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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조선 선비 기력보충음식 '치계탕'을 아시나요

 
선비를 상징하는 사물은 다양하다. 매(梅)·난(蘭)·국(菊)·죽(竹)을 고결한 군자에 비유해 그린 사군자(四君子)를 비롯해 청렴을 의미하는 백로, 기개를 뜻하는 회화나무 등이 선비를 상징하는 사물들이다.
 
꿩 역시 선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동물이다. 조선 시대엔 선비가 높은 사람을 찾아갈 때 폐백으로 꿩을 올렸다. 폐백은 윗사람을 만나러 갈 때 지참하는 선물이다. 맛은 좋지만 새장에 가둬 길들일 수 없는 꿩의 기질을 빗대 바른 말로 임금을 보필하되 굳은 지조를 지켜 길들지 않겠다는 정신을 꿩에 담아 폐백으로 바친 것이다.
국회 의원동산을 거니는 꿩의 모습. [중앙포토]

국회 의원동산을 거니는 꿩의 모습. [중앙포토]

 
실제로 꿩은 사육하기 힘든 강한 야성을 지녔다. 철망 속에 가두면 뼈가 드러날 때까지 머리를 들이받다가 죽는다고 한다. 오늘날 꿩 사육사들은 먼저 눈을 가려 앞을 못 보게 해 그 야성을 가라앉힌다. 하지만 꿩 요리는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나 있다. 기력을 높이는 음식으로도 유명하다. 설사를 멎게 하고 간을 보호하며 눈을 맑게 한다는 옛 기록도 있다. 성인병 예방과 산후 요통, 미용에도 효능이 탁월하다.
 
한국 최초의 서원인 소수서원 유생들도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꿩 요리를 먹었다. 소수서원에 보관돼 있는 ‘물품을 보내온 서장’ 기록을 살펴보면 음식에 쓰인 식자재를 알 수 있다. 주류와 콩, 어물, 건어물, 육류, 조개류와 함께 치(雉)라는 이름의 식자재가 눈에 띈다. ‘치’는 꿩을 말한다.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중앙포토]

경북 영주의 소수서원. [중앙포토]

 
소수서원 유생들은 꿩을 어떻게 요리해 먹었을까. 소수서원이 위치한 경북 영주시는 소수서원 유생들이 먹었다는 꿩 요리 ‘치계탕’을 최근 선보였다. 경북 영주시 영주우리향토음식연구회는 회원들이 관련 기록을 토대로 1년여간 연구해 치계탕을 복원하면서다. 치계탕(雉鷄湯)은 꿩과 닭을 식재료로 한 탕국이다. 
 
치계탕은 생꿩과 생닭을 삶아 뼈와 살을 분리한 뒤 뼈로는 육수를 내고 살은 양념을 해 함께 먹는다. 육수에는 메밀가루를 푼 물과 무를 함께 넣는다. 맛이 충분히 우러난 육수와 양념이 제대로 밴 살을 섞어 뜨끈하게 먹으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난다. 영주시우리향토음식연구회는 지난 19일에는 영주지역 23개 음식점의 신청을 받아 치계탕 조리법을 교육하기도 했다.
소수서원 유생들이 기력 보충을 위해 먹은 치계탕. [사진 영주시]

소수서원 유생들이 기력 보충을 위해 먹은 치계탕. [사진 영주시]

 
치계탕을 먹은 참석자들은 국물 맛이 깔끔해서 좋았다는 의견과 함께 진한 맛이 부족했다는 의견도 냈다. 이는 인공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배불리 먹고 마시는 것에 혹하지 않겠다는 선비들의 정신이 담겨 있는 것도 한몫한다. 소수서원 유생들은 ‘담박한 음식 맛을 즐기게 되면 나물 뿌리를 씹으며 학업을 이루게 된다’는 가르침을 항상 새기며 공부했다고 한다.
 
소수서원의 교육에서 지켜야 할 9가지 절목을 적은 ‘소수서원거재절목(紹修書院居齋節目)’에도 식사 때 지켜야 할 규칙들이 명시돼 있다. 식사 시간이 돼 북 소리가 세 번 울리면 유생들은 갓과 의복을 갖추고 식당에 올라가 서로 인사하고 차례대로 자리를 잡아 앉는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유생 한 명이 일어나 두 손을 모은 채로 서원의 규범이 적힌 ‘백록동규(白鹿洞規)’와 ‘이산원규(伊山院規)’를 읽는다. 다른 유생들이 단정히 앉아 경청한다.
지난 14일 경북 영주시농업기슬센터에서 영주 치계탕 맛 평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영주시]

지난 14일 경북 영주시농업기슬센터에서 영주 치계탕 맛 평가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영주시]

 
영주시 관계자는 ”치계탕을 통해 소수서원 유생들의 학문을 필수적 교육과 예술 교양의 감성훈련, 즉 시(詩)ㆍ서(書)ㆍ화(畵)를 교육 받았던 선비의 생활을 버티게 한 보양식 중의 하나가 꿩이었다는 사실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주=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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