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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불법파견 덫에 걸린 정부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정부가 덫에 걸려 옴짝달싹 못하고 있다. 정부가 쳐 놓은 불법파견이란 덫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20일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었다. 제3차 직업능력개발계획을 심의 의결했다. 국가의 인력 양성을 위한 중장기 계획이다. 이런 막중한 국가 계획에 알맹이가 빠졌다는 걸 김 장관은 몰랐다. 원청기업(대기업)이 용역이나 사내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신기술교육과 숙련훈련을 시키도록 촉진하는 정책이다. 대·중소기업 상생을 통한 산업체 전반의 기술력 향상을 꾀했다. 글로벌 기업이나 선진국에선 보편화한 정책이기도 하다.
 
정부는 처음엔 의욕적으로 이 정책을 추진하려 했다. 이번 국가 계획의 핵심 사업으로 꼽았다. 노동계나 경영계, 전문가도 정부의 뜻에 공감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결국 빛을 보지 못했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속사정은 이렇다. 고용정책심의회가 열리기 전 노사정과 공익위원 간에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거친다. 정부는 논의 테이블에 이 정책을 올렸다.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정부가 파리바게뜨를 옭아맸던 불법파견이었다. 이 정책에 정부의 불법파견 잣대를 들이대면 대기업은 꼼짝없이 불법파견으로 몰리게 된다. 대기업이 사내하청기업의 경영권인 인력 활용에 개입하는 게 돼서다. 대기업은 졸지에 파리바게뜨처럼 사내하청 근로자를 직접 고용해야 하는 함정에 빠진다. 대기업 입장에선 좋은 뜻으로 기술교육을 했다가 날벼락을 맞는 셈이다.
 
은수미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국회의원 신분이던 2013년 8월 삼성전자서비스가 ‘삼성전자서비스 직업훈련 학교’를 통해 협력업체 근로자를 교육한 걸 두고 위장도급, 즉 불법파견의 증거라고 주장했다. 대·중소기업의 상생을 위해 고용부가 추진한 국가인적자원개발 컨소시엄 사업에 참여했을 뿐인데 불법파견으로 몰았다. 결국 삼성전자서비스는 직업훈련을 중단했다.
 
정부가 쳐 놓은 불법파견의 덫이 정부를 조이는 셈이다. 앞으로도 대·중소기업 상생과 관련된 괜찮은 국가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못내 아쉬웠던지 고용부는 “향후 검토를 거쳐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가능할까. 그럴수록 정부가 쳐 놓은 덫은 더 세게 조여 올 뿐이다. 그 덫을 없애려면 불법파견을 보는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노사가 모두 좋은 정책이라고 공감하는데도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으로 몰고 간 건 정부여서다. 대·중소기업이 같이 잘살자는데 정부가 막아서야 되겠는가.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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