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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소도둑놈마을', '태산선비마을'… 이색 농촌들

기자
김성주 사진 김성주
김성주의 귀농귀촌이야기(11) 
연말연시다. 정유년이 가고 무술년이 온다. 2018년엔 어떤 일이 다가올지 모르지만 2017년을 결산하고 마무리 짓는 것이 먼저다. 

 
지금 농촌에선 마을 총회가 한창이다. 올해 추진한 마을 공동사업의 결과를 정리하고 손익을 따져 마을 주민과 공유하는 것이 총회다. 농촌 마을이라고 연말 농한기에 마냥 노는 것이 아니다. 마을마다 조직이 구축돼 있어 결산 총회를 하고 다음 해 사업을 의결한다.
 
 
농업회사법인 조합원이 결산을 하고 있다. [사진 김성주]

농업회사법인 조합원이 결산을 하고 있다. [사진 김성주]

 
농·어·산촌은 마을 단위로 법인체와 같은 조직이 결성돼 움직이고 있다. 귀에도 익숙한 농협이나 수협은 농업인이나 어업인이 출자해 만든 협동조합이다. 작은 단위로 농민 5인 이상 모여 협동조합을 결성하기도 하는데 이를 영농조합법인이라고 한다. 대표이사와 감사, 이사를 구성해 창립총회를 거쳐 출자금을 모으고 등기소에 농업경영체로 법인 설립 등록을 한다. 
 
 
1인 농업 법인도 
이와 비슷하면서 다른 것으로 농업회사 법인이 있다. 농업회사 법인은 1명만으로도 법인을 세울 수 있고 주주를 모으는 데 제한이 없으며 주식의 양수와 양도가 가능하다. 농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기업으로, 일반 회사처럼 운영하면서도 농업 소득은 양도소득세·부가가치세·배당소득세 등이 면제되는 특징이 있다. 농업 관련 사업에 관심있는 사람은 알아둘만 하다. 
 
어촌에서는 영어조합법인이 있다. 농(農)을 어(漁)로 바꾼 것이니 괜스레 잉글리시 조합이냐고 아재 개그를 하지 마시길. 농업인의 가족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개인 사업자를 낸다. 예전 같으면 그냥 이름만 건 농가였지만 지금은 버젓이 개인사업자로 등록해 경영하고 있다. 번듯하게 부가세와 소득세를 내는 것이다. 
 
물론 농산물은 면세품에 해당하기 때문에 농산물 판매에 부가세를 내지 않지만 가공품이나 민박, 체험상품은 부가세가 붙는다.  많은 농가가 농장 이름을 짓고 세무서에 가서 개인 사업자를 내는데, ‘ㅇㅇ농장’, ‘ㅇㅇ농원’ 식으로 이름을 짓는다.  
 
 
안나농원 주인장 김재석씨(오른쪽). [중앙포토]

안나농원 주인장 김재석씨(오른쪽). [중앙포토]

 
농장 이름들이 매우 재미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배나무 과수원은 ‘안나 농원’이다. 60대 귀농·귀촌 부부인데 부인의 가톨릭 세례명이 안나라서 ‘안나 농원’으로 지었다. 
 
경기도 이천의 곤충 농장은 주로 딱정벌레를 기르기 때문에 ‘비틀즈 자연학교’라 이름 지었다. 딱정벌레가 영어로 ‘Beetle’이기 때문인데 그 유명한 비틀스와 발음이 같다..
 
경북 상주의 ‘우공의 딸기농원’은 말그대로 농장주가 우직하게 농사를 지어서 우공(愚公)이라 불린다. 마을 주민들이 모두 선비와 같다고 해 ‘태산선비마을’이라 불리는 마을이 전북 정읍에 있다. 
 
 
평창군 진부면 소도둑놈마을에선 산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은 산적으로 분장한 주민들. [사진제공=평창군]

평창군 진부면 소도둑놈마을에선 산적 체험을 할 수 있다. 사진은 산적으로 분장한 주민들. [사진제공=평창군]

 
심지어 강원도 평창에는 ‘소도둑놈마을’이 있는데 주민들이 소도둑 같이 생겨서 소도둑놈 마을이 아니라 아주 오래전 산적이 출몰했던 지역이었고 지금은 도시인의 마음을 훔치겠다는 각오가 생겨 ‘소도둑놈 마을’이라고 이름 지었단다. 참으로 해학이 넘친다. 홈페이지에 가면 마을 대표는 자신을 ‘산적 두목’이라고 칭한다.
 
그리고 마을기업이 있다. 마을의 자원을 활용해 주민들이 주도하는 공동 사업으로 벌어들인 이익을 배분하는 조직인데, 도시와 농촌에 모두 존재한다. 마을기업의 조건은 마을이 중심이라는 것만 충족하면 된다. 그래서 영농조합, 농업회사, 협동조합, 주식회사 등 여러 형태의 참여가 가능하다. 마을 기업 육성 정책도 다양하게 시행된다.
 
 
마을 총회 후 대동제 열려
마을 총회. [사진 김성주]

마을 총회. [사진 김성주]

 
마을 총회를 마치면 마을에서는 한바탕 대동제가 치러진다. 일 년 동안 수고하였다고 막걸리 한 사발씩 돌리며 떡과 음식을 나눈다. 살벌한 주주총회를 거치거나 요식행위의 이사회를 하는 대기업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이다. 다 같이 고생하고 다 같이 나누자는 우리의 두레 정신이 아직도 마을에 남아 있다.
 
지금 농촌엔 개인 농장, 영농조합, 농업회사법인, 주식회사, 사회적기업 등 다양한 형태의 농업 법인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 문화예술을 목적으로 구성된 협동조합도 있다. 
 
옛말에 혼자 가면 빠르게 가지만 여럿이 가면 멀리 간다고 하였다. 귀농·귀촌을 혼자서 분주히 움직이느니 여럿이 함께 가며 멀리 갈 궁리를 해야 한다. 농업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눔의 경영이고 농사를 안 지어도 성원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성주 슬로우빌리지 대표 sungzu@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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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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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