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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사 함께 한 동경이·삽살개·진돗개, 난 네게 반했어

한국의 토종개 중 천연기념물은 모두 3종(種)이다. 1962년 진돗개(53호)가, 92년 삽살개(368호)가, 2012년에 경주개 동경이(540호)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토종개들이 제 모습을 온전히 간직하고 개체 수를 늘릴 수 있었던 건 보존과 연구에 인생을 바친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개띠의 해인 2018년 무술년(戊戌年), 그것도 ‘황금개의 해’를 앞두고 토종개를 지킨 이들을 만났다. 
 
‘경주개 동경이’의 혈통을 고증하고 개체 수를 늘려 온 최석규 동국대 생태교육원 교수. 조한대 기자

‘경주개 동경이’의 혈통을 고증하고 개체 수를 늘려 온 최석규 동국대 생태교육원 교수. 조한대 기자

① 신라 토우에서 본 동경이에 빠진 최석규 교수
지난 21일 ‘경주 교촌 한옥마을’에 다다르자 개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즈넉한 고분군과 한옥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활짝 열린 나무 대문 위로 ‘경주개 동경이 체험관’이라고 적힌 현판이 눈에 띄었다. 마당엔 동경이 10여 마리가 자기 보금자리에 들어앉아 있었다. ‘동경이 아빠’라 불리는 최석규(59) 동국대 생태교육원 교수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환경운동가였다. 경주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설치 반대운동을 하기도 했지만 막지는 못했다. 그는 “대단히 허무했다”고 했다. 이후 환경운동까지 접었다. 서라벌대 애완동물과 교수였던 그는 2005년께 우연히 경주국립박물관에 갔다가 인생의 전환점을 찾게 된다. ‘신라 토우(土偶) 전’이 열리고 있었다. 흙으로 만든 인물과 동물 중에 꼬리가 뭉툭한 개 토우도 있었다. 경주 토박이 주민들이 종종 “꼬리 짧은 개인 ‘신라개’가 있다. 귀중한 토종개”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는 전율을 느꼈다고 했다. 최 교수는 “동경이에게 순수한 학자적 관심이 생긴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때부터 서라벌대 성기창∙이은우·박순태 교수와 함께 동경이 ‘혈통 고정(보존)화’ 연구를 했다. 환경 분야에 쏠려 있던 그의 관심은 다시 개를 향했다. 경주 지역의 토종 동경이 70여 마리를 찾아내 개체 수를 늘렸다. 혈통을 고증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2009년엔 농학박사(축산 분야) 학위를 땄다. 최 교수 등의 노력으로 2012년 동경이는 천연기념물 540호에 이름을 올렸다.
 
최 교수는 “동경이는 반려견으로서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과 친화적이고, 낯선 사람이 다가와도 짖을 뿐 달려들진 않는 특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집에서도 동경이 3마리를 키우고 있다.
 
최 교수는 “시민들이 키우는 80여 마리를 포함해 경주 전역에 487마리가 있다. 이 중 300마리에 한해서만 국가와 시에서 사료비와 예방접종비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운영비·인건비 등은 동경이보존협회 회원들의 기부금과 회비로 충당되고 있다. 개의 해를 맞아 동경이가 더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삽살개 보존에 힘쓴 하지홍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 조한대 기자

30년 넘게 삽살개 보존에 힘쓴 하지홍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 조한대 기자

②온순한 삽살개 세계에 알린 하지홍 교수
경북 경산의 하양읍에서 차로 20분을 가면 삽살개 400여 마리가 사는 ‘한국삽살개재단’이 나온다. 삽살개 보존을 위해 경산시가 세운 곳이다. 삽살개를 토종개로 되살린 하지홍(64) 경북대 생명과학부 교수의 일터이기도 하다. 지난 22일 하 교수는 두꺼운 점퍼에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삽살개 사육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삽살개는 수캐의 경우 어깨 높이가 55~60㎝에 이를 정도로 덩치가 있어 기자를 뒷걸음질하게 했다. 하 교수는 웃으며 “정적인 녀석이다. 온순하고 소심한 성격 탓에 사람을 절대 물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간식 욕심도 없고, 움직이는 물체를 쫓는 물욕도 없다. 사냥개·경비견으로 미달이다”고 했다. “빗질해 주는 것 외에는 기르기 편해 반려견으로 좋다”는 하 교수의 표정은 자식 자랑하는 부모 같았다.
하 교수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유전공학을 전공했다. 85년 경북대 교수로 부임했을 때 같은 대학 수의학과 교수를 지낸 아버지의 동물농장을 찾았다. 자신의 학창 시절에 20마리였던 삽살개가 8마리밖에 남지 않았다. 그가 개 유전학을 연구하기로 마음먹은 순간이다. “삽살개는 제 어린 시절의 일부였죠. 그만큼 애정이 컸으니까 그런 결심을 했던 것 같아요.”
 
89년 천연기념물 지정을 받기 위해 호기롭게 문화재청을 찾아갔던 하 교수는 퇴짜를 맞았다. 개체 수도 적고, 삽살개가 토종개라고 입증할 자료도 부족했다. 9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까지 꼬박 7년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는 최근 털이 짧은 삽살개인 ‘고려개’ 복원에도 성공했다. 이 중 ‘바둑이’(털 짧은 얼룩무늬 삽살개)도 있다. 이 종들은 아직 천연기념물은 아니다. 삽살개의 아버지이자 친구로 살아온 그의 고민은 다음 세대다. “30년간 삽살개 보존에 힘썼다. 후계자가 없는 게 안타깝다. 뜻을 가진 젊은 연구자들이 와 주길 기다리고 있다. 육종 연구를 통해 일본·중국처럼 많은 토종개가 나오고, 한국의 문화 자산으로 길러지길 바란다.”

19년째 진도에 살며 진돗개를 관리·연구하는 오석일 진돗개사업소 박사. 프리랜서 오종찬

19년째 진도에 살며 진돗개를 관리·연구하는 오석일 진돗개사업소 박사. 프리랜서 오종찬

③진돗개처럼 충직하게 그들을 지키는 오석일 박사
목포역에 내려 시외버스를 타고 ‘진돗개사업소’에 도착했을 때, 오석일(50) 박사는 서울에서 온 기자는 안중에 없었다. 장염에 걸린 새끼 진돗개를 진료하고 있었다. 진도에 동물병원이 없다 보니 그가 수의사 역할도 한다. 진도에 사는 1만 마리가 넘는 진돗개는 모두 그의 연구·관리 대상이다.
 
전남대 수의학과를 졸업한 그는 진돗개를 연구하던 지도교수를 만나 석·박사 과정 모두 진돗개에 관한 연구를 했다. 사업소가 생길 때 연구사로 취직했고, 19년째 진도에서 살고 있다.
 
오 박사는 진돗개를 “잘난 맛에 사는 애들”이라고 표현했다. “훈련을 시켜보면 정말 빨리 습득해요. 그런데 자기가 하기 싫으면 요령도 피우고, 고집도 부리죠.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동물을 쫓는 사냥개 습성이 있지만 사납지는 않다는 게 오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집 잘 지키는 진돗개의 이미지를 색다르게 해석했다. 오 박사는 “활발하게 뛰어놀아야 할 녀석들을 집에만 묶어 놓으니 낯선 사람과 같은 외부 환경에 예민해지고 놀라게 된다. 낯선 사람이 오면 짖고 사납게 행동하는 걸 ‘집 잘 지킨다’고 칭찬해 주니 더 그렇게 변한 거다”고 말했다. 그는 “어려서 사회화 훈련을 받은 녀석들은 사람들과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진돗개 중에는 백구·황구만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흑구·호구·재구(잿빛털 개)와 바둑이(얼룩무늬), 눈 위만 백·황색 털이 난 ‘네눈박이’ 등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는 게 오 박사의 생각이다. 그는 “백구·황구를 제외한 나머지 종에 대해 진짜 진돗개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는 건 사실이다. 애호가나 학계에서 진돗개 망칠 사람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이 종들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보존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S BOX] 불개·제주개·풍산개도 혈통 남아 있는 토종
한국 토종개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3종이 전부가 아니다. 혈통이 남아 있는 종은 불개·제주개·풍산개 등이다. 거제개·해남개·오수개는 사라졌다.
 
제주개

제주개

이 중 지금까지 보존 연구가 가장 활발한 종은 제주개(사진)다. 주둥이가 뾰족하고 꼬리는 빗자루처럼 꼿꼿한 게 특징이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1986년부터 제주개 3마리를 찾아 혈통을 보존하고 개체 수를 늘려 왔다. 현재 축산진흥원에는 49마리가 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144마리를 일반에 분양하기도 했다.
 
축산진흥원은 천연기념물 지정 준비도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3일 천연기념물 지정 전까지 분양을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김대철 축산진흥과 사무관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 위해 순수 혈통을 증명할 수 있는 유전자 분석 연구와 제주개가 등장하는 옛 문헌 등을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눈·코·발톱 등이 붉은 색인 ‘불개’는 2005년 개체 수가 60여 마리까지 늘기도 했지만 현재는 보존 연구가 미진한 상태로 알려졌다. 
 
조한대 기자
 
경주·경산·진도=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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