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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_this week] 가짜 티 내야 더 잘 팔리는 이것

진짜를 흉내 내던 가짜는 없어졌다. 대신 가짜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 완전한 진짜가 되어 나타났다. 페이크 퍼(fake fur·인조 모피) 얘기다. 착한 패션으로 관심을 끌었던 페이크 퍼가 트렌드를 타고 모피 시장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이제는 착해서가 아니다. 예뻐서 팔린다. 
 진짜를 흉내내는 가짜가 아닌, 가짜 그대로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페이크 퍼가 인기다. 리얼 퍼와 흡사한 퀄리티에 컬러와 디자인에 제약이 없어 현재 모피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미우미우 2017 FW 컬렉션. [사진 미우미우]

진짜를 흉내내는 가짜가 아닌, 가짜 그대로의 매력을 제대로 살린 페이크 퍼가 인기다. 리얼 퍼와 흡사한 퀄리티에 컬러와 디자인에 제약이 없어 현재 모피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미우미우 2017 FW 컬렉션. [사진 미우미우]

 

모피 ‘대안’에서 ‘대체 불가’된 페이크 퍼
착해서 아닌, 예뻐서 산다
리얼 퍼와 비슷한 퀄리티, 젊은 디자인 통했다

잇따른 ‘퍼-프리’ 선언에 페이크 퍼 날개 달다
지난 2017년 10월 17일 구찌의 퍼-프리(fur-free) 선언에 이어 12월 15일, 미국의 유명 패션 브랜드 마이클 코어스가 퍼-프리 대열에 합류했다. 패션 전문 일간 매체 WWD는 “마이클 코어스의 회장 겸 최고 경영자 존 아이돌(John Idol)이 모피 제품 생산을 2018년 12월까지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결정은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가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관객들과의 대담 중 동물보호단체 PETA의 기습 시위가 일어난 지 6개월 만의 일이다. 2016년 일찌감치 모피 중단을 선언한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아르마니에 이어 구찌, 미국을 대표하는 마이클 코어스까지 모피 중단에 동참하면서 ‘퍼-프리’는 전 세계 패션 업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가 트위터 계정에 자신의 페이크 퍼 제품을 업로드했다. [사진 트위터 캡쳐]

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가 트위터 계정에 자신의 페이크 퍼 제품을 업로드했다. [사진 트위터 캡쳐]

여기에 최대 수혜자는 역시 가짜 모피, 페이크 퍼다. 물론 페이크 퍼의 인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2014년 겨울 즈음부터 등장해 지난해에는 열풍이라 불릴 정도로 거의 모든 여성복 브랜드에서 페이크 퍼 제품을 출시했다. 여기에 올해 구찌와 같은 대형 패션 브랜드가 퍼-프리 선언을 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 보다 이슈가 됐다. 5년차 페이크 퍼 디자이너인 '앙크 1.5'의 김진선 대표는 “2~3년 전만 해도 페이크 퍼가 어떤 원단인지부터 한참 설명을 해야 했다면 요즘에는 소비자들이 먼저 페이크 퍼를 알아봐 준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2017년 10월 17일 구찌 마르코 비자리 회장(오른쪽)이 퍼-프리 선언을 했다. 이는 페이크 퍼에 대해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사진 구찌]

2017년 10월 17일 구찌 마르코 비자리 회장(오른쪽)이 퍼-프리 선언을 했다. 이는 페이크 퍼에 대해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되었다. [사진 구찌]

몰리올리·래비티·애크미·길트프리·랭앤루 등 페이크 퍼 전문 브랜드도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래비티 최은경 대표는 “지난해부터 거의 모든 여성복 브랜드에서 인조 모피 라인을 출시하면서 경쟁이 그만큼 심해졌는데도 수요가 계속 늘고 있어 매출이 꾸준히 증가세”라고 밝혔다. 실제 현대백화점은 올 겨울 들어 3개의 페이크퍼 전문 브랜드 팝업 스토어를 10여회 운영해 브랜드별 월 평균 7000만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보통 팝업 스토어가 4~5000만원 수준인 것에 비해 높은 편이다. 지난해 페이크 퍼와 리얼 퍼를 섞어서 컬렉션을 출시했던 여성복 브랜드 지컷은 올해 아예 페이크 퍼로만 구성한 ‘퍼 웨더 컬렉션’을 출시했다. 신세계 백화점 편집숍 블루핏에서는 자제 제작 제품으로 올해 처음 페이크 퍼 아우터를 출시했다. 전체 물량의 90% 이상이 이미 소진되었을 정도로 반응도 좋은 편이다.  
신세계 백화점 편집숍 블루핏에서 올해 처음으로 출시한 자체제작(Pb) 페이크 퍼 제품. [사진 신세계 백화점]

신세계 백화점 편집숍 블루핏에서 올해 처음으로 출시한 자체제작(Pb) 페이크 퍼 제품. [사진 신세계 백화점]

 
페이크 퍼, 진짜와 구분 안 될 정도
유니크한 패턴이 그려진 흰색 페이크 퍼를 입은 걸그룹 EXID의 하니. [사진 EXID 뮤직비디오 캡처]

유니크한 패턴이 그려진 흰색 페이크 퍼를 입은 걸그룹 EXID의 하니. [사진 EXID 뮤직비디오 캡처]

그런데 페이크 퍼, 왜 이렇게 인기일까. 흔히 페이크 퍼의 인기 비결로 착한 소비, 개념 소비 트렌드를 꼽는다. 리얼 퍼가 동물을 가학적으로 다룬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 유명인들의 경우 리얼 퍼를 입는 자체가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SNS에 노출이라도 되면 동물애호가들은 물론 일반 대중에게도 따가운 질책을 받기 때문이다. 모델 이현이씨는 “요즘에는 행사장에 가면 '이거 페이크 퍼야'라는 식으로 스스로 밝히고 다녀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페이크 퍼 재킷을 입은 모델 지지 하디드. [사진 핀터레스트]

페이크 퍼 재킷을 입은 모델 지지 하디드. [사진 핀터레스트]

하지만 단지 착하다는 이유만으로 페이크 퍼가 팔리는 건 아니다. 당연하게도 예쁘고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리얼 퍼의 대안으로 만들어진 페이크 퍼가 이제는 자체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 가장 큰 이유는 페이크 퍼 자체의 퀄리티가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다는 데 있다.  
루이비통 2017 FW 컬렉션에 등장한 밝은 오렌지빛 페이크 퍼 재킷. [사진 루이비통]

루이비통 2017 FW 컬렉션에 등장한 밝은 오렌지빛 페이크 퍼 재킷. [사진 루이비통]

요 몇 년간 소재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진 덕이 크다. 과거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 페이크 퍼가 리얼 퍼와는 확연히 다른 촉감과 광택, 보온성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면 요즘에는 리얼 퍼와 진배없는 퀄리티에 컬러는 더 화려하고 디자인은 더 트렌디해 인기다. 페이크 퍼 전문 브랜드 원더 스타일의 곽영아 대표는 “백화점에서 리얼 퍼와 페이크 퍼를 손으로 만져봤을 때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아 가격표를 보고 구분할 정도”라며 “컬러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고 가공도 쉬워 다양한 디자인을 쉽게 구현할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화려한 컬러감으로 시선을 잡아 끄는 펜디 2017 FW 컬렉션의 페이크 퍼 코트. [사진 펜디]

화려한 컬러감으로 시선을 잡아 끄는 펜디 2017 FW 컬렉션의 페이크 퍼 코트. [사진 펜디]

한세대학교 패션학과 장남경 교수는 “공급자의 역량과 수요자의 필요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예”라며 “소재 산업이 발전하면서 초기와 달리 페이크 퍼 자체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졌고 또 소비자들도 이를 적극적으로 즐길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페이크 퍼가 무조건 싸구려라는 이미지도 벗었다. 실제로 요즘 페이크 퍼는 예전처럼 그렇게 저렴하지도 않다. 앙크 1.5 김진선 대표는 “과거 5~10만원 안팎이 평균이었던 페이크 퍼 아우터 가격이 요즘에는 평균 20만~30만원, 비싸게는 40만~50만원까지 올라갔다”며 “페이크 퍼의 가격 저항력이 높아져 고가여도 질이 좋고 예쁘면 판매가 된다”고 말한다. 리얼 퍼 대신이 아니라 페이크 퍼 자체로 가치를 느끼고 있다는 얘기다.  
페이크퍼 전문 브랜드 래비티의 페이크 퍼 재킷. [사진 래비티]

페이크퍼 전문 브랜드 래비티의 페이크 퍼 재킷. [사진 래비티]

 
가짜에 어울리는 캐주얼한 디자인
트렌드도 잘 탔다. 복부인을 연상시키는 고루한 디자인 때문에 모피를 꺼리던 이들도 페이크 퍼는 환영한다. 하나만 걸쳐도 전체 룩에 포인트가 될 정도로 강렬한 컬러와 젊은 디자인 덕이다. 패션계 전반에 부는 스트리트 캐주얼 무드와도 맞아 떨어진다. 덕분에 기존 모피 주 소비층이 아닌 젊은이들이 페이크 퍼를 찾는다.  
집업 스타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는 앙크 1.5의 페이크 퍼 재킷. [사진 앙크 1.5]

집업 스타일로 스포티한 분위기를 내는 앙크 1.5의 페이크 퍼 재킷. [사진 앙크 1.5]

과거 페이크 퍼가 ‘어떻게 하면 진짜 모피처럼 보일 수 있을까’를 목표로 삼았다면, 요즘 페이크 퍼는 오히려 가짜임을 당당하게 드러낸다. 서수경 패션 스타일리스트는 “예전에는 컬러도 어둡고 디자인도 점잖아 마치 리얼 퍼처럼 보이는 페이크 퍼가 인기였다면 요즘에는 페이크 퍼는 누가 봐도 페이크 퍼처럼 보이는 강렬한 컬러와 위트 있는 디자인이 인기”라고 말한다. 단추가 아닌 지퍼를 단 집업 스타일에 뒤에 모자가 달린 디자인도 흔하다. 검은색 혹은 짙은 갈색 등 어두운색 일색에서 스트라이프 등 화려한 패턴을 넣기도 한다. 
모던한 디자인에 밝은 컬러로 포인트를 준 지컷의 페이크 퍼 재킷. [사진 지컷]

모던한 디자인에 밝은 컬러로 포인트를 준 지컷의 페이크 퍼 재킷. [사진 지컷]

아예 페이크 퍼가 모피 시장 전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얼 퍼 시장에서도 연말 파티 같은 특별한 날에나 입는 과한 아이템이 아니라,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캐주얼 스타일의 모피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트나 조끼 등 외투 위주에서 블라우스나 후디 점퍼, 블레이저 등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되고 있다.   

리얼 퍼 브랜드 사바티에에서 출시한 강렬한 핑크빛 퍼 머플러. [사진 사바티에]

리얼 퍼 브랜드 사바티에에서 출시한 강렬한 핑크빛 퍼 머플러. [사진 사바티에]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페이크 퍼 열풍이 동물 보호에는 좋을지 몰라도 환경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음을 우려한다. 페이크 퍼를 이루는 인조 섬유의 생산 폐기 과정에서 환경에 유해한 것들이 나올 수 있고 또 워낙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 탓에 쉽게 사들여 쉽게 버리는 패스트 패션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어찌 됐든 페이크 퍼 트렌드는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패션계 전반에 동물 보호에 대한 공통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 퍼를 넘어 나름의 존재감을 획득한 지금, 페이크 퍼가 어디까지 진화할지 기대해볼 만하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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