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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김정은의 오판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미국의 한 언론은 2017년을 ‘김정은이 트럼프를 이긴 해’로 평가했다.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미국을 곤경에 빠뜨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오판을 거듭한 결과 궁지에 몰린 쪽은 김정은이다. 2018년은 그에게 매우 어려운 해가 될 것이다.
 
2년 전 4차 핵실험을 준비하면서 김정은과 그의 책사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가 핵과 미사일 실험을 계속해도 미국은 제대로 된 제재안을 만들지 못할 것이고, 만든다고 해도 중국이 협조할 리 없고, 중국이 협조한다고 해도 우리 경제는 끄떡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이 이제 오판으로 드러났다. 첫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에 관한 한 불도그같이 집요하다. 더욱이 그는 예측 불가능하고 순간 이동이 가능한 트위터라는 무기로 김정은을 괴롭힌다. 둘째, 중국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실행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북한의 대중 수출은 전년 대비 3분의 1 이상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북한 수출이 90% 이상 줄어들 수 있다. 최대 돈줄을 잃어버린 김정은이 극도의 배신감을 느낄 법하다.
 
무역제재에 취약한 ‘개방경제’로 바뀐 줄 몰랐던 것이 세 번째 오판이다. 국민소득과 같은 기초 통계조차 만들지 못해 자국의 경제구조를 알 수 없는 북한 정권은 관성에 따라 제재 효과를 과소평가했다. 그러나 제재가 예상치 못한 위력을 발휘하자 이번 신년사에서는 11번이나 자력과 자립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의 치명적 약점은 경제에 있다. 그는 경제가 좋아지면 그의 권력이 강화될 것으로 믿는 듯하다. 그러나 경제는 통제를 풀어야 발전한다는 것이 예외 없는 법칙이다. 통제를 풀면 시장은 확대되지만 권력은 축소한다. 더 나아가 시장을 제도화하면 경제는 비약하지만 절대 권력은 추락한다. 이것이 김정은의 핵심 딜레마다. 더욱이 지금 북한 주민은 이전과 다르다. 시장 발달은 이동과 교역, 통신과 상승 작용을 하면서 그들을 경제적 인간으로 재탄생시키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 발표에서 90도 절까지 했지만 돈을 절과 바꿀 사람은 없다. 시간은 결코 그의 편이 아니다.
 
김병연칼럼

김병연칼럼

김정은에겐 핵보다 어려운 것이 경제개발이다. 집권 이후 올해까지 일곱 번의 신년사에서 핵이란 단어는 42번 등장하지만 경제는 120번 나온다. 그만큼 중요하지만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김정은이 핵 무력을 완성한다고 해도 결국 남는 선택은 시장과 권력을 나누면서 중국 덩샤오핑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냐 아니면 절대 권력을 고집하다 루마니아 차우셰스쿠의 길로 갈 것이냐 정도다. 살려고 덩샤오핑의 길로 나온다면 핵과 미사일은 오히려 방해만 된다.
 
한국도 매우 어려운 한 해를 맞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조만간 핵 협상에 나올 것으로 관측한다. 신년사에서 김정은이 참가 가능성을 내비친 2월 평창올림픽이 그 계기가 될 것으로 희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미·북이 만난다고 해도 북한이 바라는 조건으로 핵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은 없다. 결국 김정은은 더 거세게 도발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전쟁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첫째, 북한의 의도와 한계를 꿰뚫어 보고 냉철해야 한다. 평창올림픽을 위해 북한과 대화할 필요는 있지만 이것으로 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개 꼬리를 잡고 개를 흔들려는 시도와 비슷하다. 특히 이 시점에서 제재를 완화하려는 것은 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궁지에 몰린 김정은을 구해 주면 오히려 북·미 간 대립이 심화돼 전쟁 가능성만 증가할 수 있다. 대신 보다 긴 호흡으로 제재와 압박을 지속해야 핵 위기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다.
 
둘째, 미·일과의 소통과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앞에서는 한·중이 아니라 한·미·일이 운명 공동체다. 안보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면 이를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우방과 얽힌 다른 문제의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경제·사회 등 북한 내부의 총체적 변화를 유도해 비핵화를 이루는 해법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부와 정치권은 진보·보수 간 극단적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쟁점을 부각시키지 않아야 한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옆에서 나를 지켜주고 함께 싸우는 데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국난 목전에서의 분열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를 넘어 통합으로 가야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다. 2018년은 더욱 그렇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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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