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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물오를 2018년 경제, 물 빠질 때를 대비해야

김광기 경제연구소장

김광기 경제연구소장

글로벌 금융위기 10년차인 내년 경제 전망이 흥미롭다. 국내외 연구기관을 망라해 장밋빛 일색이다. 2018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6% 선으로 올해보다 0.2%포인트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지난해 이맘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바짝 얼어붙었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주요 20개국(G20)은 내년에 모두 플러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2%대의 탄탄한 성장으로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가운데 유럽연합(EU)도 ‘용수철처럼 튀어 오를 것’(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이란 전망이다. 일본이 다시 탄력을 받고, 중국도 6%대 중반의 성장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 경제도 3% 성장에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미 월가의 장사꾼들은 세계 경제가 ‘대안정(Great Moderation)의 시대’를 다시 맞았다고 바람을 잡는다. 선진국·신흥국 가릴 것 없이 올해 크게 오른 증권과 원유·구리 등 원자재, 그리고 부동산까지 상승 흐름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근거로는 경제 회복 속도에 비해 더디게 오르는 금리 덕분에 유동성이 여전히 풍족하고, 세계 교역량의 회복 및 기업 실적 개선으로 투자 리스크는 낮아졌다는 점이 제시된다.
 
글로벌 자산시장은 한마디로 밀물을 만나 모든 게 떠오르는 ‘물 좋은 때’를 맞았다. 자산시장의 활황은 장밋빛 경제 전망을 낳고 이는 다시 자산 가격을 끌어올린다. 하긴 금융위기 10주년이면 사람들의 망각 기능이 작동할 때도 됐다. 물이 정점으로 차오르는 ‘만조기’는 내년 하반기 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번엔 과연 다를까. 10년 주기의 경제위기가 더는 오지 않는 것일까. 심각한 위기까진 아니더라도 자산 거품이 동시에 빠지면 적잖은 충격이 올 것이란 경고는 나온다. 그래도 내가 꼭지만 잡지 않으면 그만이니 일단 올라타고 보자는 게 시장 심리인 것 같다.
 
각국 정부가 이를 모를 리 없다. 물 좋을 때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려는 정책경쟁이 치열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썰물 때면 누가 벌거벗고 있었는지 다 드러난다”고 했다. 위기가 다시 오면 좋은 체격에 옷을 잘 갖춰 입은 자들만 살아남는다. 각국의 경쟁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로 집약된다. 법인세 인하와 규제 철폐가 그것이다. 기업이 뛰지 않고는 경제성장도, 일자리 창출도 힘들기 때문이다.
 
미국은 법인세를 35%에서 21%로 파격 인하했다. 일본도 설비투자를 늘린 기업에 법인세를 최대 5%포인트 깎아주기로 했다. 프랑스 등 유럽 각국도 이런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거꾸로다.
 
세금이나 규제도 그렇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반기업 정서가 거세진 게 더 큰 문제다. 대기업이 적폐 세력으로 몰리고, 중소기업은 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걱정이 태산이다. 이래선 기업하고 싶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기업가 정신의 실종시대를 맞은 듯하다.
 
날로 심해지는 소득 양극화에 비춰 친노동 정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게 반기업으로 흘러선 곤란하다. 친기업-친노동의 균형정책도 하기 나름이다.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내면 된다. 이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꼭 필요한 ‘사회적 자본’의 확충 과정이기도 하다.
 
변화의 조짐이 일고는 있다. 문 대통령은 내년 경제정책 방향 보고를 받고 혁신성장을 위한 규제개혁를 주문했다. 노사에 대해선 “조금씩 양보하고 짐을 나누는 사회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노사 양측에 맡겨둬선 될 일이 없다. 정부 주도로 노사를 불러모아 끝장토론을 하고 타결을 이끌어내는 게 답이다.
 
문 대통령은 내년 1월 3일 재계 신년 인사회에 가지 않기로 했다. 기업인들은 노동계를 의식한 ‘기업 패싱’이 아닌지 답답해한다. 문 대통령이 결정을 바꿀 순 없을까. 기업인들의 손을 잡고 기를 살려주는 발언으로 집권 2년차 국정 기조의 변화를 확인시켜 주기 바란다.
 
김광기 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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