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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추적]물품보관함 1800만원 2시간 사이 사라진 사연?

지난달 14일 경기 고양시 지하철 화정역 물품보관함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현금 700만원을 보관하는 모습. [고양경찰서 제공 영상 갈무리 = 전익진 기자]

지난달 14일 경기 고양시 지하철 화정역 물품보관함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현금 700만원을 보관하는 모습. [고양경찰서 제공 영상 갈무리 = 전익진 기자]

 
대학생 A씨(23·여)는 지난해 11월 30일 검사를 사칭한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돼 대포통장이 개설됐는데, 그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돼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당신을 고소했다. 고소 사건은 검찰청 사이트에서 확인하면 된다”며 검찰청 사이트 주소를 알려줬다.

“대포통장 수사중”… 보이스피싱 사기에
대학생ㆍ사회초년생 등 대출 받아 피해
17명 총 1억3000만원 피해 당해 발동동
돈 훔쳐간 말레이시아인 조직원 2명 구속
‘한국서 큰돈 벌 수 있다’ 유혹에 범죄 가담

 
이에 깜짝 놀란 A씨는 그가 알려준 검찰청 인터넷 주소로 접속해 자신의 생년월일과 이름으로 조회했다. 실제 자신 명의의 사기 사건이 접수된 것을 확인했다. 이어 다시 전화를 걸어온 검사를 사칭한 조직원은 “이 사건은 특급 사기 사건이니 아무한테도 알리지 말고 전화도 끊지 말아라. 그리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안등급을 최대한 낮춰야 하니 최대한 대출을 받으라”고 하면서 대출받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알려줬다.
약 2시간 뒤 말레이시아 출신의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피해자가 보관 중이던 현금 700만원을 훔쳐가는 모습. [고양경찰서 제공 영상 갈무리 = 전익진 기자]

약 2시간 뒤 말레이시아 출신의 보이스피싱 인출책이 피해자가 보관 중이던 현금 700만원을 훔쳐가는 모습. [고양경찰서 제공 영상 갈무리 = 전익진 기자]

 
그는 이후 A씨가 저축은행 등 3곳에서 1800만원을 대출받자, “그 돈을 검수해야 하니 우리가 지정하는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넣어라, 그러면 담당 검사가 그곳에 갈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1800만원을 먼저 물품보관함에 넣었다. 하지만 만나기로 한 인근 커피숍에 검사는 2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제야 A씨는 사기임을 의심하고 돈을 넣어둔 지하철 물품보관함으로 급히 달려가 확인했다. 그러나 넣어둔 돈이 이미 모두 사라진 상태였다. A씨는 그가 일러준 검찰청 사이트가 가짜인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피해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주로 대학생과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대출까지 받게 한 뒤 돈을 가로챈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의 외국인 인출책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 고양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B씨(27)와 C씨(20) 등 말레이시아인 2명을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23일부터 12월 8일까지 A씨 등 보이스피싱에 속은 피해자 17명으로부터 1억3000만원을 가로챈 혐의다.
보이스피싱. [중앙포토]

보이스피싱. [중앙포토]

 
경찰 조사결과 이런 범행을 저지른 말레이시아 출신의 피의자들은 ‘한국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페이스북의 구인 광고를 보고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의 범죄에 가담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영어와 중국어가 널리 통용돼 이들은 중국 조직과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고, 여행방문 단기 체류 목적의 경우 무비자로 국내에 90일까지 머무는 게 가능했다.
 
이들은 건당 20만∼50만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하고 지난해 11월 말과 12월 초에 각각 처음으로 한국에 들어와 약 보름간 보이스피싱 조직의 지시에 따라 일을 했다. 이들이 피해자들의 돈을 총책에 넘겨주고 챙긴 돈은 250만∼300만원 수준이었다. 이들은 이렇게 챙긴 돈을  카지노에서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검거된 보이스피싱 조직은 중국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불법으로 수집한 개인정보를 이용, 20대와 30대의 사회초년생과 대학생들을 노린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조직은 대포통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계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발각될 우려가 적고 비용도 들지 않는 지하철 물품보관함을 이용하는 수법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마크. [중앙포토]

경찰 마크. [중앙포토]

 
조사 결과 이들은 검사를 사칭한 뒤 사기 사건의 대포통장 명의자를 수사 중이라며 전화를 건 뒤 피해자들에게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도록 해 사건 접수 내역이 조회되도록 해 믿도록 만드는 수법을 사용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보안등급을 낮추기 위해 최대한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속아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리는 ‘2차 피해’까지 겪었다. 이들은 계좌 이체도 아닌 물품보관함을 이용해 현금을 그대로 넘겨주는 바람에, 구제받을 방법조차 없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광엽 고양경찰서 지능팀장은 “정부기관에서는 절대 돈을 찾아 다른 곳에 보관하게 하거나 이체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며 “계좌인출 등을 요구하는 수상한 전화가 걸려 오면 보이스피싱을 먼저 의심하고 피해를 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양=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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