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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안 마시면 후회 인생의 술, 샴페인

와인 이야기
러시아 황제만을 위해 만들었던 크리스탈 샴페인. 섬세한 맛이 일품이다.

러시아 황제만을 위해 만들었던 크리스탈 샴페인. 섬세한 맛이 일품이다.

파리 마들렌 거리의 고급 식품가게 지하 바에서 손톱을 빨갛게 치장한 손가락으로 캐비아를 먹으며 품위 있게 샴페인 한 잔을 즐기는 아름다운 여인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 모습이 낯설긴 했지만 낭만적인 파리를 여행하며 한번쯤 부려보고 싶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목이 긴 투명한 튤립 잔에 끊임없이 올라오는 영롱한 기포의 우아함과 코끝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상큼함은 여성에게 특히 잘 어울린다.
 
그래서일까. 루이 15세의 애첩이었던 마담 퐁파두는 “많이 마신 후에도 여성이 여전히 아름답게 보일 수 있는 유일한 술은 오직 샴페인뿐이다”라고 했다.
 
샴페인을 지금의 반열에 오르게 한 장본인은 동 페리뇽(Dom Perignon·1638~ 1715) 수사다. 그는 샴페인 연구소를 수도원 내부에 만들고 수십 년 연구 끝에 오늘날과 같은 맑고 투명하며 고급스런 맛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 성공으로 샴페인은 프랑스 왕궁의 귀족 모임에 등장했다.
 
당시 세상을 호령했던 제정 러시아의 황제도 샴페인을 좋아했다. 황제는 자신만의 샴페인을 구별하기 위해 크리스털 병에 담게 했다. 이 크리스털 샴페인은 무려 40년 동안 러시아 황실에만 납품됐다. 황실의 몰락 후 크리스털 병 대신 투명한 병에 담아 일반인에게 판매되면서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가 되었다. 샴페인 애호가였던 처칠 총리는 특히 한 종류를 선호했는데, 그의 사후 지하 셀러에는 수천 병의 폴 로제 샴페인이 남아있었다고 한다.
 
샴페인은 두 종류의 적포도(피노 누아 Pinot Noir·피노 뫼니에 Pinot Meunier)와 한 종류의 청포도(샤르도네·Chardonnay)
로 만든다. 피노 누아는 껍질이 얇지만 단단한 구조와 힘이 있어 오랫동안 숙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피노 뫼니에는 과일 향이 풍부하고 부드럽지만 진화 기간이 짧아 장기 숙성엔 적합하지 않다. 샤르도네는 풍부한 향과 섬세함, 드라이하면서 부드럽고 적당한 산미에서 오는 우아함이 있다.
 
샴페인을 만들려면 우선 각 포도들로 와인을 만들어야 한다. 적포도는 세게 누르면 껍질의 색이 배어 나오기 때문에 엄지와 검지로 누른 압력으로 맑은 포도즙을 얻고 이들을 발효해 와인으로 만든다. 샴페인은 이렇게 만든 다양한 와인들(빈티지가 다른 것도 포함)을 블랜딩해 맛의 균형을 최대한 끌어 올린다. 일반 샴페인은 세 가지 와인을 모두 섞지만 최고급은 샤르도네와 피노누아만으로 만든다. 때론 샤르도네 한 종류만으로 최고의 맛을 뽑아내기도 한다(Blanc de Blanc).
 
블랜딩한 와인은 기포를 얻기 위해 당과 효모를 함께 넣어 지하 석회암 동굴에서 숙성시키고 시간이 흐르면 병 속의 효모 찌꺼기를 병목으로 모아 제거한다. 그리고 빠진 양만큼 가문마다 비밀로 갖고 있는 달콤한 리쿼 와인을 첨가한다. 이때 당의 농도에 따라 드라이한 정도가 결정된다. 가장 당도가 높은 후식용 샴페인이 드미 쎅(demi sec)이다. 여기까지 만드는 데 최소 3년, 더 고급은 더 오랜 기간 숙성한다.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중독시키며 기쁨과 슬픔의 순간을 함께해온샴페인은 이런 예술적 작업과 기다림으로 완성된다. 세계적인 경제학자 존 케인즈는 죽기 전 “인생에서 단 한 가지 후회되는 것은 샴페인을 더 많이 마시지 않았다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한 해가 가기 전 우울했던 모든 것을 샴페인으로 날려버리면 어떨까.
 
 
김혁 와인·문화·여행 컨설팅 전문가
www.kimhyu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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