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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흑자 줄었는데 웃는 정부 … 한·미FTA 협상서 ‘유용한 무기’ 얻어

“다행스러운 숫자네요.”
 

작년 무역 흑자 200억 달러 아래로
한국, 미국산 셰일석유 수입 확대
무역 불균형 축소 성의 보인데다
환율조작국 가능성 낮추는 효과

지난해 대(對)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업무 담당 직원들은 이런 반응을 내놨다. 4일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는 179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2.7% 줄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액이 200억 달러를 밑돈 건 지난 2012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다.
 
무역수지는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수치다. 무역수지 흑자 폭이 크다는 건 수출로 벌어들인 돈이 수입으로 다른 나라에 지불한 돈보다 많다는 의미다. 대체로 흑자 규모가 큰 게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정부가 흑자 폭 감소에 대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이유는 뭘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무역흑자 대상국이 미국이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미국은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해왔다. 트럼프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들고나온 주된 이유 역시 무역수지 불균형이다. 상대적 약자인 한국 정부로서는 성의를 보여야 했다. 정부는 “흑자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에서 생산하는 셰일가스를 연간 25억 달러어치 수입하기로 하는 등 수입선을 늘린 이유다.
 
이런 ‘노력’의 결과가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에 반영됐다. 지난해 전체 대미 수입액은 506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7.2% 늘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들여온 천연가스·기타 석유제품 규모는 1년 전보다 121.9% 증가했다. 반도체 제조용 장비 수입도 102.8% 늘었다.
 
반면 수출은 686억2000만 달러로 전년보다 3.2% 늘어나는 데 그쳤다. 미국 정부가 ‘교역 불균형’의 주범으로 지목한 자동차(-3.9%) 및 차 부품(-15.6%)의 수출은 줄었다.
 
5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1차 협상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한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를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요구는 결국 한·미간 ‘무역 균형’을 맞춰달라는 것인데 정부의 노력으로 균형과 가까이 간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다만 “미국 역시 한국이 무역수지 흑자 폭 감소를 거론할 것이라고 예상할 것이기 때문에 정교한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소에 따른 긍정적인 영향은 또 있다. 미국은 2016년 2월 발효된 교역촉진법에 따라 매년 4월과 10월 주요국의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여기에서 ①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②경상수지 흑자가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며 ③외환시장 개입 규모가 GDP의 2% 이상인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환율조작국이 되면 미국 정부 조달시장 진출 제한과 같은 통상 제재를 당한다. 수출 호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한국은 세 가지 조건 중 앞의 두 가지를 충족했다. 그래서 한국은 지난해 10월 환율조작국 아래 단계엔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 밑으로 내려감에 따라 ①번 조건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그만큼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작아지는 셈이다.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폭은 줄었지만, 전체 무역수지 흑자는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수출 호조 덕에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는 957억7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가 1년 전보다 7.3% 늘었다.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시장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무역수지 흑자 폭이 추세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 전체 무역수지 흑자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53.7%에서 지난해 18.8%로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은 “앞으로 원화 강세, 미국의 한국산 주력 품목에 대한 무역 장벽 강화 등으로 대미 경상수지 흑자 폭이 지속해서 줄 수 있다”라며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 흑자 감소가 전체 무역 수지에 영향을 덜 주도록 새로운 수출 시장 발굴을 통한 교역 다변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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