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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인간을 추위로부터 해방시키는 게 우리의 목표

지금의 롱 패딩처럼 2013년 겨울에도 패딩 열풍이 불었다. 북극 지도가 그려진 동그란 패치 로고에 빨간색 파카를 너도나도 입었다. 한 벌에 100만원이 넘는 럭셔리 아웃도어 브랜드 캐나다구스였다. 당시엔 낯선 이름이었지만 이후 브랜드는 끝없는 성장세다. 2017년 2분기 매출이 1억7230만 달러(1875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고 같은 기간 순익은 37.3% 증가했다. 2017년 뉴욕에 상장된 주식은 이미 공모가(12.78 달러)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이를 이끈 건 창업주의 외손자로 2001년 가업을 이어받은 대니 리스(Dani Reiss·43) 최고경영자(CEO)다. 그는 탐험가·경찰 등을 위한 특수 외투를 만들던 브랜드를 도시 어디서나 입는 아웃도어 룩의 대표주자로 탈바꿈시켰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2017년 11월 28일 창립 60주년 행사차 서울에 온 그는 교과서 같은 답을 했다. "진정성 있는(Authentic), 그리고 진짜(real) 브랜드니까."라고. 글=이도은 기자 dangdol@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park.jongkeun@joongang.co.kr
 

대니 리스 캐나다구스 CEO 인터뷰
27살에 경영 맡아 매출 97배 성장

11월 28일 서울 청담동 비이커 매장에서 만난 대니 리스 캐나다구스 최고경영자(CEO). 가업을 물려 받 은 3대 경영인으로, 인터뷰 내내 브랜드의 진정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11월 28일 서울 청담동 비이커 매장에서 만난 대니 리스 캐나다구스 최고경영자(CEO). 가업을 물려 받 은 3대 경영인으로, 인터뷰 내내 브랜드의 진정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캐나다구스가 한때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당시 시장 분석은 어땠나.

"럭셔리·프리미엄 시장이 아시아에서 커가는 와중이라 타이밍이 좋았다. 캐나다구스는 아웃도어 제품을 패셔너블하게 접근하면서도 헤리티지(유산)를 지닌 브랜드다. 한국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주기 시작하면서 일종의 신드롬을 만들어 냈다."  
 
① 2013년 한 대형 마트에 들어온 캐나다 구스. 당시 국내에 프리미엄 패딩이 큰 인기를 끌었다. ② 개썰매 레이스의 전설인 랜스 맥키. ③ 랜스 맥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고독한 승리(The Great Alone, 2014)’의 그렉 코스 감독(왼쪽)은 알래스카에서 3개월 간 촬영하며 캐나다구스를 입었다. [사진 중앙포토, 캐나다구스]

① 2013년 한 대형 마트에 들어온 캐나다 구스. 당시 국내에 프리미엄 패딩이 큰 인기를 끌었다. ② 개썰매 레이스의 전설인 랜스 맥키. ③ 랜스 맥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고독한 승리(The Great Alone, 2014)’의 그렉 코스 감독(왼쪽)은 알래스카에서 3개월 간 촬영하며 캐나다구스를 입었다. [사진 중앙포토, 캐나다구스]

 
 

당시 남극에서나 입을 법한 패딩을 도시에서 입는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었다.  

"더 따뜻한 홍콩이나 뉴질랜드에서도 캐나다 구스가 잘 팔린다. 생각해보라. 늘 차가 밀리는 도시에서도 광속을 내는 스포츠카를 원하는 이들이 많지 않나. 사람들은 굳이 필요하지 않더라도 진정성 있는, 평판 좋은 브랜드에 가치를 둔다."  
 

진정성이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인간을 추위로부터 해방한다는 게 우리의 모토다. 누구나 이렇게 정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입어 본 사람이 '진짜 그렇구나'라고 느끼는 물건을 만드는 건 아무나 못 한다. 캐나다구스는 한다. 캐나다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로리 스크레슬릿이나 개썰매 레이스의 전설인 랜스 맥키처럼 극한의 추위를 겪는 이들이 우리를 인정하니까. 이게 캐나다구스가 원하는 진정성이다. 지금 토론토도 서울도 얼마나 추운가. 그럴수록 캐나다구스가 가장 빛을 발할 조건이다. 설사 브랜드 로고에 끌려 사더라도 입어보면 가치를 느끼게 될 것이다."
 
영하 70도에서 보온력을 유지하도록 제작한 스노우 만트라.

영하 70도에서 보온력을 유지하도록 제작한 스노우 만트라.

 
 

캐나다가 패셔너블한 이미지는 아닌데.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와는 맞았다. 외할아버지(샘 틱, Sam Tick)가 1957년 회사를 세웠을 때 이름은 메트로 스포츠웨어(Metro Sportswear Limited)였고, 아버지(데이비드 리스, David Reiss)가 경영할 당시에는 스노우 구스(Snow Goose)였다. 그런데 유럽에 이미 스노우 구스라는 브랜드가 있어서 박람회에 나갈 땐 '캐나다 구스'로 물건을 내놨다. 그러다 아예 브랜드 이름을 캐나다 구스로 바꿨다. 우리는 캐나다 하면 떠오르는 북극·겨울·오로라 같은 이미지가 순수하면서도 로맨틱하다고 판단했고, 브랜드 가치로도 훌륭하다고 여겼다."
 
2016년 베트멍과 협업한 의상.

2016년 베트멍과 협업한 의상.

 
 

2001년 스물일곱 나이에 최고 경영자가 됐다.

"사실 나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작가가 꿈이어서 캐나다구스에서 일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97년 여행 경비를 벌려고 몇 달간 아르바이트하면서 인생이 달라졌다. 당시 전화 주문부터 서류 타이핑, 쓰레기 수거까지 옷 만드는 거 빼고는 회사 돌아가는 거의 모든 일을 했다. 그러면서 캐나다 구스가 어떤 제품인가를 제대로 알게 됐다. 이후 유럽·아시아까지 장기 여행을 다녔는데 어떤 사람들을 만나도 공통적인 게 있더라. 누구나 진짜(real)를 원하고 있다는 것. 돌아와 아버지에게 경영을 맡아보겠다고 했다."
 

당시 회사 규모는 어느 정도였나.

"직원 40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은 2000명이 넘고 당시보다 매출은 97배나 늘었다(2016년 기준)."  
 

성공의 키를 꼽는다면.

"모든 사람들이 가는 길과 반대로 향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캐나다 의류 산업은 꽤 큰 규모였지만 대부분 인건비가 싼 중국 공장을 찾아 떠났다. 하지만 캐나다구스는 캐나다 원료로 캐나다에서 만든 다운 점퍼를 고수했다. 그게 진짜라고 생각했으니까. 일본에서 만든 스위스 시계를 진정성 있게 볼 수 없는 이치다. 선택은 옳았다. 이제는 캐나다 대표 패션 브랜드가 되면서 이제는 캐나다 의류업계 고용의 10%를 맡고 있다."
 

스위스 시계를 예로 든 건 어떤 의미인가.

"기술력의 문제다. 지금까지도 거위·오리의 솜털과 깃털의 배합 비율과 보온성을 연구하고 있다. 옷의 두께에 따라, 옷감 종류에 따라 어떤 배합이 가장 따뜻한지를 맞추는 비율은 우리만의 기술이다."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 패딩. 남극 맥머도기지 과학자를 위해 제작했다.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 패딩. 남극 맥머도기지 과학자를 위해 제작했다.

 
 

비용이 느는 게 문제였을 텐데.

"맞다. 프로모션과 마케팅 비용이 턱없이 모자랐다. 보통 업체들이 하는 이벤트는 엄두를 못 냈다. 대신 제품의 진정성을 전달해 줄 핵심 인물들을 공략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 등장하는 탐험가들에게 옷을 입혔다. 야외에서 영화를 찍는 배우뿐 아니라 스태프들에게 옷을 제공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홍보를 입소문으로 대신했다. 그러다 행운이 생겼다. 2013년 한 잡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미국 모델 케이트 업튼을 남극에 데려가 표지 촬영을 한다고 하면서 캐나다구스를 택한 것이다. 나중에 보니 누드 차림에 우리 옷만 입은 사진이더라. 브랜드가 전 세계에 알려졌다. 그렇다고 생각이 변하지는 않았다. 연예인보다 브랜드와 실제 관계를 맺는 '구스 피플'의 협찬이 중요하다. 그래도 데이비드 베컴부터 엠마 스톤까지 본인들이 사서 입고 소셜 미디어에 사진까지 올린다."
 
캐나다구스를 입은 배우 엠마 스톤.

캐나다구스를 입은 배우 엠마 스톤.

 
 

문학도 출신이라는데 꼭 경영학도처럼 전략적이다.

"영문학을 공부하면서도 대학 때 친구들과 소규모 창업을 줄곧 했다. 인터넷이 상용화하기 전 통계분석 업체도 만들었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사업하는 집안 환경에 있다보니 사람들이 어디에 반응하고, 무엇에 호감을 느끼는지 등을 자연스럽게 깨우쳤던 게 아닐까 싶다."
 

악재도 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 등이 동물 털 채집 과정에 대해 비난하는데.

"채식주의자들은 인간을 위해 동물이 희생되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르다. 캐나다구스는 최고의 보온성을 위해 동물의 털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단, 우리는 살아있는 거위·오리털을 채집하지 않는 윤리적 기업에서 공급받고 있다. "
 

그런데 왜 반대시위가 계속되나.

"PETA는 동물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모든 회사에 반대하는 기관이다. 그들에게 우리의 입장을 밝히고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지만 선택은 개인의 몫일 뿐이다. "
 

올해 토론토 증시 뿐 아니라 뉴욕에도 상장했다. 다음 계획은 무엇인가.

"기업공개(IPO)를 통해 2억5500만 달러(2882억원)를 조달했다. 자금이 확보된 만큼 많은 기회를 얻게 됐다. 당장 올봄 컬렉션부터 훨씬 다양하고 새로운 제품 라인으로 확대했고, 무엇보다 해외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발판을 마련했다. 2016년부터 토론토를 시작으로 뉴욕·런던 등 오프라인 단독 매장을 속속 열고 있다. 올해 이미 5개 매장을 열었고, 2020년까지 20개 매장을 추가 오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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