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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 돌봄, 초등학교서 일부 맡아야"

지난 19일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장명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지원연구본부장,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중앙일보 사옥에서 '빈 교실 어린이집 활용' 논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지난 19일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 장명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지원연구본부장,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중앙일보 사옥에서 '빈 교실 어린이집 활용' 논란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학생 수 감소로 생기는 초등학교 빈 교실의 활용 방안을 놓고 교육·보육계 간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빈 교실을 국공립 어린이집으로 쓰자"며 내놓은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교육부·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한국교총 등 반대로 무산 조짐을 보이면서다. 
 

'교육 VS 보육' 전문가 3인 좌담회
"정시퇴근·유연근무 없인 개선 안돼"
'빈 교실 어린이집' 활용엔 이견
"수요자 요구에 탄력 대응해야"
"학교 공간 써도 지자체가 책임을"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 논쟁에 합세해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초등학교 여유 공간을 활용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하자'는 글을 올렸다. 그러자 유 전 장관에 반대하는 내용의 국민청원도 잇따랐다. 지난 13일 올라온 '초등교실을 활용한 공공보육시설 확충 반대'란 제목의 청원이 대표적으로 "이미 학교는 교과교실, 초등돌봄교실, 병설유치원 등으로 유휴 공간이 없는 곳이 많다"고 반박했다.   
 
부모들도 입장이 갈린다. 자녀가 어려 돌봄을 원하는 부모들은 국공립 어린이집을, 돌봄보다는 교육을 더 선호하는 부모들은 병설유치원을 넣자고 주장한다. 초등학생 부모들은 재학생을 위한 공간 확충을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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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교실 활용' 논란엔 한국·일본에서만 독특한 교육·보육 이원화, 열악한 보육 인프라, 정시 퇴근이 힘든 노동 현실 등이 복잡하게 뒤섞여 있다. 중앙일보는 이런 상황에 대한 해법을 들어보기 위해 교육·보육·노동 분야 전문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의견을 들었다. 지난 19일 서울 서소문 중앙일보 사옥에서 열린 좌담회엔 장명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지원연구본부장,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가 참석했다.   
윤자영 충남대 교수가 19일 중앙일보에서 '교육 대 보육' 좌담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윤자영 충남대 교수가 19일 중앙일보에서 '교육 대 보육' 좌담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이들은 "교육과 보육을 칼로 자르듯 구분할 수 없다"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했다. 그러면서도 학교가 떠맡아야 할 역할에는 의견 차이를 보였다. 보육계에서 "학교가 교육기관임을 자임할 뿐 보육엔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에 대해 윤자영 교수는 "여성 취업률이 오르면서 어린이집은 하루 12시간 넘게 운영하는 곳이 늘었다. 하지만 초등 1학년은 낮 12시면 하교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도 적극적으로 돌봄 기능을 분담해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 지난해 8월까지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여성 고용, 일·생활 균형 등을 연구했다.
 
장명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지원연구본부장이 19일 중앙일보에서 '교육 대 보육' 좌담을 하고 있다. [제공 장명림]

장명림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현장지원연구본부장이 19일 중앙일보에서 '교육 대 보육' 좌담을 하고 있다. [제공 장명림]

 
 
장명림 본부장은 유아교육 전문가로 2005~13년 육아정책연구소에 파견돼 보육과 융합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장 본부장은 학교의 돌봄 기능 강화에 대해선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빈 교실을 쉽게 어린이집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대해선 경계했다.  
 
장 본부장은 "학교의 빈 공간을 어린이집으로 배정만 하면 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현재 상태의 초등학교 교실과 주변 시설은 영유아 발달과 활동에 적합한 공간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는 "초등학교에선 교육과정 변화에 따라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초등학생 대상의 돌봄 교실 확보도 쉽지 않다. 돌봄을 위한 전용 공간이 필요한데도 이런 공간이 없어 오전에 1학년 수업을 하고, 오후엔 돌봄 교실로 쓰는 학교도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과 이후 초등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의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선 "1, 2학년과 같은 저학년에 대한 돌봄 기능은 초등학교에서 지금보다 내실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중앙일보에서 '교육 대 보육' 좌담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유해미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이 19일 중앙일보에서 '교육 대 보육' 좌담을 하고 있다. 최정동 기자

유해미 연구원은 "보육계의 '빈 교실 어린이집 활용' 제안은 초등 방과후 돌봄 수요와 병설유치원 공급이 충족된 지역에 한해 유휴공간 활용을 모색해 보자는 것이다. 교육계 일부에서 다소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쓰기 위해선 그곳을 영유아 발달에 맞는 공간으로 바꾸는 작업이 당연히 선행돼야 한다. 교육계도 '빈 교실 수가 부족하다'고 원론적으로 주장하기보다는 지역 사회에 대한 보육 실태 조사를 거쳐 가능한 지역을 검토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유 연구원은 2010년부터 육아정책연구소에서 관련 내용을 연구해 왔다.
 
전문가들은 "현재 제도에선 보육·교육의 구분을 너무 뚜렷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교육이냐 보육이냐를 굳이 구분하지 않고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수요자 요구에 대해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장 본부장은 "'초등 저학년 돌봄 확대를 위해 수업 시수를 늘리자'는 제안은 교육과 보육을 나눠 생각하는 주장"이라면서 "초등 저학년 부모의 요구는 그것이 돌봄이든 수업이든지 간에 아이가 한두 시간이라도 더 학교에 남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본부장은 "수업시간을 늘리자고 하니 교사들로선 부담이 커져 반대하게 되는 것"이라면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같은 일과 시간을 늘리면 사실상 초등 1, 2학년의 하교를 오후 2시까지로 늦출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장 본부장은 다만 "현재는 교사들이 사실상 점심시간, 쉬는 시간에 대한 감독 책임을 지고 있는데, 이런 책임을 교사가 아닌 다른 관리자로만 분리할 수 있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유 연구원도 "물리적 공간으로서 학교 건물을 활용하되 관리 책임을 학교에서 덜어내 지방자치단체가 맡게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는 초등학년 대상의 돌봄교실 등 방과후과정에 대한 책임을 학교장이 지고 있다. 유 연구원은 "학교는 공간을 제공하고 관련 프로그램 연계 등을 포함하여 지역 내 돌봄서비스 기관과 연계해 협력체계를 구축한다면 학교의 측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지자체·학교 간 협력으로 돌봄을 강화하더라도 노동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설령 자녀를 국공립 어린이집·돌봄교실에서 오후 늦게까지 봐주더라도 오후 6시에 정시퇴근해 자녀를 데려갈 수 있는 직장인은 극소수"라며 "보육이 필요한 자녀를 둔 직장인에겐 정시퇴근·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보장해주도록 기업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처럼 교육·보육이 분리돼 있고 돌봄에 대한 수요 조사가 제각각이어선 실효성 있는 대안이 나오기 힘들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교육부·복지부·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이 문제를 총괄할 주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지역 단위의 집행과정에선 주민들의 수요를 제일 잘 아는 지방자치단체가 조정하는 역할을 맡되, 중앙정부 차원에선 보다 적극적인 정책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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