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99.99%, 타인의 영향 받는다

[김환영의 지식 톡톡톡] ‘입소문과 영향력 전문가’ 조나 버거 교수
조나 버거 교수에 따르면 입소문은 전통적인 광고보다 10배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입소문의 93%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이뤄진다. [사진 문학동네]

조나 버거 교수에 따르면 입소문은 전통적인 광고보다 10배 더 효과적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입소문의 93%는 온라인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대면으로 이뤄진다. [사진 문학동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이맘때 우리는 ‘나도 내년에는 대박의 주인공이 되어보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대박이나 인기·입소문의 원인은 무엇일까. 맛집은 한참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다. 어떤 식당은 빈자리가 수두룩하다. 어떤 신문 기사는 악플이건 선플이건 댓글이 수천 개 달린다. 어떤 기사는 무플이다. 파리 날린다. 어떤 책은 50만 부가 팔리고 어떤 책은 500부도 힘들다. 이유가 뭘까. 다 팔자소관(八字所關)일까. ‘대박’은 전생에 나라를 구한 사람들이 누리는 행운일까. 좋은 일 많이 한 조상 덕분에 자손들이 득을 보는 것일까. 과학은 이 문제에 대해 뭐라고 할까.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조나 버거(36) 교수를 e메일로 인터뷰했다. 버거 교수는 『컨테이지어스 전략적 입소문』(2013), 『보이지 않는 영향력』(2017)으로 이 문제를 다뤄 뉴욕타임스(NYT)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직관이나 선호에 따른 결정도
미묘하게 다른 사람 영향 때문

입소문·영향력 수량화 가능
STEPPS라는 6개 핵심 요인 작용
개인·회사가 적용하면 큰 성과

최고의 결정은 항상 정말 어려워
좋은 결정 신속히 하는 게 중요


 
입소문(word of mouth)은 일종의 전염(傳染)현상이다. 전염의 두 번째 뜻은 ‘다른 사람의 습관, 분위기, 기분 따위에 영향을 받아 물이 듦’을 의미한다. 버거 교수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입소문과 영향력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학자다. 사회적 영향력(social influence)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연구 논문이 쏟아지는 미지의 신생 연구 분야다. 얼마나 무엇을 우리가 모르는지 전혀 감 잡을 수 없는 분야다. 15년 동안 이 분야를 연구한 버거 교수는 모든 질문에 대해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하는 인터뷰이(interviewee)로 유명하다. 평소 각종 문제에 대해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펜실베이니아대가 2007년 스탠퍼드 비즈니스스쿨 박사학위를 마친 그를 영입할 때 사실 교수 자리 공석이 없었다. 그를 위해 새로운 자리를 만들었다. 세계 500대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의 컨설턴트로도 활약해온 버거 교수는 e메일로 보낸 질문에 따발총처럼 답변한 10분 분량의 녹음 파일을 보내왔다. 다음이 그 요지다.  
 
『컨테이지어스 전략적 입소문』과 『보이지 않는 영향력』에 대한 가장 흥미로운 반응은 무엇인가.
“입소문이나 영향력을 수량화(quantify)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 독자가 많다.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나 행동, 영화나 책이 크게 히트하는 것을 목격한다. 하지만 우리는 바이러스처럼 퍼지는 유행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종종 무작위성·행운·우연이 낳은 결과로 치부한다. 그렇지 않다. 입소문·영향력의 이면에는 과학이 있다. 입소문과 영향력이 작동하는 핵심 요소를 이해하고 적용하면 회사나 개인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입소문과 영향력은 과학이라기보다는 기예(技藝)의 문제 아닌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사람들이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공유하며 무엇을 구매하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수백만 건에 달하는 데이터를 분석해 따져보면 결론은 과학이다. 입소문 현상을 분석하면 항상 STEPPS라는 6개 핵심 요인이 떠오른다. 공유를 추동하는 STEPPS는 사회적 화폐(social currency), 촉발요인(triggers), 감정(emotion), 공공의 눈(public eye), 실용적 가치(practical values), 스토리(stories)다. 기예가 필요한 것은 과학을 적용해 새로운 콘텐트·메시지·아이디어를 만들 때다.”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할 때 자신의 직감이나 판단력을 신뢰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에게 그들이 왜 어떤 물건을 샀는지, 왜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물으면 그들은 이런 식으로 대답할 것이다. ‘색깔이 마음에 들어서 이 옷을 샀다’ ‘세일 기간이라 샀다’ ‘이 사람이 매력적이라 결혼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결정의 추진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 선호에 따라 결정한다는 것이다. 직관적으로는 맞는 말 같지만 사실이 아니다. 사실 우리는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를 위해 결정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다. 우리 결정의 99.9%는 우리를 둘러싼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는 어떤 때에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행동한다. 어떤 때에는 그들과 반대로 행동한다. 하지만 반대로 하는 것조차 타인의 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직관이나 선호에 따른 결정조차 미묘하게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는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 이름을 결정할 때에도 중요한 것은 우리의 선호가 아니라 그 이름이 얼마나 인기 있느냐다.”  
 
우리가 남을 따라 하는 것은 비합리적인가. 남을 따라 하는 것도 일종의 최적(optimal)화된 선택인가.
“최적이 무엇인가를 말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는 종종 인간의 편견이나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보고 비웃는다. 하지만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행동이 완전히 비합리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한 행동들조차 ‘예측 가능하게 합리적(predictably rational)’이다. 우리의 결정이나 행동은 종종 단기적으로는 최적이 아닌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결정과 행동이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최적의 솔루션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남들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어떤 결정을 하는 데 다른 사람에게 전혀 의존하지 않는다고 상상해보자. 인생은 보다 험난하고 복잡하게 될 것이다. 타인에게 의존하는 것은 어떤 일을 보다 빠르고 쉽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어떤 때에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잘못된 길로 이끈다. 하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남을 추종할 때 선택이 더 쉽다. 항상 최적은 아니지만 우리가 남들을 따라 하는 이유다.”  
 
감정(emotion)은 입소문과 영향력에서 어떻게 작용하는가.
“감정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공유할지를 결정할 때 큰 역할을 한다. 감정은 STEPPS 중 한 요인이다. 감정이 솟구치면 우리는 어떤 정보의 진위를 따지지 않고 전파한다. 가짜 뉴스(fake news)가 미국에서 큰 문제를 일으키는 배경이다.”
 
사람들은 훈련을 받으면 보다 효율적인(efficient) 정책결정자가 될 수 있는가.
“물론이다. 하지만 ‘효율적’이라는 것에 우리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까. 결정을 빨리 내려야 효율적인 정책결정자일까. 아니면 최고의 결정을 내려야 효율적인 정책결정자일까. 최고의 결정이란 무엇일까. 예컨대 치약을 살 때 최고의 올바른 결정이란 무엇일까. 저녁 식사를 할 식당을 결정할 때 더 좋거나 더 나쁜 결정이 있을까. 대답하기 정말 어려운 문제다. 우리는 확실히 우리 자신을 보다 신속한 정책결정자로 훈련할 수 있다. 인풋(input)을 토대로 보다 좋은 결정을 하는 정책결정자로 우리 자신을 훈련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최고의 결정을 하는 것은 항상 정말 어렵다. ‘최고’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체가 어떤 상황에는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최고의 결정보다는 좋은 결정을 신속하게 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한다.”  
 
입소문 마케팅은 우리의 선택에 영향을 준다. 하지만 우리는 그 실상을 잘 모른다. 입소문 마케팅 중 일부는 비윤리적 아닌가. 규제가 필요한 것은 아닌가.
“까다로운 문제다. 나는 입소문·영향력 마케팅이 마케팅 담당자들이 사용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한다. 다른 도구들과 마찬가지로 선용될 수도 악용될 수도 있다. 입소문·영향력 마케팅의 모든 측면을 규제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고 생각한다. 돈을 받고 입소문 마케팅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아는 것으로 충분한 ‘규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비판을 받고 있는가.
“내 책에 나오는 아이디어를 적용하려면 돈이 아주 많이 들거나 특별한 스킬(skill)이 필요하거나 창의성이 탁월해야 한다는 비판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고객들이 왜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고 그들이 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핵심 개념을 이해하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의 힘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  
 
한국 독자들에게 특별히 강조할 게 있다면.
“영향력과 사회적 전염(social contagion) 에 대해 아는 게 신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 현상을 항상 목격하지만 그 이면에 어떤 구조(structure)가 있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다. 영향력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영향력을 이해하면서 영향력의 부정적인 면을 피하고 긍정적인 면을 활용할 수 있다. 영향력에 대한 이해는 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을 하고 그 결과 더 행복하고 더 건강한 삶을 살고, 다른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김환영 논설위원
kim.whanyung@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