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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원 3년 새 107명 중도 하차 … 갑질로 신뢰 저해도

위기의 풀뿌리 민주주의
전국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가 지난 8일 시의원들의 반말 행태에 항의하며 김해시 청사 외벽에 내건 대형 현수막. 논란이 커지자 시의회는 지난 19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전국공무원노조 김해시지부가 지난 8일 시의원들의 반말 행태에 항의하며 김해시 청사 외벽에 내건 대형 현수막. 논란이 커지자 시의회는 지난 19일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지방선거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14년 6월 4일 우리 손으로 뽑은 민선 6기 지역 일꾼은 총 3952명. 그중 지방의회를 구성하는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이 789명과 2898명이나 된다. 하지만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시·도의원과 시·군·구의원이 누구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지방선거 때 투표를 했더라도 누가 당선됐고 어떤 의정활동을 펴고 있는지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도 드물다.
 
2015년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에서 펴낸 『지방자치 20년사』에 따르면 광역의원의 평균 연봉은 5450만원, 기초의원은 3578만원이다. 월정수당과 의정활동비를 포함한 수치다. 그런데 과연 이들은 ‘밥값’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당선 무효 34명, 피선거권 상실 18명
중앙SUNDAY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자료를 건네받아 자체 분석한 결과 2014년 이후 민선 6기 지방의원 중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직을 내려놓은 사람은 지난 4월까지 107명으로 전체(3687명)의 약 3%였다. 광역의원은 전체의 4.4%인 35명, 기초의원은 2.5%인 72명이 중도 하차했다.
 
중도 하차 사유를 살펴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우선 절반가량이 법 위반 등으로 인한 불명예 퇴진이었다. 당선 무효가 34명, 피선거권 상실로 인한 퇴직이 18명이다. 당선 무효란 임기가 시작되기 전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혐의가 인정돼 법원에서 징역 또는 벌금 100만원 이상의 확정 판결을 받은 경우를 말한다. 배우자나 선거사무소 회계 책임자 등이 벌금 300만원 이상을 확정받은 경우에도 당선 무효가 된다. 피선거권 상실로 인한 퇴직은 임기가 시작된 뒤 선거법이나 다른 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받은 경우다.
 
의원이 겸직을 했거나 의회에서 징계를 받아 제명된 경우에도 퇴직 처리가 된다. 퇴직으로 기록된 한 명은 노인 요양급여 부정 수급 등 혐의로 구속돼 2015년 말 의회에서 제명된 인천 남동구의회 소속 임동희 의원이다. 사직으로 분류된 의원은 41명이다. 사직 시기를 보면 절반 이상(25명)이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 사이에 사표를 냈다. 대부분 2016년 4월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 출마나 해당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를 노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하려면 선거일 90일 전까지 사퇴해야 한다. 또 지방의원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보궐선거 등에 입후보할 땐 선거일 30일 전까지 사퇴하도록 돼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의원 프리미엄을 최대한 누리기 위해 이 기한을 꽉 채운 뒤 사표를 내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4·13 총선을 겨우 한 달여 앞두고 정순천 대구시의원, 이태호 성남시의원, 권순영 고양시의원은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천을 신청하기 위해 그만뒀다. 이도영 전주시의원은 앞서 김광수 전북도의원이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광역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려고 사표를 냈다. 일종의 연쇄 작용인 셈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어 사직서를 낸 경우도 있었다. 이세진 울진군의원은 군의회 의장이던 2015년 5월 울산시 울주군 언양의 한 식당에서 화단에 있던 1m 크기의 소나무 한 그루를 자기 집으로 가져온 혐의로 경찰에 입건돼 물의를 빚었다. 결국 의장직 사퇴에 이어 사표까지 내게 됐다.
 
이는 비단 민선 6기 지방의회만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 이후 지난 4월까지로 확대할 경우 임기 중 직위를 상실해 재·보선을 유발한 지방의원은 821명에 달한다. 그사이에 네 번의 지방선거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사유를 들여다보면 1위가 사직(320명), 2위가 당선 무효(269명)였다. 이어 사망(107명), 피선거권 상실(75명), 퇴직(48명), 선거 무효(2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방의원 재·보선 비용 15년간 870억원
이렇게 지방의원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하차하면 업무상 공백이 초래되는 건 물론 막대한 추가 선거비용이 발생한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은 정부가, 지방의원은 각 지자체가 선거관리 비용을 부담하도록 돼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2002~2016년 지방의원의 재·보선 비용으로만 870억원이 소요됐다. 광역의원 재·보선에 388억원, 기초의원 재·보선에 482억원이 쓰였다. 재·보선을 치르는 만큼 주민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셈이다. 사망 등 불가피한 경우는 제외하더라도 재·보선을 유발한 당사자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특히 부정부패로 재·보선을 유발하는 경우엔 원인 제공자에게서 선거 보전 비용을 전액 환수하고 공천을 준 정당은 후보를 낼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제는 법과 제도를 바꿔야 하는 정치인들이 요지부동이라 수년째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는다는 명분으로 정당 공천이 이뤄지고 있지만 정당이 필터링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2014년 지방선거는 당선자의 36%가 전과자였다. 기초의원은 더욱 검증이 취약하다 보니 전과 5범 이상인 후보가 무난히 당선되기도 했다. 전과 여부가 정치인의 자질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자체의 행정을 감시하고 법령 등을 제정하는 업무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다고 기대하긴 어렵다.
 
끊이지 않는 지방의원들의 갑질 논란과 특권 의식도 지방의회의 신뢰를 저해하는 요소다. 이달 초에는 “시의원님! 반말 그만하세요”라는 대형 현수막 문구가 화제가 됐다. 전국공무원노조 김해시 지부에서 시의원들의 반말 세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 위해 건물 외벽에 내건 현수막이었다. 시 의회는 지난 19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자정 노력을 약속했다. 지난여름 충북 수해 당시 유럽 외유를 강행했던 김학철 충북도의원은 분노하는 국민을 오히려 ‘레밍(들쥐의 일종)’에 비유해 비난을 사기도 했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지방 선거 출마자들이 정작 지방의회의 역할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유권자들이 선심성 공약보다는 조례 제정 등 실현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에게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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