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가족 대신 전문경영인 승계 … 풀무원 오너의 퇴장

남승우

남승우

남승우(66) 풀무원 총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12월 31일 자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임직원들의 박수갈채도, 공식적인 퇴임행사도 없었다. “65세 연말에 사직서를 내겠다”는 평소 약속처럼 지난해 12월 28일 전자결제시스템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 풀무원 사외이사들이 남 전 총괄 CEO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게 퇴임식의 전부였다. 사외이사들은 “스스로 정년을 정해 은퇴를 선언하고 실행한 건 국내 기업사에 남을 새로운 이정표”라며 “한결같은 정신과 맑은 미소를 잊지 않겠다”고 감사패에 적었다.
 

33년간 회사 일군 남승우 전 CEO
나이 들면 기민성·기억력 떨어져
65세에 물러난다는 약속 지켜
상장기업은 내 것 아닌 공적인 것
‘경영권 상속’ 고집하면 문제 생겨

남 전 총괄 CEO는 인터뷰에서 “고령이 돼서도 잘할 수 있다고 하는 건 본인의 착각일 뿐”이라며 “정치인들은 그 나이에도 할 수 있겠지만 경영자는 업무량이 과중해 그 나이를 넘기면 기업 경영을 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 경영자들의 평균 은퇴 나이가 65세인데 나이가 들면 열정과 기민성, 기억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풀무원은 이효율(61) 신임 대표를 후임 총괄 CEO로 1일 선임했다. 이 대표는 1983년 ‘사원 1호’로 입사해 34년간 근속했다. 이는 풀무원이 올해부터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 남 전 총괄 CEO는 1남2녀를 두고 있다. 장남인 남성윤씨는 풀무원USA 마케팅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남 전 총괄 CEO는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에 대해 “풀무원은 개인 회사가 아니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이라며 “개인 기업은 오너 승계냐, 전문경영인 승계냐를 두고 이슈거리가 될 수 있겠지만 상장기업은 전문경영인 승계로 답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장기업은 퍼블릭 컴퍼니(공적 기업)의 성격이 있다”며 “이 문제로 고민할 이유가 없다. 상장기업을 하면서 가족에게 경영권을 승계시키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풀무원의 뿌리는 서울대 친구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버지 고(故) 원경선씨가 만든 풀무원농장이다. 현대건설에서 일하던 남 전 총괄 CEO는 원 의원의 권유로 84년 풀무원에 투자하며 경영에 나섰다. 84년 창사 첫해 10여 명으로 시작한 풀무원은 지난해 연말 기준 직원 1만 명을 둔 회사로 성장했다. 2016년 매출은 2조306억원이다.
 
남 전 총괄 CEO는 “84년 주부사원인 헬스 어드바이저를 모아 교육해 건강기능식품 방문판매 사업을 시작한 게 풀무원의 성장을 이루는 든든한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개념이 없던 국내 시장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이다. 풀무원은 2000년 식음료서비스 사업에 뛰어들면서 사세를 키웠다.
 
남 전 총괄 CEO는 “IMF 직후 단체급식 사업을 하는 한솔의 씨엠디를 인수해 푸드서비스업에 진출한 것도 잘한 일 중 하나”라며 “매출 5000억원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 굉장히 성공한 사례”라고 말했다.
 
풀무원은 새로운 시도를 이어온 기업으로 꼽힌다. 회사 주주총회가 대표적이다. 풀무원 주총은 토크쇼 형태로 진행되는데 남 전 총괄 CEO는 주주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하고, 주총이 끝난 뒤에는 주주들에게 풀무원 제품으로 만든 음식을 대접한다. 워런 버핏의 바비큐 주주총회와 비슷하다. 풀무원은 2005년 일본 전통 발효식품 낫토를 출시했다. 남 전 총괄 CEO는 “낫토 불모지인 한국에 제품을 출시한 건 한국인의 장 건강을 위해서였다”며 “특유의 냄새를 줄이고 일본과 달리 맛을 부드럽게 순화시킨 한국식 낫토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은퇴 1년 전부터 스마트폰을 활용한 영화 예매법 등을 익히고 있다는 그는 풀무원 이사회 의장 겸 상근고문을 맡을 계획이다. 보유하고 있는 풀무원 지분 217만 주(풀무원 전체 지분의 57.3%) 중 38만 주를 성실 공익법인으로 지정된 풀무원재단에 기부할 예정이다.
 
“이사회가 있을 때만 회사에 나올 계획이라 1년에 4~5번 정도가 될 것 같아요. 풀무원이 설립한 연구재단에서 인간의 본성이나 생명의 기원 등을 주제로 공부하려고 합니다.” 
 
◆남승우(66)
서울대 법대 졸업 후 1984년 대학 친구인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권유로 풀무원 투자와 경영에 나섰다. 유기농 농장에서 시작한 풀무원을 연 매출 2조원이 넘는 식품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