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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수익 높이려…‘외환은행 금리 조작’ 무죄 확정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로 있던 당시 대출금리를 조작해 수백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기소됐던 전‧현직 외환은행 임직원들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론스타 먹튀 논란과 함께 시작된 검찰 수사와 법정 공방은 4년여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론스타 인수 후 재매각 가치 높이려
기업대출 가산금리 무단 인상 의혹
4년간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 무죄 확정
헐값매입·먹튀 논란 론스타엔 면죄부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모(63) 전 부행장 등 임직원 7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했다.
 
사건은 2013년 외환은행이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해 대출이자를 과다하게 받은 것을 확인한 금융감독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시작됐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논란으로 2006년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던 검찰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정황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핵심인물인 스티븐 리 전 론스타코리아 지사장은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고, 론스타 경영진에 책임도 묻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됐다.
2006년 3월 30일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에 입주한 론스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중앙포토]

2006년 3월 30일 검찰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해 서울 역삼동 스타타워 빌딩에 입주한 론스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중앙포토]

 
2010년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51.02%를 하나금융지주에 넘기면서 먹튀 논란이 가열됐다. 론스타가 7년 만에 원금을 빼고 챙긴 이익은 4조7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2년 뒤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수조원대의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하면서 비난 여론이 고조됐다.
 
금감원은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실시한 검사에서 론스타가 대주주로 있던 2006년부터 2012년까지 본점 차원의 지시로 전국의 영업점에서 조직적으로 가산금리를 무단 인상한 사실을 밝혀냈다.
 
수사의뢰를 받은 검찰은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당시 최운식 부장)에 사건을 맡겨 외환은행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면서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외환은행이 321개 영업점에서 1만1380건의 대출 가산금리를 무단으로 올려 303억원의 이자를 불법으로 챙긴 사실을 밝혀냈다.
 
외환은행 금리 조작 의혹 당시 론스타가 선임한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중앙포토]

외환은행 금리 조작 의혹 당시 론스타가 선임한 리처드 웨커 외환은행장 [중앙포토]

검찰은 이 과정에 대주주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재매각 가치를 높이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대출금리 인상이 무단으로 이뤄진 시기는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 위축을 방어하려고 한국은행이 여러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은행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외환은행을 되팔 목적을 갖고 있던 론스타는 은행 재매각 가치 하락과 주주배당 수익을 지키려고 일정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무단으로 인상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2013년 당시 기업사업본부장이었던 권 부행장과 지점장 등 임직원들을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로 기소했다.
 
재판에선 외환은행이 고객(채무자)에게 적법하게 금리 인상을 통보하거나 협의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구두로만 협의하거나 통지했을 뿐 약관상 정해진 방법인 서면통지를 하지 않아 ‘적법한 통지’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며 컴퓨터 등 사용 사기가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을 맡았던 서울중앙지법 형사 29부(윤승은 부장)는 “서면통지 절차가 없더라도 상당한 방법으로 통지 절차가 이루어졌다면 그에 기초한 가산금리 인상이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가산금리 인상에 관해 피해자의 동의와 피해자에 대한 통지 절차가 없었거나, 외관상 통지 절차가 있었다 할지라도 그것이 피해자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사실상 통지 절차가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한다”며 “검사의 주장만으로는 이런 증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론스타 인수부터 매각까지. [자료제공=외환은행]

론스타 인수부터 매각까지. [자료제공=외환은행]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 11부(서태환 부장)도 “외환은행이 구두로라도 고객의 동의를 받거나 고객과 합의해 가산금리를 인상했다면 이는 유효하다 할 수 있고, 약정서 작성이나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은행이 무단으로 금리를 인상했다거나 채무자를 기망했다고 할 수는 없다”며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이 무죄를 확정함에 따라 론스타는 먹튀 논란에서 일정 부분 면죄부를 받게 됐다. 대신 검찰은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 수사에 이어 론스타를 겨냥한 두 번의 수사에서 모두 패배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으로 받은 현금배당액은 1조7099억원에 달했다. 당시 외환은행의 배당성향은 평균 52.7%(2009~2010년 기준)로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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