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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형제, 아름다운 '간 이식 경쟁'이 간암 아버지 살렸다

30대 형제가 아버지에게 간 일부씩을 떼어 준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은 수술 전 찍은 모습. (왼쪽부터) 형 김민배 씨, 아버지 김철주 씨, 동생 김성환 씨. [사진 김민배씨]

30대 형제가 아버지에게 간 일부씩을 떼어 준 사실이 알려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진은 수술 전 찍은 모습. (왼쪽부터) 형 김민배 씨, 아버지 김철주 씨, 동생 김성환 씨. [사진 김민배씨]

30대 형제가 간암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서로 간 이식을 하겠다고 나섰고 결국 둘 다 부분 이식에 참여해 아버지를 살렸다. 간암이 재발해 간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는 아버지를 위한 '형제의 아름다운 경쟁' 소식이 2017년 한 해를 마감하는 마지막 날 전해지면서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에서 교직원으로 근무하는 김민배(36)씨는 지난 9월 청천벽력(靑天霹靂) 같은 소식을 접했다. 2007년 간암 수술을 받아 완치됐던 아버지(62)가 간암 재발판정을 받아서다. 게다가 아버지가 모계(母系)수직 간염 보균자여서 더 이상의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얘기까지 들었다.
 
고민에 빠진 민배씨는 의사와 상의하다가 “간 이식 수술은 가능하다”는 실낱같은 희망의 말을 들었다. 그는 “제 간을 이식해 드리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평창겨울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일하는 동생 성환(34)씨가 제동을 걸어서다. 성환씨는 “아들 된 도리로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형은 조카들이 있으니 내가 하겠다”면서 형을 만류했다. 자식이 없는 자기가 나서겠다는 것이다. 형 민배씨는 아들(7)과 딸(3) 등 1남 1녀를 둔 가장이다.  
 
형 민배씨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무슨 소리냐 너야말로 평창 겨울 올림픽이 내년 2월에 개막하는데 수술로 인해 공백이 생기면 추후 너의 인생, 너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맞섰다. 성환씨는 지난해 11월 결혼한 신혼이다. 또 조직위에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일을 하기 위해 계획인 중 상태다. 
 
이렇게 형제의 아름다운 경쟁은 결론이 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간 이식 가능 검사를 받았는데 형제 모두 ‘이식 가능’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민배·성환 형제의 아내들도 ‘우리 남편이 해야 한다’고 맞섰다.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 주겠다며 아름다운 경쟁(?)을 벌인 김민배·성환씨. 올 여름 가족여행에서 찍은 사진. 왼쪽 두번째가 민배씨,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성환씨 [사진 김민배씨]

아버지에게 자신의 간을 떼어 주겠다며 아름다운 경쟁(?)을 벌인 김민배·성환씨. 올 여름 가족여행에서 찍은 사진. 왼쪽 두번째가 민배씨,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성환씨 [사진 김민배씨]

 
형제의 아름다운 경쟁에 반전이 일어났다. 형제의 간의 크기가 일반 성인들보다 조금 작아 한 사람의 것만으로는 이식이 불가능했다.  
 
간을 이식할 때 이식하는 사람의 간 100% 중 65%만 이식이 가능하다. 최소한 35%는 남아 있어야 회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형제 모두 65%를 떼어낼 경우 남은 간의 양이 27~28%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형제의 간을 조금씩 떼어 내는 방법 밖에 없었던 것이다. 형제는 이구동성으로 "차라리 잘됐다"며 수술대에 같이 오르기로 했다.
 
지난 19일 형제는 아버지와 함께 수술대에 올랐다. 각기 다른 두 명의 간을 한 명에게 이식하는 수술은 쉽지 않다고 한다. 실제 이들 부자 3명의 간이식 수술은 보통 일대일 수술보다 8시간이 더 걸려 22시간 만인 다음날 오전 6시가 돼서야 끝났다고 한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형제의 아름다운 경쟁은 수술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형 민배씨의 간에서 45%, 동생 성환씨의 간에서 35%가 각각 떼어져 아버지에게 이식된 것이다. 
수술 후 회복한 형제는 지난 28일 같이 퇴원했다. 아버지는 현재 병원에서 건강한 상태로 회복중이다.

 
31일 아버지 병문안 가는 길에 기자와 통화한 민배씨는 “수술이 끝난 뒤 중환자실에 누워계신 아버지를 찾아뵈었는데 아버지가 쓰신 뜻밖의 메모를 받아 가슴이 짠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가 눈을 뜨자마자 "스케이치북을 달라"고 해 드렸더니 '사랑한다. ♥’는 메모였다고 한다. 동생 성환씨도 나중에 메모를 보고 가슴이 벅차올랐다고 했다.
 
형 민배씨는 “수술 전 보다 빨리 피곤해지고,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뿌듯하고 역시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아버지가 빨리 회복하셔서 건강하게 퇴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생 성환씨도 “아버지께서 잘 회복하고 계셔서 기쁘고 앞으로 가족 모두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퇴원하시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형 민배씨는 “식구 여덟명이 한 자리에 모여 맛있는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동생 성환씨는 “지난 여름에 다녀온 가족여행을 새해에 다시 한번 다녀오고 싶다”고 말했다.
 
용인=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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