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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왜 고시원은 타워팰리스보다 비싼가?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타워팰리스의 3.3㎡당 월세는 11만6000원이고 고시원은 13만6000원이다. 이 경악스러운 가격표로 주거취약계층의 처지에 분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고시원의 경쟁력(?)을 살펴 미래 도시주거의 방향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도쿄에서 뭄바이까지, 저급 주거문제는 이 시대 세계적인 고질이다. 악명 높은 홍콩의 관차이(棺材, coffin cubicles)는 말 그대로 관 크기의 쪽방이다. 작은 아파트를 2평 단위로 쪼개고 위아래로도 나눈다. 안에서는 오직 앉거나 누울 수만 있다. 한 칸 월세가 평균 35만원임에도 일부에서는 품귀란다.
 

정부가 발표한 주거복지로드맵
여전히 자가 소유 개념서 맴돌아
소유 아닌 공유와 사용 개념이
공유경제시대의 로드맵 되어야

정부는 최근 청년, 신혼부부, 노년층 등 주거약자에 방점이 찍힌 주거복지 로드맵을 발표했다. 신자유주의 시장에 내맡겨져 이 지경이 된 그간의 주택정책을 반성하고 촘촘한 기획을 통해 주거의 공공성을 회복하겠다는 방향은 옳다. 그러나 정교하고 현실적인 처방보다는 더 대담하고 미래지향적인 목표가 제시되기를 기대했다. 예컨대 ‘주택에서 주거로’ ‘소유에서 공유로’ ‘단지에서 동네로’ 같은 주거 패러다임의 전환을 기조로 세부 정책을 말했으면 무엇을 위한 로드맵인지가 명확했을 것이다.
 
정부의 로드맵은 여전히 주거문제를 주택문제로만 보고 있다. 고시원은 ‘주거’와 ‘주택’의 차이를 잘 설명해 준다. 아파트로 치면 침실만 떼어내 임대한 경우가 고시원이다. 나머지 공간은 모두 동네에서 해결된다. 편의점이 주방/식당이고 커피집은 공부방/거실이며 빨래방이 발코니가 된다. 언젠가부터 주거행위는 도시공간으로 빠져나왔으며 주택은 해체되었다. 역설적이게도 주거의 도시로의 연장(extension)은 고시원의 존재 이유이자 경쟁력의 원천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도시 내 ‘핫’한 장소에 대한 접근성이다. 일자리, 정보, 문화, 교류에서 소외되지 않고 짧은 출퇴근 시간이 보장된다면 개인공간이 지옥고(지하방, 옥탑방, 고시원)에 있음은 문제가 아니다. 좋은 입지는 ‘강남’만큼 희소하고 저성장 및 1, 2인 가구 증가로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기에 고시원은 당분간 시장지배자일 것이다. 대학 기숙사, 외곽의 임대주택, 공공지원 정도로는 이 싸움을 이길 수 없다. 주택을 넘어 도시를 주거의 확장 영역으로 보는 전환이 필요하다. 도심 내 임대주거에 대해 사회기반시설의 지위를 주어 사회가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사회적 합의와 법의 정비에 지난한 수고가 필요하겠지만 홍콩처럼 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다.
 
시론 12/21

시론 12/21

로드맵은 여전히 자가 소유 위주 주택정책의 틀을 못 벗어나고 있다. 디테일과 레토릭이 달라졌을 뿐 역대 정권의 공공주택정책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이쪽에서 듣고 이마저도 과잉 복지라는 비판을 저쪽에서 받는다. 아예 “더 이상 집을 소유할 필요가 없는 세상을 열겠다”고 했으면 어땠을까? 실제로 네덜란드는 40%가 공공임대이며 미국·영국조차 최근 10년 사이 자가 비율이 낮아지고 있는 시절이다.
 
또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보여주듯 앞으로는 집 또한 사유 대신 공유, 소유에서 사용의 개념으로 바뀔 것이다. 사적 공간은 극소화하고 도시공간을 주거공간으로 전유(專有)함으로써 효율을 극대화하는 고시원이 이 변화의 프런티어다. 각자의 저축을 통해 1가구 1주택 달성을 목표로 하는 ‘국민주택’의 개념은 이제 폐기될 시점이다. 로드맵은 여전히 택지개발과 단지형 아파트를 주된 공급 수단으로 보고 있다. 그린벨트와 녹지를 희생시키는 택지개발은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외곽이기에 선호지도 아니다. 더구나 빈집 107만 호 중 57만 호를 차지하는 아파트가 부족한 것도 아니다.
 
한편 정부는 50조원을 들이는 도시재생을 통해 기성 시가지의 주거환경을 아파트 단지 수준으로 향상시키겠다고 했다. 도시재생은 아파트의 시대를 거치며 소외되고 수탈당한 기존 주택가에 대한 보상인 동시에 입지성이 우수한 도심의 주거 경쟁력을 높일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도시재생은 주거 및 동네 재생이 핵심이 돼야 한다. 그런데 로드맵 어디에도 도시재생을 통해 공공주택을 확보하겠다는 대목은 없다. 더구나 가장 재생이 절실한 서울은 내년도 사업에서 제외되었다. 도시재생을 돈 풀린다는 신호로 받아들인 시장이 꿈틀대자 나온 8·2 조치 때문이다. 도심을 놔두고 외곽 택지개발로 공급하겠다는 얘기는 당국이 여전히 겁먹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아파트에 중독된 소비자들과 아파트 생산에 최적화된 산업 생태계와 경쟁해 이겨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함인선 건축가·한양대 건축학부 특임교수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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