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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수익·공정성 다 잡을 것 … 난 총재 아닌 커미셔너

[2017 스포츠 오디세이] 22대 KBO 총재 ‘야구바보’ 정운찬 전 총리
정운찬 신임 KBO 총재가 지난 22일 서울대 입구에 있는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실에서 야구공과 배트 모양으로 만든 OㆍX 퀴즈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정 총재는 야구 상식과 한국 프로야구 역사 등을 묻는 돌발 OㆍX 퀴즈에서 5문제 중 3문제를 맞혔다. 신인섭 기자

정운찬 신임 KBO 총재가 지난 22일 서울대 입구에 있는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실에서 야구공과 배트 모양으로 만든 OㆍX 퀴즈판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정 총재는 야구 상식과 한국 프로야구 역사 등을 묻는 돌발 OㆍX 퀴즈에서 5문제 중 3문제를 맞혔다. 신인섭 기자

‘베이스볼 키드(baseball kid)’가 한국 프로야구 수장이 됐다. 정운찬(70) 전 총리가 프로야구 10개 구단의 만장일치 추대로 한국야구위원회(KBO) 제 22대 총재를 맡게 됐다. 그는 새해 1월 3일 취임한다.
 
정 총재는 세상이 알아주는 야구광(狂)이다. 그가 2013년에 쓴 책 『야구예찬』의 부제는 ‘야구바보 정운찬의 야생야사 이야기’다. 그는 자신을 ‘야구를 사랑하는 경제학자’라고 정의했다. 두산 베어스의 열성 팬이고 프로야구 객원해설가로 마이크를 잡은 적도 있다. 2009년 3월 24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한·일전이 끝난 직후 정 전 총장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그는 “어린 시절 명절과 제삿날을 빼고는 점심으로 쌀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 그래도 야구를 하고 야구를 보면서 가난도 설움도 외로움도 이길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22일 서울대 입구에 있는 동반성장연구소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이 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는 그는 동반성장위원장 출신답게 “프로야구도 동반성장이 절실하다. FA 계약 100억원 선수도 있는데 연봉 2700만원 선수도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선수와 선수 간 동반성장을 포함해 구단과 선수, 구단과 구단, 더 넓게는 팬과 구단과 선수 간 동반성장을 돕고 싶다”고 했다.
 
KBO 총재를 맡고 싶다는 꿈이 있었는지.
“2008년부터 몇 차례 제안이 있었지만 고사했다. 이번에는 구본능 총재와 몇몇 구단주께서 제안하셨고, 사흘 고민한 끝에 수락했다. KBO 총재를 꿈꾼 적은 없지만 내가 사랑하는 프로야구를 위해 내 경험과 네트워크를 쓸 수 있다면 감사한 일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공급이 수요 창조
그동안 정치인·기업인이 총재를 주로 맡았는데, 야구를 잘 아는 분이 와서 ‘커미셔너’ 역할을 할 거라는 기대가 있다.
“취임식에서 ‘나를 총재가 아닌 커미셔너로 불러달라’고 말할 생각이었다. KBO 규약에도 영어로는 커미셔너(Commissioner)라고 나온다. ‘총재’는 왠지 무겁고 권위적이다. 메이저리그 명 커미셔너 버드 셀릭은 연봉 30만 달러에서 시작해 2800만 달러까지 받았다. 그만큼 경영 능력이 뛰어났다. 일본의 커미셔너는 법조인이 많다. 공정성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프로야구는 커미셔너에게 공정성과 경영 능력을 모두 요구한다. 대학 총장과 국무총리도 했기 때문에 공정한 관리를 할 수 있고, 경영 면에서도 내 경험을 잘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봉은 얼마나 받고 싶은지.
“역대 KBO 총재는 무보수 명예직이 많았는데 난 일한 만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중 수나 마케팅 성과에 따라 연말에 인센티브도 받았으면 좋겠다(웃음).”
 
프로야구가 최고 인기 스포츠가 된 동력을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설명한다면.
“경제학자 J. B. 세이가 주장한 ‘공급이 수요를 창조한다’는 이론이 한국 프로야구에는 들어맞았다고 본다. 구단이 6개에서 10개로 늘고, 야구장도 새로 생기고, 관중도 늘고 하면서 프로야구 저변이 확대됐다. KBO와 구단, 선수와 야구팬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관중 800만 시대가 됐지만 인프라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야구장을 놓고 구단과 지자체가 갈등을 빚는 경우도 많은데.
“1958년 메이저리그 브루클린 다저스가 LA로 연고지를 옮겼을 때 LA 시에서 야구장 부지를 단돈 1달러에 줬다. 그런데 지금 서울시는 잠실구장 임대료를 많이 받고, 광고 수입도 떼 간다. LG와 두산이 서울시민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나. 서울시에서 보조는 못 해줄 망정 돈도 가져가고 각종 규제는 규제대로 한다. 몇 년 전에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야구장 규제를 풀어야 한다. 야구단이 독립 기업으로 성장해야 더 좋은 야구가 나올 수 있다’고 건의한 적이 있다. 커미셔너가 됐으니 박 시장을 포함해 프로야구단이 있는 지자체장들에게 로비도 하고 만나서 설득도 할 생각이다.”
 
한·중·일·대만 동북아리그 추진
정 총재가 서울대 총장 시절인 2004년 9월, 서울대 야구부는 창단 28년 만에 공식대회 첫 승리를 맛본다. 정 당시 총장은 선수들을 갈비집에 모아 성대한 파티를 열어준다. 그는 “선수들이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고교야구 주말리그제(주중에 공부하고 경기는 주말에 함)는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에이스 투수가 주말에 연투하는 등의 문제점은 꼼꼼히 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번 실패한 뒤 재도전하는 선수를 위한 독립리그에 대한 생각은.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 한 해 고교·대학을 졸업하는 선수 1000명 중 100명 정도만 프로에 입단한다. 독립리그와 함께 실업야구의 부활도 필요하다. 일본은 아시안게임에 사회인야구 선수들이 나오지 않나.”
 
선수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하나.
“프로야구 선수 거의 절반이 연봉 3000만원 이하인데 일부 FA(자유계약) 선수는 100억원대 계약을 한다. 전에는 ‘야구선수는 40세가 정년이니 많이 받아도 된다’고 말했지만 지금은 구단이 자립하지 못하는데 너무 높은 연봉을 주는 건 자제해야 하지 않나 싶다. 두산의 니퍼트가 210만 달러를 받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한선을 올려 선수 간 연봉 격차를 줄여야 한다.”
 
KBO리그의 세계화에 대한 복안은.
“WBC 예선 등 국제대회는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메이저리그 경기 유치도 야구 붐 조성에 좋은 계기가 될 것 같다. 장기적으로 한국·일본·대만에 중국까지 포함하는 동북아리그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일부 선수의 승부조작·음주운전·SNS상의 부적절한 처신 등이 문제가 되는데.
“일벌백계와 함께 의식 교육이 중요하다. 특히 학생 선수들이 ‘야구 기술자’에 그치지 않도록 도덕교육,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주로 잠실구장에서 김밥과 생수를 먹으며 야구를 봤다는 정 총재는 “앞으로 전국을 다닐 테니 야구장에서 자주 만납시다”며 인사를 했다. 악수하는 손아귀 힘이 생각보다 세서 좀 놀랐다.
 
 
정영재 스포츠선임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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