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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확증편향과 오보

기자들 사이에 주고받는 우스개 중 하나. “너무 많이 취재하면 기사가 안 돼.”
 
이쪽저쪽 다 이야기 듣고, 취재원들 사정을 다 알고 나면 기자는 고민한다. 처음 쓰려던 ‘야마’(기사의 주제)가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복잡한 사안을 일도양단하지 못하는 판단력 부족과 약한 심지를 자책하기도 한다. 팩트의 겉모습에 속기도 한다. 1986년 미국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 때 AP통신은 경악하는 승무원 가족의 사진을 타전했다. 그러나 이 사진은 발사 직후 환호하던 표정이었다. 어쩌다 딱 떨어지는 상황이 나오면 기자들은 반갑지만 그럴 때는 드물다.
 
지난해 12월 26일 새로 출발한 MBC ‘뉴스데스크’가 마지막 날 사과방송을 했다. 새 출발 첫날 내보낸 제천 화재현장 CCTV 보도가 사달이 났다. 소방대원들이 걸어다니거나 무전만 할 뿐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성 보도였다. 그러나 이들은 구급대원이거나 현장 지휘관이어서 직접 구조에 나설 상황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기사를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MBC가 약간 억울할 만하다는 생각은 든다. 전체 뉘앙스는 비판이지만 기사 자체는 단순 상황 묘사에 가깝다. 현장 소방관의 반론 소개로 넘어가려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세월호 보도는 구구절절 반성하면서 일반 오보는 그냥 넘어가느냐는 비판에 결국 보도 닷새 만에 사과문을 읽었다.
 
오보는 기자나 언론사의 ‘확증편향’에 기인한 것이 많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실수다. 화재 초기 대응이 엉터리였다는 생각에 소방관들의 행동이 다 문제로 보였을 것이다. 누구 하나라도 ‘혹시’라고 의문을 제기했으면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확증편향을 경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조직 내 비주류나 반대 집단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광신집단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을 외부와 격리하는 것이다.”(캐스 선스타인 미국 하버드대 교수 『우리는 왜 극단에 끌리는가』)
 
MBC는 최근 오랜 진통 끝에 지도부가 싹 바뀌었다. 새 사장 취임 이후 대규모 조직개편도 단행됐다. 보수 정권 내내 쌓인 사내 적폐청산을 위한 재정비라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묻히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이번 오보와 사과가 지금까지와 정반대의 확증편향에 대한 경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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