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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박정운 연루된 암호화폐 '이더리움' 사기사건 들여다보니

가수 박정운. 오른쪽은 암호화폐 이더리움 로고.

가수 박정운. 오른쪽은 암호화폐 이더리움 로고.

2000억원대 암호화폐 '이더리움' 채굴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채굴기 운영업체 계열사 임직원 등을 무더기로 재판에 넘겼다. 이 중에는 ‘오늘 같은 밤이면’의 가수 박정운(55)씨도 포함됐다. 이번 사기 사건은 다단계 방식으로 모집돼 피해자만 1만8000여명에 피해 금액이 2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지검, 암호화폐 채굴기 사기사건 중간수사 발표
마이닝맥스 대표 등 36명, 2700억원 투자금 가로채
채굴기 8만 대 구입한다 해놓고 정작 8000대만 구입
수익금은 최상위투자자 등 일부에게 1억~40억 지급
하위투자자, 초기투자한 경우 10% 수익, 나머지는 0%
검찰, 피해복구 위해 노력, 대표 등 7명 적색수배령

인천지검 외사부는 사기 및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암호화폐 채굴기 운영대행 업체 마이닝맥스의 회계관리를 전담하는 계열사의 이사 김모(34)씨 등 18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미국으로 도주한 마이닝맥스 대표 박모(55·미국 국적)씨 등 7명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 여권 무효화 조치 및 범죄인인도를 요청했다. 최상위사업자 4명은 지명수배했다.
검찰 로고.

검찰 로고.

 
또 계열사 대표로 있으면서 마이닝맥스의 홍보를 담당한 가수 박정운씨 등 3명은 불구속기소 했다. 박씨는 마이닝맥스로부터 100억원을 투자 받아 홍보회사를 설립한 뒤 암호화폐 투자유치 워크숍 등에서 사회를 맡는 등 투자자를 현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다만 박씨가 “불법 다단계로 판매되는 것을 몰랐다”고 부인하고, 투자를 유도했다는 증거가 없어 사기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마이닝맥스 대표 박씨를 붙잡아 조사한 뒤 혐의를 추가하는 방안을 계획중이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암호화폐 ‘이더리움’을 생성할 수 있는 채굴기에 투자하면 많은 수익금을 암호화폐로 돌려주겠다고 속여 투자자를 모집, 1만8000여 명으로부터 270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시가총액이 큰 암호화폐다. 이더리움 채굴기는 이 암호를 풀어주는 고성능 컴퓨터 기계다.
인천지방검찰청은 20일 가상화폐 채굴기 투자사기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채굴기. 임명수 기자

인천지방검찰청은 20일 가상화폐 채굴기 투자사기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가상화폐를 채굴하는 채굴기. 임명수 기자

 
마이닝맥스는 피라미드식으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하위 투자자를 유치한 상위 투자자에게 추천 수당과 채굴수당 등을 지급했다.
 
투자자들은 구매한 채굴기 수에 따라 ‘일반투자자’부터 ‘1∼5스타’, ‘명예졸업자’ 등 모두 7개 등급으로 나눠 불렸다. 이번에 구속되거나 수배된 이들 대부분 ‘4~5스타’ 이상 최상위 투자자들이다. 최상위 투자자들은 1년간 1인당 최소 1억원에서 최대 40억원의 수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수당과 별도로 실적 우수자는 벤츠 등 외제차·고급 시계·순금 목걸이 등도 받았다고 한다. 반면 하위 투자자들은 대부분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검찰 조사결과 마이닝맥스는 피해자들로부터 받은 2700억원 중 750억원만 채굴기를 사는 데 사용했다. 채굴기 8만대를 구입해야 함에도 10%인 8000대만 구입해 채굴에 나선 것이다. 나머지 돈은 계열사 설립자금(박정운씨가 운영하는 홍보회사 등 11개 업체)이나 투자자를 끌어온 최상위 투자자들에게 수당으로 지급됐다. 1000억원 가량은 마이닝맥스 임원진이 해외로 빼돌린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한 이들에게 전달된 후원 물품. [사진 인ㅊ너지검]

가상화폐 채굴기를 구입한 이들에게 전달된 후원 물품. [사진 인ㅊ너지검]

 
마이닝맥스 대표 박씨는 한국뿐 아니라 미국·중국 등 전 세계 54개국에서 유사한 수법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6월 미국 하와이와 11월 라스베이거스 등지에서 대규모 워크숍을 열기도 했다. 검찰은 나라별 피해자 수가 한국 1만4000여 명, 미국 2600여 명, 중국 600여 명, 일본 등 기타 700여 명으로 각각 추산했다.   
 
이들의 사기행각이 드러난 것은 올 6월 말부터다. 채굴기 대수가 부족하다 보니 채굴되는 암호화폐가 3만개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위 투자자들에게는 전산을 조작, 암호화폐가 매일 채굴되는 것처럼 거짓 정보를 흘렸다. 특히 올 초까지만 해도 채굴된 암포화폐를 개인 지갑(사이버상)에 담아 이를 현금화할 수 있도록 했다. 하위투자자들이 더 많은 투자자를 불러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미끼용이었다.   
가상화폐 '이더리움' 채굴기 사기 사건 개요도. [사진 인천지검]

가상화폐 '이더리움' 채굴기 사기 사건 개요도. [사진 인천지검]

 
실제 2억원을 투자했다는 이모(40·여)씨는 “5월부터 채굴기를 구매하기 시작했는데 매일 조금씩 채굴돼 2000만원까지는 수익이 들어왔다”며 “하지만 8월3일 이후부터는 아예 채굴도 안 되고, 문의해도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식으로 일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익이 안 나도 좋으니 나머지 원금만이라도 돌려줬으면 좋겠다”고 울먹였다.  
 
퇴직금 등 4억원을 투자했다는 박모(52·여)는 “처음에는 1~2대 정도 투자했는데 꾸준히 암호화폐가 들어와 106대까지 구입했다”며 “하지만 6월 말쯤에 기상화폐 채굴량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고, 나를 추천한 사업장에게 문의했더니 ‘컴퓨터가 해킹을 당해서 그러는데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듣고 기다렸는데 결국 사기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천지방검찰청은 20일 가수 박정운씨가 포함된 가상화폐 채굴기 투자사기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채굴기 계약서 [사진 인천지검]

인천지방검찰청은 20일 가수 박정운씨가 포함된 가상화폐 채굴기 투자사기 사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은 채굴기 계약서 [사진 인천지검]

 
이들 외에 다른 피해자들도 속출했다. 결혼자금 2500만원을 투자해 채굴기 10대를 샀다가 한 푼도 받지 못한 30대 남성부터 30년 간 교사로 재직했다가 퇴직금 일부(5000만원)를 투자한 65세 남성 등 다양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가상화폐를 채굴한 현황 보고서. [사진 인천지검]

가상화폐를 채굴한 현황 보고서. [사진 인천지검]

 
검찰 관계자는 “주범들이 해외에서 현재까지도 계속 범행을 하고 있어 피해 규모가 늘고 있다”며 “도주자들을 계속 쫓는 한편 범행 가담자들을 추가로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호화폐는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해 수익 구조가 불안정한데도 투자 과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피해복구를 위해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수사 정보를 공개하고, 배상명령신청 제도 안내 등 민사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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