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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배달 99% … “한결같이 일하는 모습 보고 오히려 배워”

장애 딛고 달리는 ‘택배 산타’ 기사들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화물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이날 450여 개의 택배화물을 배달했다. [사진 CJ대한통운]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화물차에서 짐을 내리고 있다. 이들은 이날 450여 개의 택배화물을 배달했다. [사진 CJ대한통운]

발달장애인들이 택배 일을 할 수 있게 된 건 택배배달과 관련한 상세한 매뉴얼을 만들어 이를 반복해서 숙지시킨 덕이다. 이재환 노원구립 장애인일자리센터(이하 노원 일자리센터) 시설장과 비장애인 직원들이 일일이 매뉴얼을 만들고, 어떻게 움직일지 동선을 짰다. 택배 일을 시작한 2013년 11월에는 2~3명씩 짝을 지어 함께 다니도록 했다. 혹시나 길을 잃는 등의 사고에 대비해서다. 글을 읽을 수 있는 이와 그렇지 못한 이를 한 조로 짝을 지어줬다. 또 가급적 해가 지기 전 배달을 마무리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이재환 시설장은 21일 “꼼꼼히 준비한 덕에 택배 일을 시작한 이래 4년 동안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며 “발달장애인들 역시 일을 하면서 더 자존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피부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비장애인 배달률은 95%선
매뉴얼과 꼼꼼한 훈련 덕에
한 사람 몫 거뜬히 해내
소통 두려움 떨쳐 스스로 만족
꺼려하는 분위기 극복이 과제

 
4년간 별 사고 없어, 커피 주고 응원도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를 응원해주는 이도 많다. 이들에게 커피 같은 음료수를 준다. 중계동 주민 김은경(43)씨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늘 한결같은 자세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오히려 여러 가지를 느끼고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이들을 반긴 것은 아니다. 장애인 택배기사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엔 오후 6시 이전에 배달을 해주는 데다, 여성 가구주 등에게 더 안전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어 반기는 이들이 더 많다. 일반 택배의 경우 수시로 택배기사가 바뀌거나 늦은 시간에 배달되는 일이 자주 생긴다. 서울시와 CJ대한통운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택배기사의 당일 배달률은 99%에 달한다. 비장애인 택배기사의 당일 배달률은 95% 선이다. 발달장애인 택배기사 스스로의 만족도도 높다. 주민들과 대면 관계를 쌓으며 소통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는 동시에 자기 힘으로 돈을 벌 수 있어서다. 강영숙(51) 노원 일자리센터 택배사업팀장은 “택배 일을 시작한 뒤로 사회복지사를 비롯한 비장애인 직원과의 관계도 조금 더 수평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21일 발달장애인 택배기사인 허은정씨가 배달 물품이 담긴 카트를 밀고 있다.

21일 발달장애인 택배기사인 허은정씨가 배달 물품이 담긴 카트를 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 지역 택배 물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은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의 어깨를 가볍게 한다. 지난해 노원 일자리센터 소속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들이 배달한 물품은 1만450건에 달한다. 장애인 택배기사인 허은정씨는 “청년실업이다 뭐다 해서 일자리가 많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우리는 할 일이 있어서 너무 행복하다”며 “고객 한 분 한 분 만나는 일도 즐겁다”고 말했다.
 
이런 장점들이 알려지면서 다른 장애인 단체에서도 택배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노원 일자리센터에 11개 시설, 62명의 발달장애인들이 택배운영 노하우를 배우러 왔다. ‘서울시와 함께하는 발달장애인 택배학교’ 프로그램의 일부다. 이달 27일부터는 장애인 택배사업을 하는 사업장이 6곳으로 늘어난다. 물론 어려움도 있다. 우선 택배 물량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택배회사별로 각 지역마다 배달을 맡고 있는 대리점이 있어서 이들의 영업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배달 구역을 넓히는 일이 만만치 않다. 배달물량이 많은 구역을 갖고 있으면 그만큼 수입이 늘어나는 구조다. 또 택배 영업권을 따내도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등에서 발달장애인 택배기사를 받아들여줘야 한다는 점도 숙제다. 장애인 택배기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여전히 존재해서다. 또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만 배달할 수 있다. 여기에 발달장애인 택배기사의 가장 큰 약점은 소비자 불만 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처리할 대응능력이 비장애인 기사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노원 일자리센터에서는 택배 관련 불만이 제기됐을 때 이재환 시설장을 비롯한 비장애인 직원이 나서서 이를 해결한다. 이 시설장은 “조금만 도와주면 발달장애인들은 충분히 한 명 몫의 일을 할 수 있다”며 “장애인이 못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준비가 덜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이 못하는 게 아니라 사회가 준비 덜 돼
서울시와 CJ대한통운 등은 발달장애인 택배 외에도 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늘리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용을 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이 한 사람의 생활인으로 서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에는 현재 128곳의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있다. 이용자는 4187명(올해 9월 말 기준). 일자리 발굴 노력 덕에 장애인의 취업 분야도 넓어지고 있다. 장애인이 기증품을 받아 이를 판매하는 굿윌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이곳에는 현재 51명의 장애인이 근무 중이다. 전 직원의 91%가 3년 이상 장기근속자다. 굿윌스토어 소속 장애인들은 급여는 물론 퇴직연금 등의 혜택을 받는다. 하루 6시간씩 일하고 법정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급여를 받는다. 장애인 직원들의 평균 월급은 118만8000원이다. 올해 굿윌스토어의 월평균 매출은 5720만원이 넘는다. 좋은 취지가 알려지면서 올 들어 9월까지 1만5000건이 넘는 기증품이 몰렸다.
 
장애인들은 문화 관련 사업에도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희망일터’는 발달 장애인으로 구성된 마술단을 운영한다. 장애인 근로사업장인 효정은 중증시각장애인들로 구성된 연주단을 운영 중이다. 효정은 지난해 7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소독업도 장애인 단체의 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 분야다. 서울시는 올해 초 12개 장애인직업재활시설로 구성된 ‘서울시 소독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시는 이들을 돕기 위해 서울시소독협의체 공동 브랜드 및 마크 제작을 추진 중이다. 또 서울시 산하기관과 기업체 등에 소독협의체를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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