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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9명 → 4명 줄여 셀프 주유소로 … 근로자는 일자리 줄고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셀프 주유소를 찾은 한 시민이 직접 연료를 주유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0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셀프 주유소를 찾은 한 시민이 직접 연료를 주유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서울 방학동의 A주유소는 지난달 6일 셀프 주유소가 됐다. 원래 있던 주유대 6대를 철거하고 셀프 주유기 5대를 들여놓았다. 세차장도 셀프 세차장으로 전환했다. 셀프 주유기의 대당 가격은 1800만~2000만원이다. 일반 주유기 값의 약 두 배다. 사장 한모(45)씨는 “셀프 주유소를 불편해 하는 손님도 있어서 고민하다 임금 인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바꿨다”고 말했다.
 

“셀프 주유기 1억원 9개월이면 회수”
내년 1000곳 셀프 주유소 전환 예상

식당 등 월급 줄이려 근로시간 단축
알바생 “단위 시간당 일 강도 세져”

경비원 줄이려 경비소 통폐합 늘어
‘무급 휴식시간’ 통해 인건비 감축도

한씨는 주유기 값으로만 약 1억원을 투자했지만 내년 안으로 투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10월까지 9명이었던 직원을 4명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직원 5명을 줄여 한씨가 한 달에 얻는 이득은 1150만원(230만원×5명)으로 추산된다. 셀프 주유소로 전환한 것 때문에 매출액이 줄지만 않는다면 주유기 교체 비용 1억원을 9개월 뒤쯤에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A주유소는 셀프 주유소로의 전환 뒤에 기름값을 내리지 않았다.
 
내년 시간당 최저임금 16.4% 올라 7530원
 
주유소 업계에서는 셀프 주유소로 전환하는 곳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12일 기준으로 전국의 주유소 1만1784개 가운데 셀프 주유소는 약 3215개(27.2%)다. 최근 한 해 사이에 셀프 주유소로 전환한 곳이 525곳 늘어났다. 2016년에는 셀프로 전환한 곳이 45개에 불과했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셀프 주유기 제작 업체에 문의하는 상황을 보면 내년에 최소 1000개는 더 전환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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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창천동의 한 고깃집 아르바이트생(알바생)들은 주로 오후 5~11시까지 6시간 동안 일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오후 6시30분부터 11시까지 4시간30분 동안 일하게 됐다. 2018년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16.4% 오르면서 식당 측이 근로시간을 단축했기 때문이다. 단축되는 시간은 상대적으로 덜 바쁜 오후 5시부터 6시30분 사이다. 식당의 방침에 따라 알바생들은 단위시간당 더 높은 노동 강도 속에서 일하게 됐다.
 
서울 성산동에서 수입과자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C사도 알바생 근무시간을 단축했다. 기존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8시간 근무에 시간당 7000원을 제공했지만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일하는 시간을 줄였다. 대신 시간당 급료는 8000원으로 올렸다. 새해부터 최저임금이 올라 ‘알바비’를 올려줘야 하는 상황인데 회사 매출액은 오르지 않아 인건비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알바생 관리 일을 하고 있는 K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할 때는 점심식사 시간 한 시간까지 포함해 일당을 지급했는데 실제 일하는 시간에만 임금을 지급하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서울 상계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하는 경비원 김모(72)씨는 요즘 걱정이 많다. 입주자 대표 회의에서 경비원 감축을 포함한 임금 인상 문제를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의 중인 안은 ① 30분 무급 휴식시간을 통한 인건비 감축 ② 경비소 통폐합을 통한 인력 감축이다. 경비원 입장에서의 최선은 무급 휴식시간을 얻는 대신 인력 감축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김씨는 “휴식시간에도 순찰이나 청소 민원, 택배를 대신 받아달라는 주민들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워 사실상 ‘무료봉사’를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직장을 잃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했다.
 
임금 인상에 대비해 고용을 최소화하는 곳들도 점차 늘고 있다. 중국과의 외교 갈등으로 관광객이 급감해 울상을 짓는 숙박업체들도 고용 인력을 줄이고 있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유스호스텔을 운영 중인 김모(33)씨는 10명이었던 직원을 최근 3명으로 줄였다. 김씨는 “사람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최저임금 7530원으로의 인상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고 말했다. 서울 남산동의 한 호스텔 업체도 2개 업체의 운영을 통합해 매니저를 6명에서 3명으로 줄이려 하고 있다.
 
비숙련 저임 노동자들 해고 불이익 예상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시간당 최저임금은 현재의 6470원에서 16.4% 인상된 7530원이다. 2001년에 16.6%(1600원→1865원)를 올린 이후 17년 만에 최대 인상폭이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최저임금이 현재의 계획대로 인상되면 적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해고 등으로 인해 피해를 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김정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업하는 사람들은 생산성 낮은 인력부터 줄일 게 자명하다. 근로자들의 소득을 높여주기 위해 올린 최저임금이 오히려 이들의 직업을 뺏어 생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영익·최규진·여성국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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