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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23년 전 보석 허가의 진실도 언젠가는 드러난다

조강수 사회 데스크

조강수 사회 데스크

민유숙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지난해 말 국회 인사청문특위의 검증 과정과 결론은 뒷맛이 개운치 않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의혹 가운데 대직(代職) 사건 피의자에 대한 보석 허가 문제가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 유야무야 넘어갔기 때문이다. 관련 당사자의 직접 증언 외에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게 작용하긴 했지만 말이다. 사안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1994년 광주지법 형사3단독 판사로 재직할 때 형사2단독 판사의 사건을 잠시 대리하다가 주요 피의자를 보석 석방한 사실이 있는지와 그 사건 피의자가 4명의 사상자를 낸 중범이며 전관 강모 변호사의 부탁을 받고 보석을 허가했는지였다. 이에 대해 민 후보자는 보석 허가 결정을 내린 건 있는 듯하나 청탁은 없었고 담당 판사에게 항의를 받은 기억도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여기서부터 팽팽한 진실게임이 시작된다.
 

“당시 민유숙 대법관이 대행하며 보석 내준 건 내 사건
업무상 과오 바로잡느라 보석 취소 … 고통과 상처 받아”

나는 민 후보자가 일부 거짓말을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 의심’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23년 전의 일이라 기억을 못할 수 있다. 하지만 대직 사건 보석 허가를 당한(?) 판사 입장은 다른 것 같다. 당시 담당 판사는 방희선 변호사다. 사법개혁을 주창하고 사법부에 쓴소리하기로 유명하다. 방 변호사는 최근 기자에게 “94년 12월께 혈뇨가 나와 3주간 병가를 갔다가 돌아와 보니 민 후보자가 보석을 허가해서는 안 되는 여러 건의 교통사고특례법 위반 사건 피의자를 풀어줘 호되게 나무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 다음날 강 변호사가 자신을 찾아와 “내가 봐 달라고 부탁한 것이니 눈감아 달라”고 사정했단다.
 
“내 사건을 잠시 대행하면서 저지른 그의 직무상 큰 과오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나쁜 악역을 해야 했다. 보석 취소는 판사로선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라서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다.” 그는 당시에 쓴 일기장도 보여줬다. 94년 12월 15일자에 “신청사건 처리를 대행한 XX” “눈이 뒤집힐 지경” 등의 표현이 보였다. “원래대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그중 두 건은 보석을 취소하기로 최후의 결단을 내렸다”(20일), “드디어 보석을 취소했다”(23일)고 적혀 있다.
 
그가 23년 전 일기장까지 조작하며 음해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런 의심보단 “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번에 대법관에 제청되면서 기억이 났다.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최고 법관의 임용이라는 대의를 위해 국회가 부르면 증인으로 출석하겠다”는 말이 와닿는다. 방 변호사는 청문회 전에 더불어민주당 중진 의원이 전화를 걸어와 문병호 전 민주당 의원의 부탁인데 이번에 통과될 수 있게 봐 달라고 하더라고도 했다. 국민의당 최고위원인 문 전 의원은 민 후보자의 남편이다. 해당 중진 의원은 주광덕 의원도 찾아가 똑같은 부탁을 했다 한다.
 
그러나 방 변호사의 제보는 묻혀 버렸다. 4명이 죽거나 다친 문제의 사건에서 보석 신청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신빙성이 떨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 그 이후 반전이 일어나 강 변호사에게 보석을 허가해준 다른 사건이 확인됐다. 하지만 주 의원의 증인 채택 요구는 민주당의 거부로 불발됐다. 이후 청문보고서 ‘적격’ 채택, 본회의 인준이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민주당과 국민의당 이해관계가 맞아 철저한 검증 없이 넘어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이미 대법관이 된 분의 23년 전 행적을 다시 한번 짚고 국회의 검증 소홀에 이의를 제기하는 건 최고 법관의 업무 수행 및 재판의 공정성과 직결되는 것이라서다. 최근 김용덕 대법관은 퇴임사에서 “대법관들은 높고 끝이 날카로운 첨탑 위에 얹혀 있는 얇은 유리판 위에 서 있다. 그 유리판이 균형을 잃어 기울거나 양극단으로 치달아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깨진다면 사법의 신뢰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진실은 하나이고 언젠가는 드러난다. 김 대법관의 후임자인 민 대법관이 그 무서움을 기억하고 종국 판결에 임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조강수 사회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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