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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꼰대의 새해 다짐 "여보, 우리 침대 들여놓자"

기자
김성희 사진 김성희
김성희의 어쩌다 꼰대(26) 
“여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놔 드려야겠어요.”
모두 알다시피 이건 몇 년 전 큰 인기를 끌었던, 어느 보일러 회사의 광고 카피다.

신혼 이래 부모님께 안방 주고 좁은 방서 살아
분가후 안방 입성했지만 수천권 책이 공간 점령
삐걱거리는 무릎에 방바닥 생활 더 이상 힘들어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 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해진 경동보일러 광고. [사진 유튜브 캡쳐]

"여보, 아버님댁에 보일러 놓아드려야겠어요" 라는 광고 카피로 유명해진 경동보일러 광고. [사진 유튜브 캡쳐]

 
뜬금없이 이걸 떠올린 건 이를 패러디해 새해 다짐을 정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젠 다 안다. ‘담배를 끊겠다’ ‘외국어를 마스터하겠다’ ‘뱃살을 빼겠다’ 등 숱한 새해맞이 다짐이 그야말로 부질없는 연례행사에 그치리라는 걸. 
 
올핸 다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것 딱 하나. “여보, 우리 침대를 들여놔야겠어”란 소박한 꿈을 꾸기로 했다. 남들이 보면 하찮을지 몰라도 침대 구입이 새해 계획 중 으뜸으로 삼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70을 바라보게 된 지금까지 줄곧 침대 없이 지냈다. 온돌이 최고라는 소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침대에 누우면 ‘멀미’를 한다는 고질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오직 형편 탓이었다.
 
 
침대. [중앙포토]

침대. [중앙포토]

 
신방이라고 차린 것이 고교 때부터 혼자 쓰던, 3평 남짓한 방. 둘이 누우면 아내의 왼팔이 화장대에, 내 오른팔이 장롱에 닿았으니 침대는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처지였다. 두어 차례 이사하며 방은 조금씩 커졌지만, 함께 사는 부모님께 안방을 내드리고 나면 여전히 침대를 들여놓기엔 옹색했다.
 
몇 년 전 분가를 한 뒤 안방에 ‘입성’했지만 이번엔 책이 걸림돌이 됐다. 명색이 ‘북 칼럼니스트’다 보니 장서가 5000권을 훌쩍 넘는다. 이것들이 집안 곳곳은 물론 안방 벽까지 들어찬 바람에 침대를 놓으려면 방 한가운데 ‘아일랜드 침대’가 될 판이라 여태 침대는 남 얘기였다.
 
한데 생각을 고쳤다. 새해엔 무조건 침대를 들여놓기로. 이 나이에 새삼 침대에 대한 ‘로망’이 생긴 건 아니다. 조금이라도 편하기 위해서다. 아침저녁 이부자리를 깔고 개는 일도 꾀가 생겼거니와 언제부터인지 삐걱거리는 무릎을 위한 조치다. 
 
특히 어쩌다 한밤중에 화장실 가려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저절로 “에구” 소리가 나와 어둠 속에서도 혼자 민망해했다. 침대를 쓰면 그럴 일이 없을 게다. 그저 몸만 돌리면 바로 걸을 수 있으니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하는 수고를 조금이라도 덜 테니 말이다.


 
밥상보단 식탁이 편한 꼰대들
식탁. [중앙포토]

식탁. [중앙포토]

 
그러고 보면 같은 퇴직자들이 찾곤 하는 단골 식당에도 시나브로 테이블이 늘어간다. 나이든 이들이 예전처럼 퍼져 앉는 ‘밥상’보다는 ‘식탁’을 더 편해 하기 때문이라 했다. 
 
옛시조에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렀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했지만 백발이야 불편하지는 않다. 진정한 노화는 침대며 의자를 찾는 무릎에서 나타나는 것 아닐까.
 
그나저나 흙 침대, 돌침대, 변형 침대 하며 꿈에 부푼 내게 아내가 단호한 목소리로 찬물을 끼얹었다. “침대는 무조건 트윈이유!” 코골이를 더 못 참겠다나.
 
김성희 북 칼럼니스트 jaejae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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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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