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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美 "OK" 없는데··· 文 "훈련 연기" 깜짝공개 왜

美 "OK" 없는데 文 "연합훈련 연기 제안" 직접 ‘깜짝 공개’ 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경강선 구간 운행 중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 안에서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경강선 구간 운행 중 대통령 전용 고속열차 안에서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청와대]

평창 겨울 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미 연합훈련 연기는 그간 정부 안팎에서 공공연히 거론되던 구상이다. 이를 고려해도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미국에 제안했다고 직접 ‘깜짝 공개’한 것은 전격적이었다. 아직 미 측이 동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①화성-15형 도발 즈음 제안한 듯=지난달 말만 해도 청와대는 “한·미 훈련 중단은 지금까지 논의되거나 결정된 바 없다”(11월23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12일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 등에서 한국이 제안한 연합훈련 중단을 미국이 수용할 것 같다고 보도하자 “한·미 간에 진행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말씀드리기에는 제한이 있다”(최현수 국방부 대변인)고 사실상 이를 시인했다.  
 
이런 정부 입장 변화로 미뤄 제안은 11월 말에서 12월 초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그 사이 정부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만한 사건으로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도발(11월29일)이 있다. 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1월 29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통화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30일 밤 10시부터 1시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협의를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30일 밤 10시부터 1시간 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양 정상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도발과 관련한 현 상황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협의를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연합뉴스]

 
청와대는 통화 뒤 한·미 정상이 북핵 문제가 ‘새로운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핵을 탑재한 ICBM 완성 전까지는 대화에 나서지 않았지만, 화성-15형 발사 뒤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셀프 인정’ 상황이 됐다. 이제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가능성에 대한 판단이 필요하게 됐고, 두 정상이 이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이런 ‘새로운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끌고 가기 위해 문 대통령이 연합훈련 연기 제안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제안을 한 주체에 대해 “문 대통령이 제안한 것은 맞다. 대통령이 결정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②중국과 “향후 3개월 중요” 공감대=미국에 제안을 한 뒤 문 대통령이 이 사실을 공개하기 전까지 있었던 외교·안보 빅 이벤트로는 한·중 정상회담(14일)이 있다. 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은 확대 및 소규모 회담을 하며 135분동안 마주했다. 여기서 중국이 주도하는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의 동시 중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국면을 조성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졌다고 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단독 (소규모)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참모진이 조마조마하게 결과를 기다렸다”며 “회담장 문을 열고 나오는 문 대통령의 표정이 소위 ‘입이 귀에 걸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만족스러워 보여서 참모들이 한숨을 돌렸다”고 전했다. 이런 표정을 양 정상이 상당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이해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MOU 서명을 위해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 주석이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양국 MOU 서명을 위해 만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 대통령은 중국에서 돌아온 지 사흘 만에 연합훈련 연기를 꺼내 들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국에 언질을 줬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양 정상 간의 대화 내용을 언급할 수 없지만, ‘향후 3개월에 대한 관리가 중요하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 주석은 한ㆍ미 관계를 비롯해 전체적인 (한반도) 정세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며 “‘향후 3개월 관리’는 문 대통령의 말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부분은 (한시적 쌍중단 시행과는) 관계가 없다. 올림픽을 평화적으로 치르자는 부분에 국한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같은 한·중 정상회담 결과 디브리핑 등을 위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8일 통화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튿날 미 언론인 NBC와의 인터뷰에서 연합훈련 연기 제안 사실을 밝힌 것은 이를 통해 미 측의 긍정적인 기류를 읽었기 때문일 수 있다.  
 
실제 연합훈련 연기 관련 내용은 NBC가 사전에 청와대에 전달한 질문지에는 없었다고 한다. 돌발적 질문에 문 대통령이 준비된 듯한 입장을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상황이 상당 부분 정리됐다는 방증이다. 한·미 연합사령부는 20일 “(연기와 관련해)한·미 동맹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며 “우리는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원하며, 이를 지원할 것을 동맹국에 약속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제안을 공개한 데 대해 미 측이 불쾌해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모든 걸 충분히 고려해 이야기한 것”이라며 “미국도 충분히 검토할 만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지금 문 대통령이 이를 밝힌 것은)북한에 우리가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는 사인을 보낸 것일 수 있다”며 “평창 올림픽을 한반도 평화 정착 계기로 삼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③“연기 자체는 고려할 만…대중 경사는 경계해야”=이번 제안을 두고 정부가 사실상 쌍중단 환경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의 합법적인 연례 방어 훈련 사이에 등가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기존 입장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청와대가 ^이번 제안이 평창 올림픽 기간에 국한된 것이며 ^시기의 조정일 뿐 규모의 축소가 아니고 ^북한이 도발할 경우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노골적으로 ‘칼자루’를 북한에 쥐여준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NBC 인터뷰에서 “이것은 오로지 북한에 달려 있는 문제”라며 마지막까지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이런 의도와 의지를 북한에 직접 전달할 수 있는 라인은 없었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국가적 행사를 치르는 만큼 올림픽 이후로 연합훈련을 연기하는 것은 고려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한·미 연합방위태세에 미칠 영향 등 군사적으로 부담되는 것은 없는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제안이 북핵 문제에서 중국 쪽 접근법에 더 무게감을 두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은 “‘한·미·일 안보협력을 주축으로 중·러와 관계를 개선한다’는 기조를 유지하지 않고 미·중 양쪽 간에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한ㆍ미 연합훈련의 중단을 바라는 북한과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중국에 밀착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 대화에 조급증을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북ㆍ미 간에 ‘대화의 입구’에 대한 합의가 있어야 하는 일”이라며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를 할 수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미국의 입장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과의 대화 내용은 미국과도 충분히 협의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지혜·강태화·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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