군체육부대, 상무팀 단장이지만 선군(先軍)정치를 하는 북한에서는 차관급으로, 상당히 실력 있는 인사다. 작년에 모든 남북간 교류가 끊겨있던 상태였는데, 문웅 라인만 살아서 우리와 교류사업을 하게 했을 정도 아닌가.”
 
당시 회담에 북한 보위부(한국의 국정원) 요원은 없었나.
“있었다.”
 
북한 보위부는 노동당이나 군 소속이 아니라 김정은 위원장 직속 기구다. 보통 군 출신이 보위부장을 맡곤 하지만, 김원홍이 숙청된 이후 현재 누가 맡고 있는지도 드러나 있지 않은 비밀조직이다.
 
그러면 저쪽도 상부에 보고는 되었겠다.
“그랬을 것이다. 정부도 다른 여러가지 경로로 북한 장웅 IOC위원 등에 (초청의사는) 전달했지만, 직접 전달은 그때가 처음이었으니.”
 
쿤밍에 갈 때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조율을 하고 갔나.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전화하고, 상의를 한 뒤 만났다. 문 대통령에게는 (참가요청을 하러 간다고) 따로 보고는 안 했다. 이미 다양한 경로로 참가요청을 하고 있던 때였으니까.”
 
‘다양한 경로’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들어 있다는데.
“반 전 총장이 IOC 윤리위원장이다. 반 전 총장이 직접 북한에 가거나 간접적으로 (북한에) 초청을 하는 것도 모색했지만, 구체적 진행은 잘 안 된 상황이었다고 알고 있다.”
 
쿤밍에서의 회담 분위기는 어땠나.
“상당히 긴장했다. 처음에는 서로 딱딱하고 경계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술도 한잔씩 하며 분위기가 풀렸다.”
 
술을 마셨나? 두시간 정도 회담한 걸로 알려져 있는데.
“아니다. 한 5시간은 했을 거다. 저분들이 북한 소주 2종류를 들고 왔다. 대동강 맥주도 갖고 왔다. 우리도 평창 공식건배주인 ‘설궁’과 국산 양주 등을 가져갔다. 서로 섞어 먹었다. 소맥, 양주폭탄주 다 돌았다. 꽤 많이 먹었다. 그분들 술이 세니까.”
 
최 지사는 북한 소주 이름을 기억못했지만 룡성소주, 송악소주 등이 대표적이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새해 첫날 “술과 맥주를 섞어 마시면 심장, 간 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도했을 정도로 그곳에도 폭탄주가 일반적인 문화로 자리잡은 상황이다.
 
어떻게 공식초청을 했나.
“미·중이 핑퐁외교를 하지 않았나. 만찬을 할 때 제가 ‘작은 공을 굴려 큰 공을 움직인다’는 말을 하면서 공식적으로 초청했다.”
 
문웅 원장 등의 반응은 어땠나.
“저쪽에서는 올림픽에 관한 얘기는 많이 안 했다. 너무 그쪽까지 공개적으로 진전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경계하는 분위기가 조금 있었는데, 나중에 분위기가 많이 좋아지고 그래서, (평창올림픽 참가 제안을) 잘 전달을 하겠노라고 하는 답을 받았다. (북한 반응을) 시원하게 말하고 싶으나, 그 경우 그분들은 굉장히 어려운 입장에 처할 수가 있음을 양해해 달라.”
 
회동에서 합의한 사항은.
“오는 6월에 평양, 10월에 평창에서 축구대회를 열기로 했다. 그 징검다리로 1월15일에 다시 쿤밍에서 축구대회를 하기로 합의한 거다. 그걸 보고 스포츠를 매개로 남북관계를 뚫으려는 의지가 있다는 점을 확신했다. 이미 일정이 정해진 유소년 축구대회도 못 열고 있다가 이번에 3년만에 쿤밍에서 열었는데 1월 15일 대회를 순순히 합의해 주더라.”
 
회동 당시 남북피겨단일팀을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실이다. 피겨 종목이 남녀 각 싱글, 남녀 페어, 아이스댄싱 네 종목인데, 우리가 이빨이 빠진 부분이 남녀 페어다. 남북이 합치면 묘하게 단일팀이 될 수 있다. 그때는 피겨만 얘기했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것은 크로스컨트리다. 북한선수 중에 크로스컨트리 예선을 뛰고 있는 선수가 있다. 우리는 굉장히 약해 팀 구성을 못하는 종목이다. 와일드카드를 받으면 단일팀을 구성할 수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에도 요즘에는 팀경기가 있어 단일팀이 가능하다. 쇼트트랙도 북한이 예전에 메달을 딴 경력이 있다. 1월 20일 정도까지 올림픽 예선이 진행되기 때문에 남북단일팀을 만들 수 있는 것이 한두개 더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1월 15일 설명할 예정이다.”
 
쿤밍회담에서 북측에 크루즈선으로 오는 방법도 제안했다는데 사실인가.
“그렇다. 북에서 오는 방식은 첫째, 금강산 육로로 오는 방법. 둘째, 평양 순안공항을 출발해 비행기로 오는 방법, 세번째가 크루즈선으로 뱃길로 오는 방법이 있다. 크루즈선으로 오면 숙박, 이동경로 문제, 경호경비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으면서 정치적 의미도 좀 더 있다.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이 공동결단식 또는 공동출정식을 하고, 원산항에서 환송식을 멋있게 한 뒤 출발해서 속초항에서 환영식을 하는 방법을 당시에 설명했다. 속초항은 크루즈항이다. 북한에 가기 위해 따로 준비하는 게 아니라 속초항에서 블라디보스톡을 운행하고 있는 배가 원산항에 들어갔다 오면 된다. 원산항에 대해서는 수심 조사도 마쳐 크루즈선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되려면 종국에는 비핵화라는 목표에 다가설 수 있어야 한다.
“남북관계는 유리그릇이다. 실무협상을 하다 깨지는 경우도 많으니, 이번에는 사소한 일들은 양보하면서 꼭 좀 성사시키자. 지난 2008년 2월 26일 평양에서 뉴욕필 공연이 열렸다. 그 당시 미국 국기가 평양에 게양됐고, 미국 국가가 연주됐다. 그때만 해도 북한과 미국 사이에 평화무드가 있었다. 그때 노동신문과 북한 당국에서 ‘사변적 결단’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 표현을 이번 김정은 위원장이 신년사에 다시 썼다. ‘사변적 결단’이란 표현을 쓴 만큼 올해 평창으로 시작해서 뉴욕필 평양공연 시즌2를 할 수 있지 않을까.”
 
북한이 보낼 수 있는 게 선수단 말고 대표단과 예술단이 있다. 대표단은 어느 정도급이 올까.
“지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때 북한 빅3(최용해, 황병서, 김양건)가 왔는데 잘 풀지 못해서, 이후 남북관계가 더 꼬이고 단절되다시피 했다. 당시 강원도 응원단을 버스로 싣고 인천에 갔다가 여자복싱 경기장에 들렀더니 본부석에 최용해·황병서·김양건 셋이 덩그러니 앉아있더라. 관중도 거의 아무도 없고, (남북)응원단도 없고, 썰렁해서 엄청 놀랐다. 큰일 났다 싶어 세 사람 옆에 앉아서 이 얘기 저 얘기 한참 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올림픽이니) 사실 그보다 더 고위층이 와야 하는데….”
 
그보다 더 고위층이라면 상징적으로 김여정 정도 오기를 기대하나.
“그렇게 (김여정이) 온다면…. 북쪽에서 가족은 특별하니까, 상당히 길게 관계를 안정적으로 가꿔갈 수 있겠다. ”
 
예술단은.
“지난해 12월 18일에 이미 선수단, 예술단, 대표단을 일괄해서 가능하면 규모가 크게 와줬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번에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도 공연단이 많이 온다. 북한에는 걸그룹이 있지 않나. 이번에 1월 15일 (회담에서는) 구체적으로 모란봉악단과 왕재산 악단 같은 팀들이 와주면 좋겠다고 할 것이다. 온다면 북한판 소녀시대인데, 우리 걸그룹들 하고 합동공연도 하고….”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체제 들어 결성된 여성 10인조 밴드다. 단원 대부분이 김정은 위원장 부인 리설주가 나온 금성학원을 나왔다. 북한 혁명 가요 외에 서양 클래식과 팝음악까지 소화한다. 단장 현송월은 김정일시대 만들어진 은하수관현악단 출신으로, 지난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 공연을 개막 3시간 전 파투낸 적도 있다. 과연 리설주의 후배들과 한국 걸그룹이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최문순(62)지사는 …
강원대 영어교육학과를 나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방송기자(MBC사회부 등) 출신으로 MBC노조위원장과 사장을 지낸뒤 2008년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으로 당선했다. 2011년 4월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MBC출신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한 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3선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강민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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