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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중국엔 막 할 수 있나

고정애 정치부 차장

고정애 정치부 차장

“팍타 순트 세르반다(Pacta Sunt Servanda).”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내막을 아는 전직 관료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다행”이라고도 했다. 곡절이 많긴 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추진하다 ‘밀실 협상’이란 비판 끝에 좌초했다. 박근혜 정부는 일본을 쳐다도 안 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자 2014년 12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에 이어 2년 뒤인 지난해 11월 협정을 체결했다.
 
2015년 위안부 합의도 비슷한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당시 청와대 인사는 “전쟁이 나면 미군의 6개 후방기지가 일본에 있는데 일본을 떼놓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 일본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GSOMIA와 위안부 합의는 한·일 관계의 양면을 보여준다. 역사엔 낯 붉히지만 안보적 이해는 거의 일치한다. 전문가들이라면 이리 더 보탤 터다. “동북아에 패권국가가 등장할 때마다 한반도가 불행해졌다. 대부분 중국발(發)이었고 몇 차례가 일본이었다. 이젠 중국의 부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이다. 안보·역사 사이 어딘가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미다. 헨리 키신저는 “변화하는 힘의 배치에 관한 힘든 계산”이라고 표현했다.
 
야권 주자 시절 문재인 대통령은 사실상 둘 다에 반대했다. 집권 후엔 GSOMIA는 묵인했다. 위안부 합의를 두곤 “중대한 흠결이 있다”고 했다. 논리적 귀결은 재협상 내지 파기인데 청와대에선 “소회를 밝힌 것”이라고만 했다. 여권엔 “너무 세게 나가지(반응하지) 말아 달라”는 주문도 들어갔다.
 
힘든 계산이 있었으리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유리한 약속(GSOMIA)은 지키고 불리한 건 깨겠다는 듯한 모양새가 된 건 안타깝다. 더욱이 불필요한 자극까지 했다. 일본이 20년 전 대화를 공개했다고 펄펄 뛴 우리가 2년 전 대화를 쏟아냈다. 중국 가서 “일본 나쁘다”고 연신 욕한 꼴이 됐으며 미국 정상에겐 ‘독도새우’를 냈다. 반면 긍정적 안보협력 사례인 GSOMIA 연장 사실은 공표하지도 않았다.
 
한없이 중국에 관대(심지어 비굴)한 모습과 비교해 민망할 지경이다. 일본에 하듯 중국에 할 수 있나. 그럴 수 없다면 일본에도 그러지 말아야 한다.
 
고정애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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