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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녀·연하남 로맨스 오늘밤 무르익는다

35살 미녀 커리어 우먼과 29살 혈기왕성한 훈남 사회초년생이 연애를 시작했다. 연하를 거부했던 그녀를 공략한 그의 방법은 “딱 스무 번만 만나보자”였다. 음식과 술을 사랑하는 남녀가 만났으니 커플 케미는 말할 것도 없다. 연하 남친이 숙박, 차량, 동선, 맛집까지 다 짜놓는 통에 따로 할 일이 없을 정도였던 그녀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이번에는 자신이 좋은 와인과 로맨틱한 식사를 선사하고 싶다고 했다.  

이지민의 “오늘 한 잔 어때요?”
<42> 와인바 ‘스쿠로’

 
그래서 오늘 소개할 곳은 가로수길에 위치한 와인바 ‘스쿠로(Scuro)’. 이탈리아 와인과 이탈리아 북부 도시 모데나(Modena)의 음식을 선보이고 있는 곳이다. 분위기는 데이트하기 좋은 와인바지만 음식과 와인의 구색은 이탈리안 선술집에 더 가깝다. 옥호인 스쿠로는 이탈리아어로 ‘어둡다’는 뜻. “밤에만 문을 연다고 지은 이름이에요”라며 천승범 대표(34)는 웃는다.  
 
그는 웹 개발자로 게임회사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전략기획·마케팅·소셜 미디어 등을 담당하며 6년간 일했지만,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사직했다. 사람 냄새가 나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평소 술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2012년 뉴욕으로 떠나 와인 스쿨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하루에 30병씩 와인을 테이스팅하고, 와인 시음기와 상세 스토리를 ‘와인이야기’란 이름으로 페이스북에 연재했다. 현재 구독자는 5만명이 넘는다.  
 
그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와인 산지의 와인들을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수입사를 차리고, 레페리레(Reperire)라고 이름 지었다. ‘발견하다’는 의미다. 이후 선릉에 ‘와인 살롱’이라는 숍을 운영하고, 그 경험을 토대로 2016년 ‘스쿠로’를 오픈했다.  
 
“한국에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많지만, 특정 지역을 전문적으로 선보이는 곳은 많지 않아요. 이 점에 착안해 이탈리아에서 음식으로 가장 유명한 모데나 지역의 음식과 와인을 최대한 재현해보기로 했습니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로마냐(Emilia-Romagna) 지방은 ‘식도락가들의 천국’이라고 불린다. 크게 9개의 현으로 나뉘는데, 그 중에서도 모데나는 자동차 회사 페라리의 본고장, 파바로티의 고향이자 미식가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각종 음식이 풍부해 ‘이탈리아의 요리 수도’, ‘푸드 밸리’로도 불린다. 발사믹 식초를 비롯해 파르메산 치즈와 프로슈토 등이 유명하다.  
 
이 지방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건 약발포성의 레드 와인 람브루스코(Lambrusco). 상큼한 과일향, 적당한 산미, 톡톡 터지는 기포가 일품이다. 스쿠로에서는 천 대표가 수입한 와인들과 함께 엄선한 와인 110여종을 맛볼 수 있다. 전문 소믈리에가 상주하며 음식에 어울리는 와인을 센스 있게 골라준다.  
 
자! 이제 미식 여행을 떠나보자. 모데나 지역의 특색을 잘 담고, 크리스마스에 연인이 함께 먹기 좋은 음식과 와인을 추천 받았다. 시작은 치킨 살팀보카(Saltimbocca). 이탈리아어로 “입으로 뛰어든다”는 뜻이다. 얇게 편 송아지 고기에 프로슈토, 세이지(허브 잎)를 넣고 말아 와인과 버터로 조리한 이탈리아 요리다. 이 곳에서는 송아지 고기를 닭 가슴살로 대체해 낸다. 속은 포르치니 버섯으로 채웠다. 껍질을 두껍게 썰어 튀겨 낸 감자가 함께 나와 인기다. 매칭한 와인은 ‘마리온 발폴리첼라 보르고마르첼리제’. 과실의 풍미, 허브향을 느낄 수 있는 와인으로 포르치니 버섯과 잘 어울린다. 닭 가슴살의 촉촉한 식감에 코팅하듯 부드러운 질감으로 음식을 감싼다.  
 
다음은 아뇰로티(Agnolotti). 작고 속이 꽉 찬 라비올리 종류의 파스타다. 현지에서는 데쳐 내듯 삶아 다양한 소스에 버무리기도 하고, 만둣국처럼 육수에 넣고 끓여 먹기도 한다. 향신료 사프란을 넣고 반죽한 뒤 감자로 속을 채우고, 소 꼬리를 쪄서 토마토 소스에 졸여낸 라구(스튜)를 함께 낸다. 이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은 ‘산타디 테레 브루네 카리냐노 델 술치스’. 이탈리아 휴양지 사르데냐섬(Sardegna)에서 생산된다. ‘죽기 전에 꼭 마셔봐야 할 와인 1001’에 소개되기도 했다. 까리냥 품종으로 만들어 진하고 검은 과실의 풍미가 강하게 느껴진다. 자극적인 타닌이 일품인데, 고기의 결 틈새로 쏙쏙 스며든다.  
 
마지막은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Tortellini in brodo). 이탈리아 식 물만두라고 보면 된다. 모데나 사람들의 명절 음식이자 해장국이다. 닭고기 수프에 직접 빚은 고기 만두 파스타가 담겨 나온다. 비주얼만 보면 가장 먼저 먹어야 할 음식인 것 같은데 순서를 뒤로 뺐다. “이 음식은 모데나의 대표 음식, 소울 푸드에요. 해넘이 국수라고도 하죠. 매해 31일. 온 가족이 모여 같이 파스타를 빚고, 함께 나누는 음식입니다. 모데나에서 현지인들과 술 마시다 새벽 2시에 이 음식을 먹었는데, 순식간에 해장이 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 음식은 마지막에 술 깨는 용도로 드시길 권합니다.”  
 
함께 할 와인으로는 스파클링 와인 ‘리니 910 람브루스코 스쿠로’를 추천 받았다. 적당한 무게감과 함께 발랄한 기포가 청량감을 더해준다. 현지에서는 벌컥벌컥 마시는 스타일의 와인으로 주당 취향 저격용이다. 고기, 파스타와의 페어링이 특히 좋다.  업장명인 스쿠로와 이름이 같아 찾는 사람이 많고, 하우스 와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 글이 게재되는 날 저녁. 연상녀 연하남 커플은 스쿠로에서 만난다. 음식과 와인은 위에서 추천한 그대로 레스토랑에 주문해둔 상태라고. 슬쩍 얘길 들어보니 이날 둘의 서프라이즈가 서로 오갈 것 같다는데. 내년에는 국수를 먹게 될지도 모르겠다. 하하. 메리 크리스마스!!  
 
 
이지민 : ‘대동여주도(酒)’와 ‘언니의 술 냉장고 가이드’ 콘텐트 제작자이자 F&B 전문 홍보회사인 PR5번가를 운영하며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있다. 술과 음식, 사람을 좋아하는 음주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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