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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제정책방향]‘일자리 정부’ 머쓱...예산·정책 다 쏟아부어도 내년 일자리, 제 자리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고, 우리는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입니다. 정부의 모든 정책역량을 일자리에 집중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12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를 40번, ‘청년’을 30번 이상 언급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면서 일자리 위원회를 만들고, 청와대에 일자리 현황 전광판을 설치했던 문 대통령다운 시정연설이었다. 그만큼 고용 상황, 특히 청년층의 고용 상황이 심각한 상황이라서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년 고용 상황이 별반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것도 정부의 공식 전망이다. ‘2년 연속 3%대 성장’,‘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원년’이라는 장밋빛 수치들과 최대한의 예산 투입 계획에 따라 나온 전망이라 더욱 암울하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경방)은 역시 내년 경제정책 과제의 첫머리에 일자리를 배치했다. 내년 일자리 예산은 19조2000억원으로, 올해(17조1000억원) 대비 12.7% 늘어난다. 기재부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이 중 34.5%를 1분기에 선제적으로 집행하기로 했다. 세부적인 일자리 창출 계획들도 빼곡히 담았다.  
 
공공기관 신규 채용 규모를 올해 2만2000명에서 내년 2만3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체의 53%를 상반기에 채용하기로 했다. 공무원도 신규 채용을 확대한다. 산업은행 등 금융 공공기관의 경우 명예퇴직 활성화를 통해 신규채용을 확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이 세 명을 고용하면 그중 한 명의 급여를 정부가 지원하는 추가고용 장려금 지원 요건도 완화했다. 지금은 3의 배수로 고용해야 지원해줬지만, 내년부터는 고용 인원의 33%만큼 지원해준다. 예를 들어 4명 고용 시 1.33명분을 지원한다. 기업당 최대 3명이었던 지원 한도도 기업 현원의 최대 30%로 확대한다. 또 ^신규 고용창출 시 일정 금액 공제하는 고용증대 세제, ^여성 육아휴직 후 고용 유지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등도 신설한다.  
 
하지만 이런 예산과 정책의 총동원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밝힌 내년 고용자 수 증가 폭 전망치는 32만명으로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것도 정부의 목표치인 만큼 실제로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경기 회복이 고용창출 효과가 낮은 수출·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진 데다가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의 감소가 본격화해 취업자 수 증가에 한계가 있을 거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2018 경제정책방향

2018 경제정책방향

 
더 큰 문제는 일자리 문제의 핵심인 청년층의 고용 사정이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이다.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로, ‘에코붐’ 세대로 불리는 25~29세의 청년층이 내년에 올해보다 11만명이나 늘어나기 때문이다. 청년층 구직경쟁은 더욱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연간 기준 9.8%에 달했던 청년 실업률은 내년에도 쉽게 호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18 경제정책방향

2018 경제정책방향

예상대로라면 ‘일자리 정부’를 자처한 문재인 정부의 2년 차 일자리 성적표도 민망한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경방에 “본격적인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개막을 맞아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두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포함했다. 기재부 전망에 따르면 올해 1인당 국민소득은 2만9700달러 정도다. 기재부는 내년 목표치인 3.0%의 경제성장률과 현 수준의 환율이 유지된다면 내년 1인당 국민소득은 3만2000달러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돌파한 지 11년이 돼서야 간신히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맞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고용 상황의 호전 없이는 국민소득이 얼마가 되건 삶의 질 제고는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도 지난 6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일자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이라고 강조했다.  
2018 경제정책방향

2018 경제정책방향

 
결국 정부 주도의 일자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자리는 사람을 쓸 필요가 있는 사람이 만드는 건데, 공공 일자리는 수요자가 만드는 게 아니다. 대기업이 투자를 늘려 민간 일자리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자리 외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생산가능인구의 본격적인 감소에도 불구하고, 출생아 수는 바닥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출생아 수는 10월이 돼서야 간신히 30만명을 넘었다. 연말까지 겨우 34만~35만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잠재성장률도 2%대까지 추락한 상황이지만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국제 경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회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와 내년의 경기 회복 기대감도 반도체 등 극히 일부 품목을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라 해당 품목이 거꾸러질 경우 경제 전체가 침체기에 빠져들 수 있다. 균형 잡힌 성장이 가능한 산업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2018 경제정책방향

2018 경제정책방향

 
물론 정부도 이런 점들을 중시해 경방에 혁신성장 및 중장기 리스크에 대한 대응전략들을 대거 담았다.  초연결 지능화·스마트 공장·드론·자율주행 차 등을 핵심 선도사업으로 정해 ‘규제 샌드 박스’의 대상으로 삼기로 했고, 내년 3월 민관합동 혁신성장 지원단을 만들어 규제 완화 등 문제점을 원스톱 해결토록 하기로 했다.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동거 중인 비혼 가구에 대한 차별 해소, ^공영형 사립유치원 등 다양한 보육시설 도입 등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등 공기업 공공투자를 당초 계획보다 2조원 늘리는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박진 연구위원은 “혁신성장도 좋지만 이제 정부가 앞장서서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리고 시장에서 혁신성장이 가능하도록 생태계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진정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부가 양적인 지표에만 매달리는 방식을 지양하고 정책 포인트도 잘 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과 영세 소상공인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이는 저소득층 구제에 별 도움이 안 되면서 경제에 부담만 주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찬 국가경영전략연구원장은 “성장이나 고용은 결국 기업이 이끌고 정부나 공공이 보완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모양새”라라며 “최근 정부 정책을 보면 기업 여건 개선에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오히려 기업가들이 환경 악화를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노동시장 유연화나 규제 개혁은 외면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만 밀어붙이고 있다”며 “지금처럼 세계 경제가 좋을 때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할 텐데 기업 손발을 다 묶어 놓고 있어서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세종= 박진석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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