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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서 넘어져 산재 처리된 남성, 5억 토해낼 처지…왜

14년 전 낙상사고를 당해 하지마비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던 40대 남성이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아온 수억원의 요양급여를 토해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04년 사고로 10여년간 5억 가량 받아
공단 "사고 원인 조작" 산재 취소 결정
1·2심 판단 갈린 끝에 대법원 "재판 다시"

대법원 3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민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산재보험 요양결정 취소 처분과 부당이득 징수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민씨의 주장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2004년 1월 5일 어머니가 운영하는 S화물운송업체에서 일하던 민씨는 전북 익산시의 거래처에 다녀오다가 계단에서 넘어져 허리를 심하게 다쳤다. 이 사고로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아 2015년까지 10여 년 간 4억9000여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10여년간 재활치료를 받던 40대 남성이 산재 허위 신고를 이유로 수억원의 요양급여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중앙포토]

계단에서 넘어지는 사고로 10여년간 재활치료를 받던 40대 남성이 산재 허위 신고를 이유로 수억원의 요양급여를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상관 없음.[중앙포토]

 
그런데 공단이 2015년 10월, 민씨가 친구와 장난을 치다 벌어진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조작했다며 요양 결정을 취소하고 지급한 보험급여의 2배에 해당하는 9억8000여만원의 부당이득금 징수 처분을 내리자 민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공단은 민씨가 사고 당시 S업체와 거래 관계인 B 화물운송회사의 대표자로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어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2004년에 일어난 사고의 진실과 민씨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법원은 공단의 손을 들어줬다. 민씨가 치료를 받은 대학 병원의 입원환자기록부에 사고 장소가 ‘학교 계단’이라고 기록되어 있던 게 근거가 됐다. 1심 법원은 “사고 경위와 후속조치에 관한 원고 측 주장이 일관되지 않고 대학교 내 계단에서 넘어져 다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민씨의 청구를 각하했다. 또 민씨가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도 판단했다. 다만 공단의 처분 금액 중 소멸시효가 완성된 7억1000여만원을 제외하고 2억6000여만원만 징수 대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의 판단은 1심과 정반대였다. 2심은 “민씨는 1994년에 입학했다가 휴‧복학을 반복하며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에도 32개월 가까이 휴학 중이었던 점에 비춰 학교에서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가 사고가 났다는 경위는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진료기록지에 사고 장소가 ‘학교 계단’으로 적혀 있던 것에 대해선 “원고의 신분이 대학생이었기 때문에 학교란 문구가 기재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민씨를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2심 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돼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로 판단해야 한다”며 “원고가 형식적으로는 A업체의 대표자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원고의 부모가 이를 운영하면서 대표자 명의만 원고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심과 2심을 절충한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은 우선 민씨를 부모가 운영하는 운송업체의 근로자로 본 2심의 판단은 적법하다고 봤다. 다만 사고 원인을 두고 대법원은 “진료기록부 작성 과정과 내용, 사고를 둘러싼 정황 등을 보면 실제 사고 장소가 ‘학교 계단’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서로 배치되는 관련자들의 진술 내용을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는 등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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