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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년 1년이라도 연장하자는 한국, 프랑스는···

먹고살 잡(job) 대신 즐길 워크(work)를 찾아라

더,오래 필진 개띠 3인방 신년 좌담회
먹고 살기 위한 일 아닌 즐길 수 있는 일 있어야
"집과 라이프스타일 다운사이징 필요"
노후에 돈 보다 '잘 노는 법' 중요

‘프랑스 154년 vs 한국 26년’

 
전체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인구가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서 20% 이상인 초고령사회가 되는데 걸린 기간이다. 한국에서 ‘은퇴·노후’란 단어가 여전히 막연하고 두려운 의미로 다가오는 까닭이다.
 
유럽이나 미국에선 적어도 3세대에 걸쳐 고령화가 진행됐다. 이와 달리 한국에선 불과 한 세대가 지나기도 전에 초고령사회를 맞게 됐다. 미처 준비할 여유가 없었으니 미래는 막연하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중앙일보가 온라인과 지면으로 연재하고 있는 ‘[더,오래] 준비하는 내일’ 콘텐트는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분야와 연령대가 서로 다른 필진 45명이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한다.
 
위에서부터 손웅익(58년생), 김정근(70년생), 박영진(82년생)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위에서부터 손웅익(58년생), 김정근(70년생), 박영진(82년생)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2018년 황금개띠해를 맞아 [더,오래]의 개띠 필진 세 명이 마주 앉아 은퇴와 노후 준비를 이야기했다. ‘작은집 이야기’를 연재하고 있는 1958년생 손웅익 건축사, ‘시니어비즈’를 쓰고 있는 70년생 김정근 강남대 실버산업학부 교수, ‘헤비인테리어’ 필자 82년생 박영진 탐디자인 대표다. 진행은 중앙일보 정경민 기획조정2담당이 맡았다.
 
우리나라에선 노인, 노후란 단어가 아직 무겁고 어두운 것 같다.

김정근=미국에서 노년학을 공부할 때 교수님이 "노인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뭐냐"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나는 외로움, 고독, 질병 같은 3고(苦)를 떠올렸다. 그런데 미국 학생들은 골프와 빨강 스포츠카를 꼽아서 놀랐다. 젊어선 자녀 때문에 밴을 타지만 은퇴하고 나면 스포츠카 타고 여유있는 생활을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한국에선 노후 빈곤을 막기 위해 정년을 1년이라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프랑스에선 정년 연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인다. 노후는 가난하고 외로운 시기가 아니라 본격적으로 인생을 즐기는 때라는 인식이 우리와 다르다.

그런 차이가 난 이유가 뭔가. 

김=미국에선 고령화사회에서 초고령사회가 되는데 94년이 걸렸다. 고령화가 서서히 진행됐기 때문에 노후 대비도 부모를 통해 배웠다. 선진국에선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30대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한다. 직장을 정할 때도 연봉이 높은 곳보다 퇴직연금을 많이 보장해주는 곳을 선호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본인의 소득의 10%를 사회보장연금(Social Security)으로 적립한다. 미국 퇴직연금인 401K는 우리 국민연금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투자한다. 그런데 우리 베이비부머 세대의 부모는 어떤가? 자식 뒷바라지 하느라 노후 준비는 엄두도 못냈다. 국민연금이 있지만 용돈 수준에 불과하다. 노년은 고달프고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랐으니 노후가 막연하고 두렵게 느껴지는 거다.

손웅익=준비가 안 돼있으니 불안하겠지만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도 없다. 요즘 경제력이 있는 기업체 임원이나 교수 출신 등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마다 흥미로운 게 있다. 모두 나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 나보다 훨씬 더 노후를 불안해한다. 베이비부머인 우리 세대는 그나마 집 한 채씩은 지니고 있지 않나. 이 집만 잘 활용해도 노후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르코르뷔지도 말년에 14.9㎡(4.5평)짜리 집을 직접 지어 살았다. 집에 대한 생각만 바꿔도 더 여유있는 노후가 될 수 있다.  

 
왼쪽에서부터 손웅익(58년생), 김정근(70년생), 박영진(82년생)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왼쪽에서부터 손웅익(58년생), 김정근(70년생), 박영진(82년생)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82년생 개띠는 노후 준비를 어떻게 하나.

박영진=아직 결혼도 못했고 노후 준비를 생각할 여유도 없는 게 현실이다. 다만 주변에도 직장을 다니면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식으로 부업을 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노후를 위해 뭘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막연하다. 젊었을 때부터 노후를 대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

김=미국에는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inancial Adviser)라는 재무설계 도우미가 일반화돼있다. 직장에 들어가면 "당신이 몇 년 동안 얼마를 저축하면 몇 년 뒤에 은퇴할 수 있고 월 얼마의 연금을 받는다"는 맞춤형 재무설계를 해준다. 그걸 따라만 하면 노후가 보장되니 불안해할 필요가 없어진다. 우리나라에서도 요즘은 금융회사마다 파이낸셜플래너(FP)나 프라이빗뱅커(PB)라는 재무설계사를 두고 있지만 고액 자산가 대상이다. 게다가 재무설계도 자기 회사 금융상품을 파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중산층을 위한 재무설계 서비스가 시급하다.

박=30대는 아예 노후를 포기해서 문제지만 베이비부머 세대는 인생을 즐길 줄 모르는 것 같다.

김=우리 사회에서는 놀면 죄악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휴가는 언제나 다 못 썼고, 낮에는 직장 사람들하고 일하고 저녁에도 직장 사람과 회식을 한다. 그러니 은퇴하고 나면 할 줄 아는 게 없고 만날 사람도 없어진다. 50대야말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라이프가 필요하다. 이것 저것 시도해 보고 놀 거리를 잘 찾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남아도는 시간이 은퇴 후 가장 괴로운 게 된다.  

손=지난 5월 마지막 직장에서 은퇴하면서 후배들에게 당부한 말이 있다. 나는 은퇴 준비를 50살에 시작했다. 매년 한 가지씩 새로운 걸 배워 자격증을 따거나 새 인간관계를 만들자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10년 동안 미술심리상담사, 자살예방상담사에 이어 최근엔 혼인상담사와 이혼상담사 자격증도 땄다. 계간 『문학의 강』 제13회 신인문학상 수필부문에 당선돼 수필가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림도 그리는데 언젠가 전시회를 열 꿈을 갖고 있다. 나는 늦게 시작해 10년이 걸렸지만 30대 후배들은 30년이 남았으니 지금부터 3년에 한 가지씩만 새로운 걸 해볼 수 있지 않나.

 
위에서부터 손웅익(58년생), 김정근(70년생), 박영진(82년생)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위에서부터 손웅익(58년생), 김정근(70년생), 박영진(82년생)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요즘 젊은 세대는 다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봐야 집을 살 엄두를 못 내니 아예 저축을 포기하고 좋은 차 타고 해외여행 다니며 현재를 즐긴다.  

김=중학생 딸이 방탄소년단의 '고민보다 Go'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가사를 듣고 놀랐다. 못 올라갈 나무 쳐다보지 말고 그냥 쓰자는 의미를 담고 있는 가사였다. YOLO와 탕진잼(재물 따위를 흥청망청 다 써서 없앤다는 뜻의 ‘탕진’과 재미를 뜻하는 ‘잼’을 합친 신조어로 소소하게 탕진하는 재미를 일컫는 말)이 반복되는 후렴구를 부르고 있는 딸을 보면서 좀 걱정이 되기도 했다.  

손=이젠 일에 대한 생각도 바꿔야 한다. 잡(job) 대신 워크(work)를 해야 한다. 잡은 먹고 살기 위한 거라면 워크는 즐기는 거다. 당장 돈 되는 것보다 재미있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는 한 가지 직업으로 평생 갈 수 없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거나 그동안 살아오면서 갖춘 네트워크나 노하우를 이용해 적지만 꾸준히 다양하게 소득을 발생시키는 게 필요하다. 먼저 인맥도를 그려보기를 추천한다. 앞으로 다 비슷한 처지가 될 텐데 서로 어떤 일을 만들고 도와줄 수 있는지를 분석해보라는 거다.

박=오늘 선배님들 말씀을 들으면서 그동안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됐다. 한편으론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간 단절이 심각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개띠 3세대가 모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돕고 일깨워줄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더,오래]가 세대 간 소통의 장이 됐으면 한다. 필진들의 연령대도 다양하고 하는 일도 각기 달라 늘 새로운 걸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위에서부터 손웅익(58년생), 김정근(70년생), 박영진(82년생)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위에서부터 손웅익(58년생), 김정근(70년생), 박영진(82년생)씨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배재공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사진=김경록 기자

58년 개띠 프리랜서 건축가 손웅익 '작은 집 이야기' 필자
손웅익

손웅익

나는 '58년 개띠'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씨와 동갑이었던 덕분에 고등학교 추첨 배정 1기 이른바 '뺑뺑이' 세대다. 뺑뺑이 1기는 동문회에도 못 갔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분위기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뺑뺑이 세대를 인정하지 않는 선배들도 많다. 한양대 건축학과를 다녔는데 대학 때는 문학동아리를 하며 매일 그림만 그렸다. 성적이 나빠서 한 학기를 더 다녔는데 그래도 당시에는 취직이 잘됐다. 대학교 졸업장도 받기 전에 대기업에서 척척 모셔갔다.  
 
무슨 베짱인지 나는 대기업에는 가고 싶지 않았다. 작은 건축사사무소에 가서 빨리 모든 일을 배워서 내가 직접 차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직장에서 몇 년 일을 배우며 건축사가 됐고, 따로 나와서 개업했다. 1989년에 건축사사무소를 차려 2014년까지 운영했다. 1988년에 결혼했는데 당시 돈이 없어서 처형한테 돈을 빌려 겨우 전세로 쪽방 아파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그렇지만 당시 우리나라에 건설 붐이 일 때라 건축자재가 없어서 집을 못 지을 정도였던 만큼 일감이 밀려들었다. 회사도 쑥쑥 컸고 아파트 분양도 받아 집도 늘렸다. 30대 초반에 골프 하러 다니고, 당시 돈으로 550만 원짜리 이탈리아 종단여행을 다녔다. 건축사사무소도 직원이 15명이나 됐다.
 
그러다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았다. 전혀 걱정을 안했던 협력사까지 뻥뻥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직원들 월급은 줘야했다. 융통할 수 있는 재산은 다 털어서 월급을 주다 빚까지 졌다. 그래도 당시 직원을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주변에선 미쳤다고 했다. 몸도 아팠고 아내는 우울증까지 걸렸다. 그러나 지금 와서 보면 그때 미련하게 직원들을 끌어안고 갔던 게 잘한 일이었다. 지난 5월 마지막 직장에서 은퇴했는데 그때 고락을 함께 했던 직원이 성공해서 자기회사 사무실을 공짜로 쓰라고 하더라.
김정근 강남대학교 실버산업학과 교수 시니어비즈 필자
김정근.

김정근.

70년생 개띠도 58년 개띠 못지 않게 굴곡을 겪었다. 내가 대학원을 졸업하고 막 사회에 진출하려던 때 외환위기가 터졌다. 취직하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 나는 어렵사리 직장을 잡았지만 주변엔 백수 친구들이 널렸었다. 비정규직을 전전하던 친구도 적지 않았다. 자살하는 사람 이야기가 신문 지상에 자주 등장했던 기억도 난다.
 
이후 미국에 가서 노년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박사 학위를 받고 직장을 찾을 무렵 이번엔 미국에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터지더라. 집값이 곤두박질하고 직장을 잃은 중산층이 길거리로 내쫓기는 걸 직접 목격했다. 미국에서 교수가 되려던 내 꿈도 물거품이 됐다. 다른 일자리를 구해 2년 정도 일하다 한국에 왔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한국과 미국의 금융위기를 둘 다 겪은 셈이다.
 
[더,오래]에는 시니어비즈를 연재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혁신적인 시니어비즈니스를 소개하려 한다. 
박영진 탐 디자인 대표 헤비인테리어 필자
박영진.

박영진.

인테리어를 하기 전엔 모델과 연기자를 했다. 연기자가 되기로 한 건 군대 말년 병장 때였다. 사회에 나가 뭘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였다. 그런데 늘 TV를 보다 보니 연예인을 하는 게 쉽고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후임병에게 "내가 저거 하면 잘 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가 "박영진 병장님이 최고십니다"고 했다. 그말을 곧이 곧대로 들은 게 화근이었다.
 
제대하자마자 연예 기획사를 찾아가 계약을 했다. 처음엔 연기자가 되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잘 안 되더라. 먹고는 살아야 했기에 모델 일을 겸업했다. 다행히 광고 모델, 사진 모델 섭외가 좀 들어왔다. 그러나 연예계 생활이란 게 너무 고달펐다. 입에 풀칠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다른 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떠밀리듯 인테리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인테리어 업계가 진입장벽이 낮다 보니 별의별 사람이 다 있더라. 공사대금을 떼이기도 해봤고 진흙탕 싸움을 한 적도 있다. 처음에는 많이 불안정했는데 이제는 직원도 영입하게 됐고 처음보다 많이 안정됐다. 직장생활이 아닌 연예계 또는 자영업 계통에 있다 보니 사람이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걸 많이 봤다. 항상 불안하고 직업의 안정성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아직 젊지만 노후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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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더,오래

[더,오래]의 심벌은 쉼표입니다. 앞만 보며 인생을 달려오다 한 번쯤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여유를 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기자가 쓰고 독자가 읽는 일방통행 미디어를 탈피하고, 독자가 필자이자 또 다른 독자가 되는 참여형 콘텐트를 실험이기도 합니다. 
 
현재 45명의 필진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매일 창업, 재취업, 건강, 취미, 주거, 날씨, 귀농귀촌, 패션, 관계, 여행, 연금, 세무, 법률 등을 주제로 디지털 콘텐트를 연재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필진이 쓰는 체험형 콘텐트는 독자로부터 뜨거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올해는 '준비하는 내일'을 슬로건으로 더 세분화되고 확장된 '더,오래' 서비스를 시작합니다. 누구나 더,오래 필진이 될 수 있습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주저하지 마시고 [더,오래] 필진에 도전해보세요.


주제 :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주기 : 최소 월 1회, 매월 10일과 20일 마감
분량 : 회당 2000자 내외(사진 등 이미지, 동영상으로 구성해도 무방)
요건 : 다른 곳에 게재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
혜택 : 중앙일보 디지털 홈페이지와 지면에 게재(지면 게재 시 소정의 원고료 지급)
참여방법 : theore@joongang.co.kr으로 원고와 연락처, 자기소개서를 보내면 간단한 심사를 거쳐 필진으로 위촉
정리=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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