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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적십자 측 “한·미 훈련 중단하면 평창 참가에 도움”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마지막 이산가족 상봉을 끝으로 중단됐던 남북 적십자사 관계자들 간 접촉이 최근 이뤄졌다고 여권 핵심 관계자가 21일 전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 간 당국의 성격을 띤 당사자 간의 접촉이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터키 국제적십자 총회서 남북 접촉
올림픽 참가 관련 메시지 전해
북한군 1명 중서부전선 GP로 귀순
군, 북 수색조 향해 20발 경고사격

2017.08.18.대한적십자사 제29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경서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김춘식 기자

2017.08.18.대한적십자사 제29대 회장으로 취임한 박경서 회장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김춘식 기자

이 관계자는 “박경서 대한적십자사(한적) 회장이 최근 해외에서 북한의 적십자 인사와 만나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며 “당시 북한 측 인사는 ‘한·미 공동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중단하면 (북한이)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 11월 5~8일 터키에서 4년마다 열리는 국제적십자사 총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내가 만난 게 아니라 11월 총회에 참석한 북한 적십자회와 국장급 회동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아직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지난 5~12일 스위스에서 열린 적십자사 연맹 기부자 자문그룹 회의에도 참석했지만, 이 자리에 북한 측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이산가족 상봉 등을 주관해 온 남북 적십자 간의 공식 실무 접촉은 2015년 9월 8일이 마지막이었다. 박 회장은 이와 관련, “현재 북한과 어떤 논의가 진행 중인지 등은 밝힐 단계가 아니다”며 “그러나 조만간 성과를 알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 추진을 위한 회담을 제안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화상상봉실에 작년 통일박람회에 방문한 시민들이 쓴 이산가족 상봉기원 희망메시지가 붙어 있다. 김경록 기자

대한적십자사가 북한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 추진을 위한 회담을 제안한 1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화상상봉실에 작년 통일박람회에 방문한 시민들이 쓴 이산가족 상봉기원 희망메시지가 붙어 있다. 김경록 기자

 
특히 북한 측이 전달했다는 ‘훈련 중단’ 메시지는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양국은 평창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고 한 말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측의 메시지에 대해 “청와대 논의 테이블에 ‘공식적으로’ 올려서 논의한 바는 없다”고만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월 6일 독일 ‘베를린 구상’에서 적십자회담 개최와 이산가족의 고향 방문을 제안했다. 정부는 후속 조치로 군사당국 회담과 적십자 회담을 동시 제안했지만 북한은 이를 거부한 상태다.
 
2010년 10월 27일 북한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 2일차 오전 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대한적십자사 김용현 사무총장 ( 왼쪽 ) 이 북측 수석대표인 적십자사중앙위원회 최성익 부위원장과 인사말을 주고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2010년 10월 27일 북한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 남북적십자회담 2일차 오전 회담에서 우리 측 수석대표인 대한적십자사 김용현 사무총장 ( 왼쪽 ) 이 북측 수석대표인 적십자사중앙위원회 최성익 부위원장과 인사말을 주고 받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여권의 핵심 인사는 “북한의 적십자는 북한 정부를 대표하지는 못하더라도 한국과 달리 ‘관(官)’의 성격이 강하다”며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뿐만 아니라 향후 이산가족 상봉 등 북한과의 다양한 채널이 열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취임한 박경서 한적 회장은 북한을 29차례 방문하고 김일성 주석과도 만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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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귀순=북한군 1명이 이날 귀순했다. 지난달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북한군 오모(24)씨가 탈출한 뒤 한 달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21일 오전 8시4분쯤 경기도 연천 최전방 중서부 전선 지역에서 북한군 1명이 아군 GP(비무장지대 소초)로 넘어왔다고 밝혔다. 귀순 북한군 병사는 19세가량의 초급병사(한국군 일병에 해당)로 개인화기인 AK소총을 휴대하고 있었다. 합참 관계자는 “짙은 안개 때문에 이날 시계가 좋지 않았지만 육군 경계병이 감시장비로 귀순 북한군을 발견해 무사히 신병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북한군 귀순

북한군 귀순

이후 북한군이 비무장지대(DMZ)에 수색조를 투입하면서 한때 긴장감이 돌았다. 북한군 수색조가 무장한 상태로 군사분계선(MDL)에 접근하는 모습이 관측되자 육군은 오전 9시24분쯤 경고방송과 함께 K3 기관총으로 경고사격 20발을 발사하면서다. 합참은 북한군이 MDL로 접근할 경우 경고방송 후 경고사격을 한다는 수칙에 따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뒤늦게 귀순 병사가 사라진 걸 알고 수색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별다른 대응 없이 즉각 되돌아갔다. 군 당국은 현재 귀순 북한군을 상대로 귀순 동기를 조사 중이다. 합참에 따르면 올 들어 귀순은 모두 아홉 차례로 15명이다. 이 중 북한군은 오씨를 포함해 모두 4명이다. 지난해에는 모두 3건에 5명(군인 1명 포함)이었다.
 
이철재·강태화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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