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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전면 도입’ 분위기 띄우는 정부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금융사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한다.”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최종 권고
법적 강제력 없지만 정부 의지 담겨
최종구 금융위원장 “최대한 수용”
지난달 KB금융 주총선 선임 무산
경영계 등 반대에도 밀어붙일 듯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20일 발표한 최종 권고안에서 이같이 밝혔다. 민간 금융회사 이사회에 근로자가 추천하는 전문가를 참여시키라는 뜻이다. 명칭은 조금 다르지만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과 시민단체가 도입을 주장해 온 노동이사제와 사실상 같은 제도다. 금융행정혁신위 권고안에 법적 강제력은 없다. 그러나 새 정부가 ‘금융권 적폐 청산’을 위해 운영한 기구라는 점에서 권고안에 무게가 실린다. 윤석헌(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 금융행정혁신위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권고안을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21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권고안에 대한 금융위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노동이사제는 경영계·노동계의 뜨거운 이슈다. 지난해 7월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우리사주조합에 사외이사 추천·선출권을 주는 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여기에 불을 붙인 건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공부문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민간기업으로 확산하겠다”고 공약했다. 실제 7월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에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명시했다. 공공기관부터 시작해 민간 영역까지 이를 확대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이미 금융노조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공공성이 강한 금융권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 KB금융그룹 노동조합은 지난달 20일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비록 안건은 부결됐지만 KB금융 주주(지분율 9.8%)인 국민연금공단은 노조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금융행정혁신위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근로자의 참여로 내부 견제가 이뤄져 경영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이 제고된다. 노사 간 소통이 원활해져 갈등이 줄어든다. 근로자의 관점·경험을 통해 생산성도 개선된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가 이미 도입해 운영 중인 제도라는 점도 근거가 됐다.
 
혁신위원인 김헌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금융 공공기관엔 노동자 대표가 직접, 민간 금융회사는 노동자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방안을 권고한다”며 “다만 민간 금융회사는 정부기관과 금융회사 내부 논의를 거친 뒤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노동이사제 도입이 노사 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인가에 대해선 정반대의 주장도 있다. 김영완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유럽 기업에서조차 노동이사제는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라며 “혁신을 위한 의사결정이 지연되고, 근로자 추천 이사가 기업의 성장보다는 근로자 권익에 치중한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했다. 근로자와 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경우, 예컨대 구조조정이나 인수합병 결정에 있어 근로자 추천 이사가 주주가 아닌 근로자 편에 설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최준석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상법상 근로이사제 도입의 문제점’ 보고서에서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결정해야 할 이사회가 이사 간의 발목 잡기식 토론으로 실기하거나, 이사회 진행 내용이 즉각 노조에 전달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독일 알리안츠·바스프·이온 등 일부 대기업은 독일 국적을 포기하고 ‘유럽주식회사(SE)’로 전환함으로써 근로자 경영 참여 부담을 피하기도 했다.
 
왜 금융업부터 도입해야 하느냐도 논란거리다.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은행 등 금융권이 격변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연구소 소장은 “노동이사제 도입 주장은 이상론에 기반해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속도감 있는 혁신이 어려워 한국 금융산업이 도태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노조도 일종의 기득권 세력이라는 점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에 여론이 얼마나 호응할지도 관건이다. 
 
◆노동이사제
1951년 독일의 탄광·철강 노조를 시작으로 해 프랑스·스웨덴 등 유럽 19개국이 채택한 제도.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에 근로자 대표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토록 의무화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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