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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요즘은 다들 청바지 입고 파티 갑니다

사진 박종근 기자

사진 박종근 기자

 
평소 즐기지 않던 하이힐을 신고, 옷장 깊숙이 묻어놓은 퍼(fur, 모피) 재킷을 꺼내 든다. 연중 가장 화려하게 ‘드레스 업’ 해야 하는 연말의 흔한 풍경이다. 그런데 요즘 이런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각종 파티에서 두꺼운 패딩이나 스니커즈는 예사, 심지어 방한용 부츠까지 착용한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이런 차림이 예의에 어긋났다고 보는 시선도 없다. 오히려 ‘쿨’하다는 평이다. ‘드레스 업’ 대신 ‘드레스 다운’을 제안하는 이유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비슷한 롱 실루엣의 스커트 차림. 스타일링에 따라 ‘드레스 업’이 되기도 ‘드레스 다운’이 되기도 한다. 과거 한 패션쇼에서 롱 드레스에 세팅한 헤어로 전형적인 ‘드레스 업’ 스타일(왼쪽)을 선보인 배우 공효진. 이와 대조적으로 비슷한 실루엣에 운동화를 신어 한층 스타일리시한 ‘드레스 다운’룩(오른쪽)을 완성한 최근 모습. [중앙포토]

비슷한 롱 실루엣의 스커트 차림. 스타일링에 따라 ‘드레스 업’이 되기도 ‘드레스 다운’이 되기도 한다. 과거 한 패션쇼에서 롱 드레스에 세팅한 헤어로 전형적인 ‘드레스 업’ 스타일(왼쪽)을 선보인 배우 공효진. 이와 대조적으로 비슷한 실루엣에 운동화를 신어 한층 스타일리시한 ‘드레스 다운’룩(오른쪽)을 완성한 최근 모습. [중앙포토]

하이힐 찾기 어려워
2017년 11월 14일 로에베 2018 봄·여름 여성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참석차 방한 후 서울 성수동의 한 문화공간에서 열린 파티에 모습을 드러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나단 앤더슨. 그는 트레이닝복을 연상시키는 통 넓은 바지에 스니커즈, 가벼운 재킷 차림으로 포토월(photo wall·사진 촬영용 가벽)에 섰다.
조나단 앤더스

조나단 앤더스

이보다 앞서 11월 7일 서울 청담동 분더샵에서 열린 발렌티노 팝업 오픈 기념행사에 참석한 배우 이동욱은 운동복을 연상시키는 블랙 트랙 수트에 흰색 스니커즈로 편안한 착장을 선보였다. 12월 12일에 열렸던 뷰티 브랜드 에딕션 론칭 1주년 기념 파티를 찾은 셀레브리티들도 마찬가지다. 화려한 퍼(fur) 재킷이나 드레시한 원피스보다는 경쾌한 컬러 수트(가수 장재인)나 트레이닝 팬츠(모델 안형섭), 오버사이즈 블랙 재킷(가수 김재경) 등을 입고 나타났다. 현장에 있던 홍보 대행사 KN 컴퍼니 김민정 대표는 참석한 셀럽이나 인플루언서 차림새가 여느 때와는 달랐다고 회상한다. 김 대표는 “오버사이즈 패딩은 물론 방한 부츠, 넉넉한 니트 등으로 멋을 낸 캐주얼 차림이 많았다”면서 "파티나 행사장에서 흔히 보이던 하이힐을 오히려 찾기 어려웠다"고 했다.
가수 장재인

가수 장재인

가수 장재인의 스타일링을 맡은 김윤미 스타일리스트는 “요즘에는 연말 파티 룩이라고 무조건 드레스에 하이힐을 신는 게 아니다”며 “오히려 절제된 스타일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모델 이현이도 이 같은 분위기 변화에 동감한다. 예전에는 격식을 갖춘 ‘드레스 업’이 일반적인 파티 룩이었다면 요즘에는 한층 힘을 뺀 '이지 캐주얼 룩'이 대안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해부터 변화가 조금씩 느껴졌다”며 “작은 행사나 파티에서는 너무 차려입은 티가 나지 않도록 편안하게 입는다”고 했다. 실제로 이현이 역시 지난 가을 서울 패션 위크 카이 컬렉션 포토월에서 드레스에 야구 모자(ball cap)를 매치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모델 정유진, 이현이, 안형섭.

왼쪽부터 모델 정유진, 이현이, 안형섭.

 
드레스 다운이 대세
본래 연말 모임의 파티 룩은 ‘드레스 업’이 공식이다. ‘드레스 업’이란 옷을 격식에 맞춰 갖춰 입는다는 의미로, 복장에 보다 신경을 쓴다는 얘기다. 흔히 평소와는 다른 룩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반대로 ‘드레스 다운’은 보다 편안한 차림을 일컫는다. 보통 이맘때쯤이면 연말 파티 룩이나 모임 룩으로 ‘드레스 업’을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런 ‘드레스 업’을 위해 흔히 검정 혹은 어두운 컬러의 단정한 드레스에 하이힐, 평소 사용하지 않는 작은 크기의 클러치와 화려한 퍼(fur) 재킷 등이 물망에 오른다. ‘연말 파티 룩’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이미지다. 하지만 요즘은 확실히 달라졌다.  
표면적인 이유는 '작정한 듯 꾸민 티를 내는 것이 패셔너블하지 않다'고 여기는 분위기 때문이다. 클러치나 하이힐 등 비일상적인 패션 아이템보다는 부츠나 패딩처럼 평소 늘 입고 신고 다니는 일상적인 패션 아이템으로 멋을 낸 사람들이 파티에 등장한 이유다.
왼쪽부터 이혜영, 모델 이영진, 배우 김옥빈.

왼쪽부터 이혜영, 모델 이영진, 배우 김옥빈.

서수경 스타일리스트는 이런 맥락에서 “파티룩을 센스 있게 연출하는 쉬운 방법이 자신에게 ‘익숙한 것’을 고르는 것”이라고 말한다. 꼭 무슨 날이어서 유난히 차려입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하던 차림 그대로 나온 것 같은 느낌을 살려주라는 얘기다. 평소 단정한 캐시미어 코트를 즐겨 입는 사람이 파티라고  퍼 재킷을 걸치면 어색해 보일 수밖에 없다. 서 스타일리스트는 “특별한 날 나름대로 '변신'해보겠다는 욕심이 어색한 패션을 만드는 주 원인"이라며 "평소처럼 코트를 입되 이너로 살짝 비치는 시스루 스타일의 블라우스를 입거나, 어깨까지 늘어지는 이어링을 하나 더하는 등의 작은 변화를 주는 편이 한층 편안하고 멋스러워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이 같은 ‘드레스 다운’ 트렌드가 ‘에포트리스 시크(effortless chic·힘들이지 않은 듯 세련된)’ 트렌드에 기반 한 것”이라고 말한다. 애써 꾸민 티를 내지 않은 평범하면서도 센스 있는 패션을 추구하는 경향이 연말 시즌 파티 룩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2013년 미국 트렌드 분석기관인 케이홀이 새로운 트렌드로 ‘놈코어(nomcore·평범함을 추구하는 패션)’를 소개한 이래로 일상성과 평범함은 패션계에서 계속해서 중요한 화두였다. 한 스타일리스트는 “요즘에는 연예인조차 오버하는 패션을 부담스러워 한다”며 “전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했지만 이젠 공식 석상에서도 옷에 힘을 주면 헤어는 자연스럽게 연출한다든지 청바지 등 캐주얼한 룩으로 힘을 빼고 스카프와 하이힐을 더해 포인트만 주는 식으로 가볍게 연출하는 것이 대세”라고 말했다.
 
전형적 룩에서 탈피하라
2016년 12월 미국 뉴욕의 스튜어트 와이츠먼 파티에 등장한 모델 지지 하디드는 파자마를 입었다. 위아래 블랙 파자마에 하이힐, 퍼 재킷을 걸친 지지 하디드의 패션은 패셔니스타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호평을 받았다. 공식 석상은 아니지만 가수 리한나는 2015년 겨울 브론즈 컬러의 슬립 드레스에 화이트 퍼 재킷을 걸치고 남색 야구 모자를 더한 모습이 파파라치에 잡혔다. 파자마와 퍼 재킷, 슬립 드레스에 야구모자 모두 전형적인 파티 룩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떤 파티 룩보다 근사했다.
왼쪽부터 가수 리한나, 모델 지지하디드.

왼쪽부터 가수 리한나, 모델 지지하디드.

패션 브랜드들 역시 발 빠르게 전형성을 탈피하는 아이템을 내 놓고 있다. 알렉산더왕은 굵은 메탈 체인과 가죽으로 제작된 목걸이, 큼지막한 버클 장식이 있는 팔찌 등의 액세서리를 출시했다. 캐주얼한 분위기가 물씬 나는 과감한 액세서리로 트렌디한 파티룩을 연출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처럼 전형적인 파티 룩에서 탈피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파티 룩에서의 ‘드레스 다운’ 트렌드를 이끌었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당연히 입을 것 같은 아이템이나, 서로 어울리는 아이템만으로 조합한 룩은 재미없기 마련”이라며 “파티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아이템으로 오히려 힘을 뺌으로써 신선해 보이는 효과를 얻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머메이드 라인의 여성스러운 스커트에 블라우스를 더하면 너무 비슷한 두 아이템이라 재미없는 파티룩이 되지만, 여성스러운 스커트에 거친 질감의 오버 사이즈 니트를 입고 캐주얼한 굵은 팔찌를 더하면 한층 멋스러워 보인다.  
TPO(Time, Place, Occasion의 약자로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옷을 입는 것)보다 자신의 개성과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요해진 요즘 분위기도 이런 '드레스 다운' 트렌드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 특별한 날이라고 해서 평소 취향과 거리가 먼 아이템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 차림에서 한두 가지 정도만 더하는 것이 최신 스타일링 기법이다. 요즘 파티나 행사에 힙합 혹은 스트리트 캐주얼 옷차림을 한 이들이 많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2017년 한해 크게 유행한 오버 사이즈, 스트리트 패션 열풍이 파티 룩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더하고 빼기, 스타일링이 관건
드레스 다운이 추세이긴 하지만 무조건 힘을 빼기만 하라는 건 아니다. 드레스 다운과 무례함은 한 끗 차이다. 파티에 방한용 부츠를 신고 가면 무례해보일 수 있지만 여기에 눈에 띄는 귀걸이만 더해도 멋스러워 보일 수 있다는 얘기다. 즉 '드레스 다운'은 지나친 '드레스 업'을 경계하라는 소리에 더 가깝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드레스 업’ 한 상태에서 한두 가지 아이템을 빼는 식으로 ‘드레스 다운’효과를 주라고 제시한다. 예를 들어 스커트에 블라우스, 하이힐, 코트, 클러치 등으로 자신만의 파티 룩을 완성한 다음 블라우스 대신 티셔츠 혹은 심플한 터틀넥 니트로 바꾸거나, 스커트 대신 슬랙스나 블랙 진으로 바꿔 입는 식이다.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드레스 업과 다운은 사실 작은 차이”라며 “수트에 하이힐, 퍼 코트를 입어도 이너로 빈티지 티셔츠를 입으면 '드레스 다운'이 된다”고 조언했다. 모두 하나쯤 있는 검정 기본 원피스에 하이힐이나 부츠를 신은 뒤 캐주얼한 디자인의 주얼리를 더해주는 것도 ‘드레스 다운’ 요령이다.  
왼쪽부터 배우 김남주, 배우 손태영.

왼쪽부터 배우 김남주, 배우 손태영.

딱 한 가지 아이템만 힘을 주는 방법도 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완벽하게 갖춰진 모습을 연출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아이템만 파티 분위기가 나는 것으로 고르라는 얘기다. 김윤미 스타일리스트는 포인트 아이템으로 턱시도 재킷을 추천한다. 김 스타일리스트는 “청바지에 앞코 뾰족한 힐, 티셔츠를 입은 뒤 턱시도 재킷 하나만 걸쳐줘도 센스 있는 연말 룩을 연출할 수 있다”며 “조금 더 격식을 갖춰야 한다면 티셔츠 대신 셔츠를, 청바지 대신 슬립 드레스에 부츠를 신고 턱시도 재킷을 어깨에 걸치라”고 제안했다.
서수경 스타일리스트는 “레이스 장식이나 벨벳 소재 상의 하나만 있어도 연말에 활용도가 높다”고 조언한다. 레이스 장식 톱이나 벨벳 소재 파자마 셔츠 등 상의를 화려한 것으로 입고 하의는 블랙 진이나 기본 슬랙스를 입어 마무리한다. 여기에 늘어지는 귀걸이나 볼드한 팔찌 등 주얼리만 매치해줘도 과하지 않은 파티룩을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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