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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앞에서 한·일관계 파국까지 가려 하나

2015년 체결된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어제 발표에 깊은 우려를 숨길 수 없다. 폐기 또는 재협상을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다분히 합의 파기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어서다. 문 대통령은 “양국 정상의 추인을 거친 정부 간 약속이라는 부담에도 불구, 이 합의로 위안부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는 전날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민주적으로 뽑힌 정상들 아래서 모든 레벨의 노력 끝에 이뤄낸 합의”였음을 강조한 담화에 대한 대답으로 향후 국가 간 약속을 어긴 모든 책임을 한국이 지겠다고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는 것이다.
 

“향후 2년은 한·일 간 되는 일 없을 것”
사드 추가조치 요구 중국에도 이용 우려

청와대 측이 내년 초 내놓겠다고 말한 추가 조치가 무엇이냐에 따라 가뜩이나 냉각된 한·일 관계는 더욱 얼어붙을 게 분명하다. 고노 외상은 이미 엊그제 “합의를 변경한다면 양국 관계가 관리 불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아베 신조 총리도 “합의는 1㎜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향후 최소 2년여 동안은 한·일 양국 사이에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탄식들이 흘러나온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이 어떻게 사죄를 하고 어떠한 대가를 치러도 국민적 분노가 온전히 사그라지기 힘든 과거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도 이 문제 해결을 한·일 정상회담에 연계시키다가 4년 가까이 회담을 하지 못할 정도로 한·일 관계는 경색돼 왔다. 그러다 북한 핵·미사일 위기가 심화되면서 양국 공조가 절실하다는 판단 아래 양국이 한발씩 양보해 합의에 이른 것이다. 일본이 거부해오던 총리의 공식 사과와 일본 정부 예산으로서의 위안부 재단 출연도 처음으로 실현됐다. ‘일본 측에 일방적으로 기운 합의’라는 게 TF의 판단이라지만 절차적 하자를 이유로 합의를 뒤집고 미공개 문서를 공개해 여론을 자극하는 행동은 상대국의 불신을 초래하기 충분하다. 게다가 TF가 강조하는 ‘피해자 중심주의’의 기준이 무엇인지, TF는 물론 정부까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 위안부 합의는 당시 한·일 간 갈등 고조를 우려한 미국이 주선한 측면도 있어 자칫 미국과 불편한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지금은 합의가 이뤄진 2015년 12월보다 동북아 정세가 훨씬 살얼음판이다. 북한의 핵무기 완성이 이미 3개월 시한으로 카운트다운에 들어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한·미·일의 공조가 중요한 국면이 됐다. 이런 때 재협상을 요구한다면 한쪽 성벽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짓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중국에도 나쁜 전례를 제공할 수 있다. 지난 10월 사드 체계 문제에 관한 한·중 ‘협의문’ 발표 후 중국이 추가 조치를 요구하자 청와대는 “중국이 외교적 부담을 감수하고 국가 간 협의를 파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않았나. 한국이 협의보다 격이 높은 합의를 깰 경우 중국에 역으로 이용당할 소지가 충분하다.
 
이미 대통령이 입장을 발표했으니 추가 조치를 내는 건 불가피하다. 하지만 뜨거운 감성이 아닌 냉철한 사고로 진정한 우리의 이익이 무엇인지 숙고하고 또 숙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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