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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왜 걸리는지 모르겠다”는 아이돌 멤버 발언이 위험한 까닭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백현

“저는 소신 있게 얘기하면 우울증ㆍ불면증 왜 걸리는지 모르겠어요. 그거를 비판하는 건 아니지만, 여러분들 항상 좋은 생각 억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좀 주변에 기운 좋은 사람들 있잖아요. 친구들이 됐든 뭐가 됐든, 제가 있잖아요? 엑소 멤버들, 저를 보고 항상 여러분들 웃으셨으면 좋겠어요.”
 
지난달 30일 아이돌 그룹 엑소의 사인회 현장에서 이 그룹 멤버 백현이 팬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 발언 녹취 파일이 온라인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팬에 ‘위로의 말’을 했다지만, 자칫 우울증과 치료에 대한 편견을 키우고 환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사인회에 참석한 한 팬이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백현의 다른 발언도 논란거리다. 이 팬은  "우울증으로 약을 먹고 있다”고 했더니 백현이 "약은 먹을 때만 몽롱하게 기분 가라앉히고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 약을 끊고 힘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엑소의 한 팬이 SNS에 남긴 사인회 후기.

엑소의 한 팬이 SNS에 남긴 사인회 후기.

백현의 발언을 두고 전문가들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나온다.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고(故) 종현 사건이 발생한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베르테르 효과(유명인의 자살을 모방하는 현상)’를 걱정해왔다. 홍나래 한림대 평촌성심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최근 연예인이 숨진 사건 이후 환자들이 ‘힘든 마음 너무 이해가 간다’ ‘유서가 너무 마음에 와 닿았다’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한다”며 “분위기 자체가 들썩이는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발언”이라고 말했다.  
엑소(EXO) 시우민, 백현(오른쪽)이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7 SBS 가요대전’에 '故 종현' 추모 리?을 달고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25./뉴스1

엑소(EXO) 시우민, 백현(오른쪽)이 크리스마스인 25일 오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7 SBS 가요대전’에 '故 종현' 추모 리?을 달고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7.12.25./뉴스1

 
전문가들은 “아이돌 멤버 한 사람을 탓할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반에 우울증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퍼져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증은 마음먹기에 따라 극복 가능하다거나, 환자 개인이 힘을 내면 이겨낼 수 있는 기분의 문제가 아니다. 자칫 생명까지 위협하는 질환”이라고 단언했다. 백 교수는 “우울증 환자가 마음을 털어놨을 때 ‘마음을 바꿔라’ ‘기분이 나아지도록 노력해라’ ‘의지로 이겨내라’는 식으로 말하면 환자들은 아예 입을 닫게 된다”며 “격려하려는 의도로 한 말이겠지만 심한 우울증을 겪는 사람에겐 위험한 말이 될 수 있다” 고 말했다.  
 
이헌정 고려대안암병원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우울증은 우리 뇌의 기분을 조절하는신경전달물질 분비하는데 일시적인 장애가 생긴 것”이라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느끼는 우울한 기분과는 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기분 조절이 안 되고 잠도 잘 못자게 되고, 의욕이 저하돼 생활 리듬이 무너진다” 며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않으면 스스로 헤어나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우울증 약(항우울제)을 먹으면 중독성이 생긴다’는 인식도 환자를 위협하는 주장이다. 이헌정 교수는 “1970~80년대 개발된 항우울제의 경우 의존성ㆍ내성이 있는 약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최근 치료에 쓰이는 항우울제는 그런 부작용이 없어 안심하고 치료를 받아도 좋다”고 말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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