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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균의 현장 속으로] "주적의 핵무기 야망은 이렇게 저지한다" 모사드의 특명 공작

 리더십의 결정적 순간들 │ 이스라엘과 이란의 핵 비밀 전쟁
 
테헤란의 ‘홀리 디펜스’ 군사박물관 정원에 있는 ‘핵 순교자’(모스타파 로샨 박사) 추모 조형물. 오토바이 괴한의 자석폭탄으로 폭발한 푸조 승용차(작은 사진)를 대형 유리상자에 넣고 흰색 천으로 감쌌다.

테헤란의 ‘홀리 디펜스’ 군사박물관 정원에 있는 ‘핵 순교자’(모스타파 로샨 박사) 추모 조형물. 오토바이 괴한의 자석폭탄으로 폭발한 푸조 승용차(작은 사진)를 대형 유리상자에 넣고 흰색 천으로 감쌌다.

“북한을 저지하려면 이스라엘처럼 행동하라.”-지난 3일자 뉴욕타임스 칼럼이다. 이스라엘 법률단체(슈라트하딘) 변호사인 니트사나 다샨 라이트너가 썼다. 글의 초점은 이스라엘 비밀 정보기관 모사드의 돈줄 차단 작전이다.
 
그 내용은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핵 비밀 전쟁을 떠올린다. 이란의 핵·미사일 보유 야망은 치열하다. 이스라엘의 저지도 필사적이다. 양측의 충돌과 대응은 은밀하면서 긴박하다. 모사드의 공작은 정교하지만 냉혹하다. 나는 그 단면을 현장에서 실감했다. 1년 전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다.
 
이란의 색깔은 무겁고 낯설다. 검은색 차도르는 여성의 발목까지 가린다. 이란의 이미지는 소용돌이다. 1979년 호메이니 이슬람 혁명부터다. 팔레비 왕조 몰락, 이란과 이라크의 전쟁. 이란과 북한의 핵·미사일 거래, 2015년 이란과 서방국가 간의 ‘핵 합의’, 경제 제재의 해제. 2017년 12월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이란을 불량국가로 지목했다. 하지만 이란은 그런 직설로 표현할 수 없다. 이란은 아랍이 아니다. 이란인의 조상은 아리안족이다. 이란의 말·글은 페르시아어다. 아랍어가 아니다. 국립박물관과 골레스턴 궁전의 페르시아 문명과 역사는 깊고 찬란하다. 히잡도 여러 형태다. 대부분의 젊은 여성은 밝은 색의 루사리(전통 스카프)를 쓴다.
 
‘홀리디펜스’ 박물관의 주제는 이란-이라크 전쟁. 이라크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한 산소마스크로 한쪽 벽면을 장식.

‘홀리디펜스’ 박물관의 주제는 이란-이라크 전쟁. 이라크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한 산소마스크로 한쪽 벽면을 장식.

나는 테헤란 북쪽 압바스 아바드 지역으로 갔다. ‘홀리 디펜스(Holy Defense)’ 박물관이다. ‘거룩한 국가 방위’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의미한다. 그 전쟁(1980~88)은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이 일으켰다. 양측 사상자는 100만 명. 박물관의 20대 안내원은 “디지털 IT시대의 독창적인 예술성으로 꾸몄다”고 했다. 그 말대로 전시물들은 이슬람의 종교적 분위기와 거리가 멀었다. 호메이니 영묘(靈廟)의 이미지도 홀로그램이다. 이라크는 화학무기를 썼다. 흰색 벽면 전체를 수많은 산소마스크로 장식했다. 그것은 잔혹한 독가스 공격을 담고 있다.
 
박물관 한쪽은 ‘핵 순교(殉敎)자(nuclear martyrs)’ 코너다. 2010년부터 2년간 이란의 핵 과학자 4명이 피살됐다. 그들의 옷, 가족과 찍은 사진, 휴대전화, 수첩이 전시돼 있다. 그들의 일상이 따뜻하면서 애잔하게 다가온다. 안내원은 한류와 K팝 팬이다. 그는 친절했다. 박물관 밖의 순교자 추모물을 소개했다. 박물관 밖의 전시 공간(21만㎡)은 엄청났다. 조경은 깔끔했다. 이라크와 전쟁 때의 전투기·탱크 대포·헬기·선박이 전시돼 있다. 노획한 북한제 대공화기가 눈에 띈다.
 
언덕 위에 대형 유리상자 네 개가 진열돼 있다. 그 안에 폭파된 자동차가 들어 있다. 흰색 천막이 덮어졌다. 그것은 수의(壽衣)다. 섬뜩한 기분이 든다. 찢어진 천막 속으로 흑백사진이 보인다. 숨진 과학자의 영정이다. 핏자국이 그려져 있다. 추모 조형물은 “최고지도자 이맘 하메네이의 주도로 2014년 2월 제막됐다”고 써 있다. 그곳에 함께 간 은퇴교사 파르하디 아그힐리가 설명해 준다.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오른쪽)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 가운데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끈 이맘 호메이니 초상화.

이란의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오른쪽)와 하산 로하니 대통령, 가운데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끈 이맘 호메이니 초상화.

“모스타파 아흐마디 로샨은 32세로 4명의 순교자 중 가장 젊었다. 그는 테헤란 공대 화공과 교수로 나탄즈 우라늄농축시설의 부책임자다. 2012년 1월 출근길이었다. 그는 푸조 405 승용차 조수석에 탔다. 오토바이 한 대가 푸조에 접근했다. 오토바이 뒷자리의 사나이가 차 문에 무언가를 붙였다. 소형 자석폭탄이다. 오토바이가 사라진 직후 승용차가 폭발, 사망했다.” 붉은 색 튤립이 천막 위에 놓여 있다. 그것은 사랑과 추모의 의미다.
 
암살 장면은 007 드라마 같다. 범행 수법은 비슷하다. 오토바이를 탄 2인조 괴한, 자석폭탄, 오토바이 폭발, 저격이다. 추모문은 모사드의 암살 공작으로 단정한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부인한다. “로샨은 착했고 유모감각이 있었다”는 대목이 가슴을 저리게 한다. 아그할리의 목소리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담겼다. 뒤쪽 멀리 거대한 미사일들이 정렬해 있다. 그것들은 추모 조형물의 배경인 듯하다. 그 풍광은 핵·미사일에 대한 이란의 의지와 집념을 집약한다.
 
모사드 책임자 시절의 메이어 다간.

모사드 책임자 시절의 메이어 다간.

이스라엘은 핵보유국이다. 하지만 적대국의 핵 보유를 필사적으로 막는다.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모사드의 핵심 공략 대상이다. 메이어 다간 국장 시절(2002. 8~2011. 1)이 모사드의 공세적 절정기다. 다간(2016년 숨짐)의 유산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다간 시절 모사드의 공작은 대담했다. 기발함과 잔인함도 서렸다. 저지·방해 공작에는 이란의 핵 시설 폭파와 화재, 과학자 살해, 컴퓨터 바이러스 감염, 암시장에서 불량부품 판매, 납치가 있다. 모사드와 미 중앙정보국(CIA) 간의 긴밀한 협력이 있었다.
 
2010년 6월 나탄즈(테헤란 남부)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분리기가 고장났다. 컴퓨터 바이러스 스턱스넷(Stuxnet)이 침투한 것이다. 그 사이버 공격은 이스라엘의 모사드와 군 정보기관 8200부대, 미 국가안보국(NSA)과 CIA 합작품으로 알려졌다. 모사드는 자국의 디모나 핵 시설에서 스턱스넷의 파괴력을 시험한 것으로 추정된다(뉴욕타임스 2016년 3월 17일).
 
다간은 금융전쟁에서도 실력을 발휘했다. 그것은 모사드의 하푼(Harpoon, 작살) 공작이다. 대표적 성과는 팔레스타인의 비자금 계좌에 접근한 것이다. 그것으로 무장조직 하마스의 돈줄을 차단했다.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라이트너는 “북한의 핵·미사일 협박을 멈추게 하려면 김정은의 돈줄을 막고, 말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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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간은 어둠의 왕(king of shadows)이었다. 2011년 1월 퇴임 후 사이버 공작에 더욱 매료된다. 그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군사공습 구상을 반대했다.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공습으로 문제가 해결됐다고 착각할 수 있다. 이란은 지하 더 깊숙이 핵 시설을 재건한다”(2014년 하버드대 강연). 컴퓨터 바이러스 심기는 디지털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다. 북한은 오래전에 그 위력을 간파했다. 평양의 사이버 공격 능력은 위협적이다. 한국 국정원은 댓글 적폐청산의 늪에서 허덕인다.
 
이스라엘과 이란

이스라엘과 이란

북한은 12일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사생결단의 투쟁으로 쟁취한 우리 당과 인민의 위대한 역사적 승리다.”-젊은 지도자 김정은의 그 말은 다부지다. 나는 테헤란의 핵 순교자 추도문을 떠올렸다. “··· 믿음과 이단 사이의 위대한 역사적 대결, 미국과 시오니즘이 주도해 온 오만의 잔학행위에 맞서 온 의지와 결단….” 시오니즘은 이스라엘이다. 과학자들의 의지와 결단의 대상은 핵 개발일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결사적으로 막는다.
 
한국은 북한의 핵무장 저지에 실패했다. 한국의 리더십에는 북한식 ‘사생결단’이 없다. 역대 정권은 게을렀고 비겁하다. 한국은 중국에 매달린다. 미국이 북한 핵을 정리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부장은 “북한 미사일 핵심 부품은 첨단 기술의 집약체다. 북한은 대부분을 불법거래·밀수로 조달한다. 국제사회와 협조해 통제·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한국은 나서야 한다. 모사드의 공작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국정원 요원들의 감수성과 투지는 새롭게 단련돼야 한다.
 
테헤란(이란)=글·사진 박보균 대기자 bg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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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