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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플루이드 혁명, 생산자와 소비자 경계가 무너진다

[메가 트렌드 2018] 거래 비용 제로 시대
4차 산업협명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고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적 성공 모델인 에어비앤비나 우버조차 미래를 추측하기 어려울 만큼 변화의 속도는 파괴적이고 빠를 수 있다. 중앙SUNDAY는 EY한영과 함께 거래 비용이 제로(0)가 되는 초유동성의 시대에 산업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국 기업들이 이런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검토해 볼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거래비용 제로
누구나, 어떤 재화·서비스도 거래
기존 가치사슬 기업 80%는 탈락
전통산업 하나 둘 무너지는
‘신 코닥 모멘트’ 멀지 않았다

 
슬록닷아이티 홈페이지 캡쳐

슬록닷아이티 홈페이지 캡쳐

서울 마포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독신 직장인 A씨. 해외관련 업무로 일년의 절반 이상을 외국에서 보내는 그는 거의 비워놓다시피 하는 본인 소유 오피스텔을 단기 임대로 돌려 부가적 수입을 얻고자 숙박 공유경제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매번 부과되는 중계플랫폼 수수료에다 손님이 올 때마다 현관문 암호를 변경해야 하는 등 관리에 적지 않게 신경이 쓰인다. A씨는 최근 독일의 스타트업 슬록닷아이티(Slock.it)에 관심을 쏟고 있다. 모든 거래가 온라인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신경 쓸 일이 확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슬록은 ‘무엇이든 빌려주고, 팔고, 공유한다(Rent, sell or share anything)’라는 슬로건 아래 아파트와 사무실, 일반 주택은 물론 자동차 등 다양한 물품을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플랫폼이다. 아파트 소유자와 임차인의 조건이 맞아 계약을 체결하면 돈은 바로 암호화된 블록을 통해 이체된다. 집 문 열쇠는 디지털 키 형태로 임대인 스마트폰에 전송된다. 대문뿐 아니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주방기구, 가전제품, 영상기기 등의 사용 권한을 줄 수도 있다. 미리 정한 사용 기간이 지나면 이런 접근 권한은 자동으로 원래 주인에게 돌아간다. 임차인에게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려주거나 열쇠를 넘겨주는 수고를 할 필요조차 없다. 중개업체가 개입하는 것도 아니다.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중개 플랫폼만 있을 뿐이다. 이처럼 스마트 계약을 통해 개인 간 직접 거래가 활성화되면 지금까지 진행된 공유경제의 판이 바뀔 수 있다.
 
 
80년대 중반 유통비용은 가격의 33%
급격한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중간 유통이나 중개 과정 없이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이른바 초유동성(Superfluid)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수퍼플루이드는 원래 물리학 용어로 마찰이 전혀 없어 움직이는 동안 운동 에너지를 잃지 않는 액체인 ‘초유체’를 말한다. 초유체는 이렇게 마찰력과 점성이 없는 물질이기 때문에 이동이나 회전 운동을 하면 멈추지 않고 영구적으로 운동이 가능하다.
 
이런 초유체의 개념은 산업적인 관점에서는 수요와 공급, 생산자와 판매자 사이의 가치사슬(value chain)이 사라져 직접 연결이 가능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 기존 시장 내에서 마찰은 거래의 흐름을 비효율적으로 만드는 중개 비용이나 유통 수수료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이 완전히 없어지는 반면 정보는 더욱 투명해지는 초유동성 시장이 일반화되면 전통적인 시장에서 명확하게 드러나던 산업 간의 경계가 모호해질 수밖에 없다.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 역시 더욱 모호해진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을 통해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과정이 바로 이어지면서 최소한의 시간에 최적의 가격으로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만드는 것은 블록체인(block chain) 기술과 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기술 덕분이다. 클라우드의 저장 용량은 무한대며,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데이터에 실시간으로 접근하고 있다. 실시간으로 모은 엄청난 양의 데이터와 인공 지능을 통해 구매자의 행동을 예측해 판매자와 바로 연결할 수 있게 된다.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것이며 이미 변화는 시작되고 있다.
 
증기기관이 도입된 1차 산업혁명과 컨베이어벨트와 분업을 통한 대량 생산이 시작된 2차 산업혁명 당시의 시장 환경은 점성(viscous)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시장은 판매자와 구매자를 한데 모아 거래가 이뤄지도록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기업은 많은 노동력을 확보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구매자들에게 팔기 위한 광고·마케팅 등에 열을 올렸다. 지리적·물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중간 도매업자, 소매업자, 유통업자들이 등장했다. 1980년대 중반에는 이들이 가져가는 유통비용이 상품 가격의 33%에 달했다. 구매자는 상품을 구매하기까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했고, 판매자도 광고, 결제 방식, 배송 방법 등을 고민하며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이 등장하고 로봇을 통한 생산 자동화가 진전된 3차 산업혁명은 유체(fluid)의 시대로 정의할 수 있다. 인터넷을 바탕으로 한 정보화사회가 열리면서 거래 비용은 급격히 감소했다. 오프라인 시장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 반면 디지털 상거래가 급증하면서 시장의 유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구매자들은 이전보다 손쉽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고, 상품 추천이나 사용 후기 등을 통해 다른 구매자들이나 판매자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기업은 오프라인 영업이나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이고 인터넷을 통한 홍보 마케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4차 산업혁명은 수퍼플루이드 시대로 분류할 수 있다. 이 같은 초유동성 시장에서는 개인간 직접 거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던 신뢰 문제를 블록체인 기술로 극복해 모든 유형의 자산을 안전하게 관리·추적·교체할 수 있게 됐다. 사용자마다 분산원장을 갖추고 모든 거래내용을 공유하는 블록체인이 일반화되면 법률·보험·보증 서비스 관련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소셜미디어 확산 속도는 전화의 450배
수퍼플루이드 시대에서 다양한 기술과 제품에 대한 사용자의 경험이 쌓이면서 새로운 신기술에 대한 적응력이 크게 높아져 산업의 혁신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다. 기술 인프라 측면에서 보면 인터넷·네트워크 등 기술 적용에 필요한 정보기술(IT) 인프라 환경이 갈수록 개선되는 한편 기술과 경험도 계속 축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과 서비스 공급자들은 고객의 충족되지 않은 욕구(unmet needs)를 파악하기 위한 최적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토대로 한 제품 개발 및 도입에 계속 힘쓰고 있다.  
 
실제로 새로운 발명품이 사용자 5000만 명을 확보하는 데 걸린 시간을 비교해보면 전화의 경우 75년이었지만 라디오는 38년, TV는 13년, 인터넷은 4년, 스마트폰은 3년에 불과했다. 대표적인 소셜미디어(SNS) 서비스인 라인(LINE)은 1.1년, 왓츠앱(whatsapp)은 두 달에 불과할 정도로 가속화됐다. 전화와 소셜미디어의 확산 속도를 비교하면 450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신제품 및 기술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 속도가 빨라지면서 공급자 중심 구도에 큰 변화가 시작됐다. 그 결과 1990년 포천 글로벌 500에 이름을 올린 기업들의 생존 및 변화 추이를 추적해 본 결과 2016년 기준으로 81%가 그 자취를 감췄다. 95개 기업만이 글로벌 500에 살아남은 것이다. 유통 업계를 살펴보면, 1999년 매출 상위 20대 유통 기업 중 2016년 기준 20위권 안에 남아 있는 기업은 10여 개 정도다. 2016년 기준으로 1위, 2위는 온라인 기반인 아마존과 알리바바다. 1999년 기준 1위였던 월마트가 3위로 밀렸다. 소비자가 구매 과정에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맞춤형 제품·서비스를 찾고,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고객 참여를 활성화해 영향력을 확대한 기업들이 살아남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지금의 글로벌 업계 리더도 향후 생존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변화의 속도는 가속화될 것이다.
 
요약하자면 수퍼플루이드 시대의 산업 지형은 첫째, 전통적인 가치사슬이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인터넷 플랫폼 기업들의 전방위 사업 독식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될 것이다. 셋째, 서로 다른 분야의 사업자나 스타트업과의 무한 경쟁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넷째, 우월한 선도자(first mover)만 생존하고 발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의 성공 모델은 이제 찾아보기 어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원히 탄탄대로를 달릴 것 같았던 전통적인 산업들이 예측과 통제가 불가능한 외부 위협에 의해 하나둘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신 코닥 모멘트(Neo Kodak Moment)’라고 부른다.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펼쳐질지 앞으로 하나하나 살펴보자.
 
 
변준영 EY산업연구원 원장
EY산업연구원 새로운 인사이트 제공을 위해 민·관·학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는 EY한영 산하 연구소. 최근 파괴적 혁신에 대한 주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이슈를 도출하고, 창의적 해답을 찾기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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