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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인의이것이논술이다] 개요 작성은 건너뛰어라

학생들은 아마도 글을 쓰기 전에 개요를 작성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을 것이다. 나도 종종 그런 말을 하긴 하지만, 사실은 피곤해서 학생에게 시시콜콜 답하기 귀찮을 때 그렇게 말하곤 한다. 전문적으로 글을 써 본 사람이면 누구나 알지만, 시시콜콜 개요를 짜고 글을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문적인 '글꾼'도 개요를 짜지 않는데, 학생들에게 그걸 요구하는 건 좀 불공평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쓸데없는 조언은 왜 빈번하게 등장하는가.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1600자(지금 여러분이 읽는 글의 분량) 내외의 논술문을 요구하는데, 이는 보통 대여섯 문단 정도로 나뉜다. 이 정도 분량에는 개요가 거의 필요 없다. 또한 한 문제에는 여러 요구사항이 있는데, 보통은 이들에 답하는 데 절반 이상의 분량이 할애되어야 한다. 심지어 최근 몇몇 대학을 보면, 요약이나 짧은 글쓰기(140~400자)를 여럿 쓰라고 요구한다. 여기서 개요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한편 이보다 긴 글을 쓰는 경우라 해도 제시 자료를 이해했다고 교수에게 알려야 할 필요도 있고, 제시 자료들 간의 연관관계나 공통주제를 찾아 적어야만 하는 경우도 많다. 논거를 대면서 자기 견해를 전개할 원고지의 칸은 많지 않다.

사정이 이러할진대, 개요 작성은 큰 의미가 없다. 개요란 자신의 창의적인 글을 꽤 긴 분량으로 적어갈 때에야 필요한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글을 전개해 가기 위한 간략한 지침 또는 짧은 구성 정도만 정해지면 충분하다. 본격적인 데생이 아닌 스케치 정도라고나 할까. 실전 논술에서는 써야 할 것들과 쓰고 싶은 것들을 많이 담아내기 어려우므로, 기왕에 찾아낸 글감들을 적절하게 배치하는 테크닉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글의 흐름을 잘 잡아갈 수 있는 스케치 정도면, 그것이 개요 짜기인 것이다. 그러므로 개요를 짜기 위한 준비나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는 말은 잘 모르고 하는 소리요, 시간 깎아먹기에 불과하다. 시험이란 정해진 시간 안에 답해야만 하는 게임의 일종이다. 오히려 필요한 것은 문제 파악 능력과 써야 할 글의 흐름에 대한 직관이다. 대략 이 정도로 글을 전개하면 되겠구나 하는 감을 잡을 수 있게 되면 쓰기의 80%는 완성된 것이다. 이를 위해 오히려 자유연상이나 직관력의 훈련이 더 중요하다.

내가 의미하는 개요란 이런 정도까지이다. 그렇다면 개요 짜기의 중요성을 필요 이상으로 외치는 저 크고 많은 목소리는 왜 생겨났는가? 단언컨대, 자기 스스로 글을 써 보지 않은 사람이 글쓰기를 가르치려 할 때 생겨나는 이론과 실제 사이의 괴리 때문이리라.

내 말을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 개요가 중요하지 않다는 일반론을 말하는 건 절대 아니고, 글의 성격에 맞는, 가령 논술문에서 필요로 하는 정도의 개요를 짤 줄 알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훈련하는가?

결국은 문제와 백지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리고 반드시 글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은, 즉 글을 잘 읽고 잘 쓰는 법을 배우려는 사람은 자기 생각에 좋은 글을 쓴다고 판단되는 사람에게 배우기를 바란다. 둘러보면 누구나 주변에서 그런 사람을 하나쯤은 찾을 수 있으리라.

김재인 유웨이 중앙교육 오케이로직 논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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